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세종의 꿈, 결국 무산되나

민주당 ‘대통령 개헌안’ 바탕으로 협상할 듯… 여야 간 협상에서도 행정수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2018-03-27     한지혜 기자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신행정수도 세종’의 꿈은 결국 무산될까? 이에 대해 세종시 민·관·정이 서로 다른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세종시와 행정수도 개헌 세종시민대책위(이하 시민대책위)는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에서 폐기 또는 부결될 경우 국회 개헌안에 세종시 행정수도를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민대책위는 줄곧 자유한국당을 향해 “개헌안에 행정수도 세종시를 반영하라”고 촉구해왔다. 세종시도 수도 규정을 법률에 위임하는 대통령 개헌안이 발표되자 “환영한다”는 논평과 함께  “국회 개헌안 논의과정에서 행정수도 세종시를 명문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세종시당도 대통령 개헌안을 ‘지방분권 개헌’이라며 긍정 평가하면서도 국회 부결 시 여야 논의과정에서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세종시당은 대통령 개헌안을 ‘사기극’ ‘사탕발림’ 등으로 폄하하고 있다.

한국당 시당은 대통령 개헌한 발표 직후 논평을 내고 ‘행정수도 개헌 사기극’이라며 이춘희 세종시장과 더불어민주당을 싸잡아 비난한 바 있다.

바른미래당 시당도 26일 논평을 통해 “(수도규정 법률위임은) 국회에 책임을 전가하며 정부의 입법 여지를 원천 차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국회 개헌안에 행정수도 명문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중앙당이 시당의 의견을 각 당의 개헌안에 반영할 수 있느냐다. 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헌법학자(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적 논란이 빤한 수도 이전을 대통령의 구체적 구상 없이 법률 위임이란 명목으로 국회에 떠넘긴 것은 사실상 수도 이전을 안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개헌안 직접 발의를) 야당이 모두 반대한 데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치국면이 조성되면 장외투쟁의 빌미만 제공할 것”이라며 “행정수도 개헌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봐야한다”고 단언했다.

야당들은 민주당이 행정수도를 당론으로 확정했다지만 대통령 개헌안을 바탕으로 원내 협상에 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 개헌안이 민주당의 ‘가이드라인’이란 얘기다.

실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개헌안은) 당론과 정신, 내용을 대폭 수용했고 국민 개헌의 정신을 담고 있는 개헌안이다.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개헌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서 “민주당 개헌안은 없다더라. 대통령 개헌안 자체가 민주당이 앞으로 국회에서 협상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행정수도가 이슈의 우선순위를 점하고 있지 못한 것도 딜레마다.

권력구조 개편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는 사안이 워낙 많아서다. 민주당이 ‘세종시를 대한민국의 수도’로 명문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면 다른 사안에서 양보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얘기다.

실상 세종시에서만 행정수도 개헌에 목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노무현 정부의 신행정수도 이전과 이명박 정부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수정 시도 때 나타난 충청권의 일치된 목소리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

행정수도 개헌의 전국 이슈화가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여야 간 밀고 당기는 상황으로 전개될 국회 협상의 도마 위에 ‘세종시=행정수도’를 다시 올려놓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행정학과)는 “국회 협상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수도를 세종시로 명문화하려면 여당에서 다른 이슈를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