화가 이의연이 만난 과거·현재·미래의 '사람들'

'You are so beautiful' 오는 31일까지 세종포스트빌딩 청암아트홀 전시

2018-07-25     한지혜 기자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하루를 건너가고 싶다/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내 아는 사람에게/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이기철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中>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이제껏 만난, 또는 만나게 될 사람들이 지금의 자신, 삶의 행복을 만든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화가 이의연이다.

이의연 작가가 24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세종포스트빌딩 5층 청암아트홀에서 개인전 'You are so beautiful'을 연다.

이번 전시는 서울, 대전, 영국 런던 등지에서 작품을 선보여온 그가 지난 1년 반 전 이주한 세종에서 여는 첫 전시다. 이 작가는 올해 세종시문화재단 신진예술가 발굴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전시 작품 수는 총 24점으로 2013년부터 최근까지 그려온 작품을 걸었다. 특히 세종시 이주 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완성한 작품, 세종시 이주 후 지역 명소들을 한 화폭에 편집해 그린 작품도 선보일 예정.

이의연 작가는 “대학 졸업 후 끊임없이 작품활동을 해왔고, 세종에는 미국에서 돌아와 1년 반 전부터 거주하고 있다”며 “과거와 현재에 나와 만나고, 또 언젠가 미래에 만나 나 자신에게 영향을 줄 사람, 주변 모든 것들이 작품의 소재”라고 말했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그는 학부에서는 회화판화, 대학원에서는 동양화를 전공했다. 작품을 잘 들여다보면, 형식은 서양화지만 기본적으로 동양화 재료가 쓰였다.  

얇은 한지로 만들어진 순지, 순지를 여러겹 덧붙인 장지를 화폭으로 삼는다. 이 위에 서양 옷을 입은 사람들, 이국적인 나무와 풀꽃, 여행지에서의 풍경들이 그려져있다.

이 작가는 “학부 시절 런던 어학연수 때 느낀게 있다"며 "세계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형식은 서양화더라도 우리 것을 알아야 힘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양화 재료를 쓴 이유도 바로 그것”이라고 밝혔다.

작품 속에는 이국적인 레몬 나무, 오렌지 나무, 열대 식물들이 가득하다. 소재가 된 자연물들은 모두 그가 살았던 곳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이다.

메인 작품인 ‘푸른 일기장- California’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거주했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만났던 사람들, 머물렀던 장소가 편집적으로 배치돼있다. 제주 여행의 풍경과 사람들, 세종시에서 보고 만난 이야기들도 각각 작품에 담겼다.

그는 “이기철 시인의 시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를 차용했듯이 나를 찾아가고 발견하는 것이 바로 만남이고, 이 만남을 통해 나를 아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며 “한 송이 꽃, 한 그루 나무도 아름답지만 이들이 함께 있을 때 정원이 되고, 자연이 되지 않나. 인간 삶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근 그는 작품 속에 동물들을 그려넣기 시작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생긴 변화다. 대표적인 작품은 아이의 영문 이름을 딴 ‘noah's ark(노아의 방주)’. 

태교로 시작한 작품이 아이 돌 때 완성됐다. 작은 그림으로 시작했지만 두 개, 네 개 화폭으로 연결됐다. 아이를 위한 선물이기도 하지만, 그의 삶에 큰 의미가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때론 작게 시작한 그림이 큰 그림이 되기도 하고, 크게 생각한 그림이 작은 작품이 되기도 한다.  

오는 28일 청암아트홀 갤러리에서는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선착순 100명의 시민들과 함께 자신의 모습을 본딴 관절인형을 만드는 체험이다. 시민 작품 100점은 그의 작품과 함께 전시 기간 동안 갤러리에 설치된다.

이의연 작가는 “선착순 100명 모집이었는데, 2시간만에 300명이 몰려 깜짝 놀랐다”며 “사람들과 함께하면 예술가 역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종에도 참여 미술의 기회가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