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합리적 의사결정 시스템 부재, 해법은?

중앙공원·박근혜 표지석·불교체험원 논란, 의사결정 한계… 새로운 투표 시스템 도입 추진

2018-06-21     이희택 기자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2년 9개월째 논의에 진척이 없는 ‘중앙공원 2단계 조성안’, 팽팽한 의견대립 구도 속 결론을 못내린 ‘박근혜 전 대통령 표지석 철거 논란’, 종교 갈등 양상으로 전개된 ‘전월산 불교문화체험원 건립 찬·반’, 최근 ‘세종교통공사 파업’에 따른 시민들 찬·반 여론.

민선 2기 이춘희 시 정부가 그 논란의 중심에 섰으나, 의사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시스템 미비가 발목을 잡았다.

결국 중앙공원 논의는 생태도시시민협의회와 세종바로만들기시민연합 및 입주자대표협의회란 대의원 없는 3개 단체에 의해 멈춰섰다.

생태도시시민협의회 구성원들이 주축을 이룬 세종시민연대회의에 의해 주도된 ‘박근혜 표지석 철거’ 요구도 찬·반 여론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결정이 미뤄졌다.

‘불교문화체험원 건립’을 놓고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시의회가 예산을 상임위원회에서 삭감했다가 논란이 일자, 다시 본회의에서 되살리는 등 취약한 의사결정 구조를 드러냈다. 기독교 단체 반발 속에 반대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찬·반 양론이 거세고 팽팽한 의제가 늘고 있다. 민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합리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이춘희 시장도 “인구 30만 명 세종시가 시민이 주인이 되어 참여하는 ‘시민주권특별시’에 최적 모델”이라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부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가 민선 3기 시작에 앞서 야심차게 내놓은 제도가 바로 ‘시민투표 세종의 뜻’이다. 이 시장은 21일 오전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에 대한 추진방안을 설명했다.

기존 의견수렴 방식은?

세종시는 민선 1, 2기를 거치며 ▲시 홈페이지 내 ‘시민의 창’ ▲읍면동 순회 간담회 ▲상시 제안 접수 등을 통해 시민의견을 수렴해왔다.

하지만 의견수렴은 단순 아이디어 또는 불만 제기 수준에 머물렀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에 대한 의견수렴이 가끔 시 홈페이지 ‘온라인 폴’을 통해 진행됐으나 접속자와 참여자에 한계를 드러냈다.

다양한 시민사회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수 있는 시스템 등 그릇 자체가 좁았다. 의견수렴이 부족한 의제는 정책 불만과 민원 표출로 이어졌고, 시민들에게 일방형 시정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중앙공원 2단계 조성안의 경우, 시민사회로부터 ‘주민투표’ 제안이 2년 전부터 쏟아졌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국내 전문가와 관계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충분한 논의가 진행됐는데도 불구하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최후의 수단인 투표 진행을 제안하기에 이른 것.

‘시민투표 세종의 뜻’, 걸음마 단계로 스타트

이춘희 시장은 2022년까지 민선 3기를 ‘시민주권특별자치시’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강조하고 있다. 쉽게 말해 예산 집행과 정책 수립 과정에 주민 참여를 확대하고 의사결정권을 높여가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민이 주인이 되는 시대를 열겠다는 뜻이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구현됐던 ‘직접 민주주의’ 시대로의 전환적 의미도 포함한다. 시는 이날 크게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모바일 투표와 문자 투표, 현장 투표로 구분된다.

모바일 투표는 투표장에 가지 않고 온라인 어플 상에서 진행 가능한 시스템을 말한다. 대상은 세종시민 전체다. ‘시민투표 세종의 뜻’ 모바일 앱을 내려받아 설치하면 된다.

현재 ▲공약 아이디어 제안(함께 심는 공약씨앗) ▲조치원 SB플라자 한글 명칭 선호도 조사 ▲세종시 쓰레기통 설치 찬성? 반대? ▲시정 3기 새로운 시정 비전 이미지 선정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숙제는 분명하다. 여전히 단순한 의견 표명 수준이다. 의사결정에 참고할 수는 있으나, 6.13 지방선거 투표와 같은 결정권은 없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례 제정 등의 세밀한 후속 절차가 필요하다.

예컨데 회원가입 등 실명제를 전제로 ‘과반수 이상 찬성 시, 효력이 발생한다’는 수준의 실질적 시민참여를 말한다.

문자 투표 역시 의견수렴을 보완하는 수준의 시스템이다. 특정 단체와 위원회,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휴대폰 문자 서비스를 보내고,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이다. 현재 세종마을공동체 로고 선호도 조사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그나마 현장 투표는 유효한 의사결정에 일정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정 지역·장소나 특정 시민들 대상으로 현장에서 직접 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현재 똑똑세종 특별공모전 최종 심사에 적용하고 있다.

새로운 투표 시스템 '한계' 분명… 직접 민주주의 실현 로드맵 필요

하지만 3가지 방안 모두 실질적 ‘시민주권특별시’ 구현에 이르기에는 역부족이다. 

여전히 직접 민주주의 실현은 요원해보이는 현주소다. 중앙공원과 불교문화체험원, 박근혜 표지석 철거 논란에 이 시스템을 적용할 여지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직접 민주주의 실현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실제 이춘희 시장도 “중앙공원 조성안에는 복잡한 내용들이 얽혀 있다. 시민투표가 적합한 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어려운 현안의 경우, 온라인 의견수렴과 공청회·토론회 중심으로 이견을 좁혀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시범 운영을 통해 제도적 보완방안을 찾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