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표류 끝 서울~세종 고속도로, 노선 갈등 ‘새로운 암초’

17일 정부 설명회, 청주·세종시민 반발로 무산… 송문리 주민, “원안으로 추진” 촉구

2018-07-17     이희택 기자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8년 표류 끝에 2024년 완공 목표로 지난해 가시화된 서울~세종 고속도로. 최근 노선 선정 과정이 매끄럽지 않게 전개되면서, 이해 관계에 놓인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17일 충북 청주와 세종시로 이어진 설명회 모두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의해 보이콧됐다. 청주시민 설명회는 오전 10시 오송읍 사무소, 세종시민 설명회는 오후 2시 조치원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각각 열렸으나 시작 전·후 주민들의 단상 점거로 무산됐다.

18일 오전 10시 천안시 박물관 공연장, 20일 오전 10시 안성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릴 설명회 성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설명회는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 주관으로 진행되고 있다.

공식 명칭은 세종~포천(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사업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람 및 설명회’다.

지난 5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세종시 도로과와 장군면, 연서면, 연기면, 전동면 조치원읍 사무소에서 공람할 수 있다.

이견이 있는 주민은 팩스(044-201-5593) 또는 전자우편(howdon@korea.kr) 또는 우편(세종시 도움6로 11 국토부 서울세종고속도로팀)으로 서면 제출하면 된다.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 그동안 어떤 우여곡절 거쳤나?

서울~세종 고속도로는 행복도시 건설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산물인 셈이다.

2004년 11월 국토부의 장기 수도권 고속도로망 구상에 반영된 뒤, 2008년 타당성 조사 통과 및 2009년 사전 환경성검토를 거치며 가시화 단계에 진입했다.

하지만 충북도의 중부고속도로 확장 요구가 맞물리면서, 사업은 표류하기 시작했고 2017년까지 8년간 착공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완공됐어야할 국책사업이었다.
 
다행히 본 사업은 지난해 7월 확정 단계에 진입했다. 2015년 11월 민자 유치를 통해 2025년 완공 흐름을 보이다. 새 정부 들어 사업주체를 한국도로공사로 변경하고 완공 시기도 2024년으로 1년 단축했다.

서울~세종 고속도로는 3조3839억원을 투입, 경기도 구리~세종시까지 128.48km 구간에 걸쳐 4~6차로 규모로 건설된다.

1단계 경기 성남~구리 및 안성~성남 구간은 2022년, 세종~안성 구간(62.76km)은 2024년 6월 개통된다.

구간별 거리는 ▲세종시 26.77km ▲천안시 25.12km ▲안성시 8.26km ▲청주시 2.61km로 구분된다. 설계속도는 120km/hr고, 터널 25개소와 교량 75개소, 분기점 2개와 나들목 4개 등 6개 출입시설을 포함한다.

고속도로 기대효과는 경부선 및 중부선 혼잡구간 감소, 스마트 하이웨이 구축으로 안전한 도로서비스 제공, 중앙행정 효율 향상 및 세종시 활성화, 장래 통일시대에 대비한 국가 통일 도로망 건설 등이다.

이제 남은 건 노선 결정, ‘대안1 노선’으로 가닥

대안1 노선은 장군면 서세종 IC로 접속하는 62.76km 구간이다. 교량 75개소와 터널 25개소, 휴게소 2개, JCT 2개, IC 4개를 포함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의 환경영향평가 결과, 대안1 노선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안2 노선은 장군면 남양유업 맞은편 식당가와 원룸주택 주변을 관통하는 63.97km 구간이다. 2008년~2009년 타당성 평가 대상에 올랐던 사실상 서울~세종 고속도로 원안이라 할 수 있다.

당시에는 세종시 장군면과 옛 연기군, 부강면 등이 세종시 관할구역에 포함되지 않았던 터라, 행복도시 예정지역과 인접한 곳으로 마련됐던 안이기도 하다.

국토부와 도로공사 분석을 보면, 대안1이 대안2보다 예산은 조금 더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안1은 주민 반발과 환경영향 등 종합 점수에서 대안2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안1은 폐수 발생량, 대안2는 강우 시 토사 유출량과 장비 투입 연료 사용량, 온실가스 및 소음 배출에서 상대적으로 나쁘게 나타났다.

전반적으로는 공사 후 수목 훼손과 로드킬 발생, 하늘다람쥐 등 8개 법종보호종 영향, 오수와 비산먼지 및 소음 발생 등이 부정적 영향으로 조사됐다. 연서면 고복저수지와는 대안1이 남측으로 30m, 대안2가 남측으로 630m 이격, 통과한다.

도로공사는 향후 착공 시 터널 및 교량 등 구조물을 적극 도입해 훼손과 단절을 최소화하는 한편, 환경피해 저감 최소화 방안과 방음벽, 환기시설 설치 등을 추진키로 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본보와 인터뷰에서 “대안2가 예산 부문에선 소폭 절감되나, 대안1이 여러 부문에서 비교 우위를 보였다”며 “더욱이 대안2는 이미 식당가와 원룸 등이 건축된 지역을 통과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군면 송문리 주민, “대안2, 즉 원안대로 건설하라” 촉구

도로공사에 따르면 대안1은 장군면 송문리 마을에서 최소 100m 이격된 구간을 통과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민들은 이날 “대안1 노선은 신도심 편의를 위해 원주민 삶의 터전을 짓밟는 행위”라며 “국토부와 세종시청은 즉각 원안인 대안2 노선으로 추진하라”고 성토했다.

흥분한 주민들 40여명은 이날 세종문화예술회관 무대 위를 완전히 점거했다. 장군면 주민들간 싸움을 유도하는 이해찬 국회의원과 이춘희 시장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역구 차성호 시의원에 대한 각성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차성호 의원은 “주민들과 만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정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도로공사 직원들만 설명회 장소에 모습을 보였을 뿐, 책임있는 관계자들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한 원망을 표현한 것. 도로공사 직원들을 내세워 뒤로 숨은 국토부와 세종시 등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이성혁 송문리 이장은 “대안1 노선 추진을 결사 반대한다. 주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책임자 없는 설명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타당성 검토를 통과한 대안1 노선(대교리, 봉안리 경유)의 난개발을 방치한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사업이 표류했다지만 예측 가능한 사업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개발행위제한구역’ 지정 등의 선제적 행정을 벌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주민들은 “시는 봉안리 등에 지난 10년간 원룸과 식당가가 들어서도록 인허가를 내주고 방치했다”며 “이곳 현지에는 기획재정부 공무원 조합이 개발한 지역 택지도 조성돼 있다. 결국 본인들 공권력으로 노선을 바꾼 것 아닌가”란 의혹도 제기했다.

국토부는 사전에 공모한 듯, 전략환경평가 항목에 봉안리의 대규모 택지개발로 인한 대기 및 소음·진동 등의 부정적 영향을 언급했다는 것.

더욱이 대안1과 대안2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해놓고도, 주민설명회 전 보도자료로 ‘대안1 사실상 확정’이란 용어를 쓰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인 점도 지적했다.

주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지지도가 높다지만, 이런 못된 짓을 한다면 제대로된 정부인가”라며 “봉안리 투기꾼들을 비호하는 행정에 불과하다”며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송문리 이주민과 원주민의 생명권과 재산권 보호 ▲봉안리 및 대교리에 A 개발과 손잡고 부동산 투기 및 난개발 주도한 기재부 공무원 수사 ▲세종시 구간 노선변경 경위 진상조사, 특별 검사 수사 ▲전략환경영향 평가서 재검토 ▲반딧불이와 금개구리, 수달 등 생태 환경 특1등급 자연환경지역인 ‘송문리’ 보전 등을 강력히 촉구했다.

주민들은 “당초 안인 대안2 노선은 국도 36호선(봉안리)과 세종나들목(IC), 정부청사와 4.8km 거리로 접근성이 뛰어나다”며 “변경안인 대안1 노선은 국도 43호선(용현리)과 세종나들목(IC), 정부청사와 10.1km나 떨어져 있다. 과연 무엇이 최적안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한국도로공사, 27일까지 주민공람 후 최종 확정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는 표면적으로는 27일까지 주민공람 후 최종 확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제는 사실상 대안1 노선 추진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송문리 주민들의 바람인 대안2 노선 추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데 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관련 법상 주민 점거로 설명회가 무산되면, 다시 열 의무는 없어진다”며 “27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