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 된 세종시 버스대란, 파업 주요 쟁점은?

노조, 공기업 정규직 걸맞는 임금체계 요구… 교통공사 "현실적으로 불가능"

2018-05-23     한지혜 기자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세종시 버스 대란이 23일 현실화됐다. 세종도시교통공사(사장 고칠진)와 노동조합(위원장 박근태, 이하 노조)의 입금 협상이 최종 결렬돼 파업까지 치달은 것. 

노조 파업으로 인해 세종과 대전 등을 오가는 일부 버스의 운행이 지연되고, 배차 간격이 길어지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됐다.

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1000번과 1004번 광역노선 배차는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으나 세종터미널에서 반석역까지 전세버스로 환승해야 하는 불편이 발생했다. 예비비로 비상수송차량 전세버스 26대를 확보했지만, 시민 민원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세종시 행복도시 내부 순환 비알티(BRT) 900번도 운행이 중단됐다. 다만 민간버스회사인 세종교통이 212, 213, 215번으로 비슷한 노선을 운행하고 있어 대체 이용은 가능한 상태다.

고칠진 교통공사 사장은 23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시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가동해 불편을 최소화 하도록 노력하고, 노조와의 협상도 조속히 타결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파업 선택 이유 ‘제자리걸음 정규직화’

노조는 23일 오전 10시 대평동 버스운영센터 차고지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세종도시교통공사 노조는 올해 1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에 가입, 세종도시교통공사분회 자격을 얻었다.

공사와 노조는 서로 간 임금 수준에 대한 기준, 규모에 있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우선 공사 측은 각종 수당과 복리후생비를 기본급에 포함해 전환하겠다는 방침. 만근수당과 만근가산수당, 유급휴일수당, 급식보조비, 명절휴가비 등을 기본급에 포함시키고 시급을 현행 세종시 생활임금인 7940원에서 1만 1192원으로 높이는 방식이다.

반면, 노조 측은 올해 운전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만큼 기존 생활임금 수준의 보수를 인근 대전(1만 1238원, 2017년 기준) 수준으로 맞추되 기존 수당은 유지하는 방향을 고수하고 있다.

공사 운전원 대부분이 경력자인 만큼 호봉제, 직급 도입도 중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공사는 경력을 불인정하고 3년 단위 호봉제를 제시한 반면, 노조는 유사경력을 인정한 호봉 직급제를 요구하고 있다. 현행 연 100만 원 인 명절휴가비는 노조의 경우 기본급의 100%, 공사는 기본급에 전환하는 안으로 대립하고 있다.

교통공사 측은 “1000번 광역버스 월 평균 보수 332만원(세전), 4개 노선 평균 315만 원(세전)을 제시했으나 노조 측에서 월평균 375만 원을 요구해 입장 차이가 크다”며 “공사 제시안대로 되더라도 인근 대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노조 측은 “지난 1년 8개월 간 연장, 야간, 휴일 근로를 마다 않고 기간제로 근무해왔다”며 “공사에 걸맞게 일반직과 같이 군 경력 인정, 직급제 도입 등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5000만 원짜리 보수체계 연구용역, 성과 있었나

교통공사는 지난해 보수체계 신규구축 연구용역(5000만원)을 시행, 일반직과 운수직 등 보수 체계 개편을 추진했다.

지난해 말 나온 최종 용역 결과의 중요 쟁점은 3가지로 요약된다. ▲과도한 기간제 비율 감축 ▲타 시도 평균에 비해 낮은 임금 수준 해소 ▲직급체계 신설 등이다.

전원 기간제 계약직으로 채용됐던 운수원들은 올해 초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다만, 지난 4월 일부 개정된 운수직 보수규정에 의해 여전히 생활임금제 시급을 적용받고 있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제주 등 타 시도와 비교해 세종교통공사 운전원들의 임금(2017년도 기준)이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용역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특히 근속요소가 반영되지 않아 근로기간이 늘어날수록 임금 격차가 벌어져 숙련 운전자의 근속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용역 보고서에 의하면, 각종 수당은 유지하되 근속수당 신설, 상여금 지급 등으로 임금격차를 축소하고, 일급제로 전환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공기업에 걸맞는 직급체계 신설도 보수체계 개선 방안으로 언급됐다. 정규직 전환시 새로운 직급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원활한 인사제도 운영을 위해 일반직과 독립적인 운수원들의 직급체계를 신설, 운영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하지만, 공정하고 효율적인 보수 체계 개편을 위해 추진된 연구용역 결과가 올해 임금 협상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연구용역을 통해 운수직 보수를 개선하겠다고 해놓고 하나도 나아진 게 없다”며 “공사 정규직 운수원이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공사가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칠진 사장은 "각종 수당 항목을 없애고, 기본급 중심의 보수 체계로 개편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안"이라며 "공기업은 대신 고용안정이라는 큰 이점이 있다. 노조 요구 임금은 현실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