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단지 실버택배, 세종시 택배전쟁 돌파구 될까

<下> 택배사·입주민 간 상생 방안 주목, 세종시도 올해 실버택배 사업 시작

2018-04-18     한지혜 기자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택배 차 지상 출입 제한과 입주민 갑질 논란으로 번진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사태. 남의 일이 아닌 이유는 세종시도 출범 이후 끊임없이 갈등이 촉발되고 있어서다.

택배사와 입주민, 건설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대립된다. 경제성과 효율성, 안전성이라는 가치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 입주민들 역시 어느 쪽에 설 것인가를 두고 입장이 분분하다.

세종시에도 건전한 택배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까? 세종시 택배 시스템의 현 주소(上)와 최근 대안으로 떠오른 세종시 실버택배 운영 방안(下)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택배사와 입주민 상생, 실버택배가 답?

아파트 지상 통행 제한을 두고 택배기사와 입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효율성과 안전이라는 가치가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적인 상생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실버택배’다.

세종시도 지난 3월부터 노인 일자리, 시니어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 단지 실버택배 사업을 시작했다. 수행기관으로는 전동면 행복노인지원센터가 선정됐으며, 가락마을 8·13단지, 새샘마을 3단지 등 총 8명의 실버택배 기사들이 일하고 있다. 올해 사업 정원은 30명이다. 

실버택배는 아파트 입주민 또는 인근 단지 노인들이 입주민의 택배를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실버택배 기사들은 정해진 시간, 단지 내 거점 공간에서 택배기사들과 만나 물품을 검수·전달받는다. 

시는 수행기관에 노인 1명 당 연 210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한다. 이들의 인건비는 시가 센터에 지원하는 운영예산, 택배기사들이 내는 실버택배 수수료를 합산해 책정된다. 배송 건당 인건비를 받는데, 월 30여 만 원 정도다. 환경정비, 어린이집 스쿨존 안전 활동 등의 공익활동 일자리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은 수준.

시 노인보건장애인과 신정균 주무관은 “현재 실버택배 사업은 전국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아파트 문화가 대부분인 세종시 환경에 가장 잘 맞는다”며 “최근 택배 논란이 이슈화되면서 아파트에서도 문의가 많아졌다. 노인일자리인 점을 고려해 해당 단지 거주자 또는 가까운 단지 거주자를 우선 선정한다”고 했다.

‘공동체적’ 관점 필요한 실버택배

4년째 택배사와 갈등을 겪고 있는 가락마을 8단지는 고심 끝에 지난해 입대의 차원에서 실버택배 도입을 추진했다. 시행을 앞두고 돌연 무산된 건 근로자 산재와 분실·파손에 대한 보험을 누가, 어떻게 책임지느냐에 대한 책임 소재 때문이었다.

이기춘 입주자대표회장은 “택배사와의 상생 방안의 형태로 실버택배를 추진했으나 보험 등 현실적 문제를 놓고 입장차가 컸다”며 “최근 세종시에서 실버택배를 시작한다고 하는데, 원활히 이뤄질지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했다.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세종시 전동면 행복노인지원센터는 실버택배 참여자 모집과 운영, 입대의와 택배사 사이 협의·중재 역할을 맡는다. 고용·산재 보험은 센터에서 의무로 가입하고, 분실·파손에 대한 부분은 운영 수수료의 일정 부분을 적립해 충당하고 있다.

행복노인지원센터 관계자는 “손실율이 높다보니 몇 년 전 보험사에서 분실·파손 보험을 모두 없앴다”며 “우선 안전장치로 수수료 일부를 적립해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보조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했다.

센터 측은 집 앞 배송 서비스를 누리지 못했던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택배기사들 역시 입주민들과의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요인이 크다보니 수수료를 내더라도 참여에 호의적이라는 것.

이 관계자는 “새 아파트가 계속 지어지면서 같은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세종시에서는 실버택배가 가장 의미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장단점은 있겠지만, 올해 5월이면 모집 예상 인원의 80%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단순한 노인일자리 사업이 아닌 공동체를 만드는 협력적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실버택배에 대한 입주민 인식 변화, 홍보 등은 아직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행복노인지원센터 관계자는 “실버택배 사업이 원활히 운영되려면 입주민들이 배려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같은 입주민이라 서비스에 대해 불평하기 어렵다는 의견, 택배사와 협의까지 마치고도 갑작스럽게 무산된 경우도 있었다. 취지를 이해하는 공동체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전국 실버택배 기사는 지난 2017년 1월 515명이었지만, 같은 해 9월 2066명으로 4배 이상 급격히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