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재앙, 세종형 대중교통 마일리지 '암울'

‘버스·보행·자전거’ 인센티브 전국 첫 실시 앞두고 잦은 미세먼지 ‘나쁨’으로 승용차 이용패턴 증가

2018-04-20     이희택 기자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국토교통부와 세종시가 5월부터 야심차게 선보일 전국 유일의 ‘버스·보행·자전거’ 마일리지 시범 서비스.

20일 양 기관에 따르면, 오는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마일리지 서비스를 직접 체험할 20세 이상 세종시민을 선착순으로 500명 모집했다. 합격자는 오는 23일 개별 통보된다.

참여단은 3개 유형의 정기권 요금제를 선택, ‘대중교통중심도시’ 실현의 베타 테스터로 활약한다. 월간 44회 이용 기준으로 원거리형(6만1000원), 원·근거리 조합형(5만3000원), 근거리형(4만5500원) 요금을 내고 출·퇴근 등의 목적을 위해 지역을 누빈다.

여기에 보행‧자전거 이용 마일리지는 덤이지만, 할인율은 더욱 높다. 버스 할인율 10%에 보행·자전거로 최대 20% 혜택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버스·보행·자전거’ 결합형은 전국 유일의 모델이다.

인구 30만 명 수준으로 신도시 특성이 극대화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정부 역시 이번 모델의 최적 테스트베드로 세종시를 택했다. 외형상 타 시·도민이 부러워 할만하다.

이 같은 이상은 현실과 일치될 수 있을까. 현재로선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초)미세먼지 재앙 때문이다. 미세먼지에 ‘봄’을 빼앗겼다는 말까지 회자될 정도. 세종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지난 16일 정부의 정책 발표 이후 ‘환영’보다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본보 기사에 대한 댓글 반응을 보면, “몸 속에 중금속도 마일리지처럼 쌓이겠네요” “미세먼지도 그렇고~간간이 운동이나 동네 한바퀴지요~” “수명이 팍팍 줄어들 것이다” “공기 걱정이 (먼저) 되는 걸 뭘까요” 등 월 44회 이용에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 좋은 제도로 정착되길 원하는 글은 극히 적었다.

4월 미세먼지 농도 추이만 보더라도 이 같은 견해에 수긍이 간다. 미세먼지 ‘나쁨’ 시작점인 80㎍/㎥ 기준을 적용할 때, 20일 중 12일(60%)에 걸쳐 ‘나쁨’ 농도를 한 차례 이상 기록했다.

최고치는 지난 6일 오후 4시 행복도시 측정소(아름동) 296㎍/㎥, 읍면 측정소(신흥리) 291㎍/㎥까지 치솟았다. 지난 15일 오후 4시 행복도시 214㎍/㎥, 읍면 205㎍/㎥에 이어, 20일에도 오후 2시 행복도시 125㎍/㎥, 읍면 115㎍/㎥로 측정됐다.

20일 외부에서 10분 이상 걷거나 야외 커피숍에서 차 한잔을 마시더라도, 목이 텁텁하거나 눈이 따갑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날 오존 농도(기준 0.091ppm부터 나쁨)까지 0.114ppm 이상으로 치솟았다. 오존 농도가 높으면 기관지와 호흡기, 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대기질이 나쁜 날이 반복될 경우, 승용차를 이용해 직장과 영업장, 집을 오가는 ‘이동패턴’이 선호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버스 할인’과 ‘보행·자전거 마일리지’ 시범 운영 때는 그나마 괜찮다. 이용하지 못한 횟수 만큼의 요금을 참가단에게 되돌려 주기 때문이다.

오는 8월 이후 제도가 본격화되는 시기에는 있을 수 없는 인센티브다. 버스와 보행·자전거 이용에 장애가 초래되는 일수가 많아질수록, 투자 비용에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2030년 전 세계적인 대중교통 중심도시를 꿈꾸는 ‘세종시.’ 승용차 이용 중심의 시민 인식을 바꾸는데 앞서, 범국가적인 미세먼지 해소 방안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실현될 수 없는 목표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편, 한국환경공단의 에어코리아 홈페이지(www.airkorea.or.kr)에선 전국은 물론 우리 동네 대기환경 기준물질 6개 항목(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미세먼지, 오존)의 실시간 측정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