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행정수도’ 개헌안 법률 위임, 예정된 수순?

‘수도=서울’ 지위, 특례법에 26년간 명시… ‘행정수도=세종’ 지위, 특별법 위임으로 굳어질 듯

2018-03-15     이희택 기자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세종시=행정수도’의 개헌안 직접 명시가 아닌 법률 위임은 예정된 수순이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서울시 행정특례에 관한 법률상(이하 서울시 특례) ‘수도 조항’이 명시돼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의 ‘수도’ 지위가 이미 명문화 돼 있었던 것.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이하 헌법특위) '행정수도=세종' 지위 역시 같은 방식의 법률 명문화를 염두에 뒀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세종시=행정수도' 헌법 명문화는 사실상 물건너간 분위기다. 오히려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서울' 지위, 26년간 특례법으로 위임… '행정수도=세종' 지위, 법률 위임 불가피?  

서울시 행정특례에 관한 법률 제2조(지위)에 따르면 ‘서울시는 정부 직할로 두되, 이 법에서 정하는 범위에서 수도로서 특수한 지위를 가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법률이 제정된 건 지난 1991년 5월. ‘수도 서울’은 성문법상 26년 10개월 가까이 그 지위를 보장받고 있었던 셈이다. 지방자치법 제161조(서울시 행정특례)가 그 근거 조항이다. 2007년에는 174조로 개정됐다.

지난 13일 헌법특위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직접 발의 개헌안’이 통과될 경우, 서울은 성문헌법으로도 (상징)수도 지위를 얻게 된다. 지난 2004년 신행정수도 이전 논란 당시, 헌법재판소는 조선왕조부터 굳어져온 수도 서울을 관습헌법으로 인정한 바 있다.

세종시 역시 지난 2011년 제주도와 함께 지방자치법 제174조 제10장에서 특례를 인정받았다. 제10장 명칭도 ‘서울특별시 등 대도시와 세종시 및 제주도의 행정특례’로 바뀌었다. 수도 지위를 가진 서울시에만 인정됐던 특례가 세종시 및 제주도로 확대됐던 것.

문제는 특례만 인정받았다는 데 있다. 지위 규정은 없다.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 취지에 동의하는 민‧관 및 학계가 ‘세종시=행정수도’ 헌법 명문화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이유다.

세종시는는 이미 지난 2004년 관습헌법에 따라 신행정수도의 지위를 상실했다.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수정안 논란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지위마저 잃을 위기도 겪었다. 법률 위임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결국 이 같은 법률 분석 결과로 비춰보면, 헌법특위가 수도 규정을 ‘법률 위임’으로 방향을 정해놓고 형식적으로 의견을 수렴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 특례상 ‘수도 지위’가 법률로 굳건하고, 서울시 민‧관‧정이 ‘서울시=상징수도’ 개헌 명문화를 촉구하지 않는 마당에 ‘세종시=행정수도’ 직접 명시안을 담아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다른 시각도 있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미 서울시 특례에 수도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 마당에 굳이 헌법상 ‘수도 조항’을 넣고 구체적 사항을 법률에 위임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는 얘기가 나온다. “헌법 개정안에 수도 조항을 신설한 뒤 법률에 위임하는 것만으로 사실상 ‘행정수도’ 지위를 부여하는 포석이 될 수 있다”는 해석에서다.

법률 위임으로 굳어질 경우 특단의 대책 필요

행정수도 완성 충청권 대책위는 ‘세종시=행정수도’ 헌법 명문화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한편, ‘법률 위임’이란 소극적 태도에 반기를 들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법률 위임은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더라도 행정수도 완성의 명백한 후퇴이자 문재인 정부가 행정수도 완성에 더 이상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며 “이미 지난 2004년 이후 잃어버린 14년을 보냈다. 이에 대한 보상이 고작 법률 위임이냐”고 비판했다.

개헌안이 이번 지방선거와 동시 투표로 진행된다는 전제 아래 이 같은 대통령 개헌안과 별도로 진행 중인 여‧야 협의마저 ‘법률 위임안’에 무게를 둘 경우, 후속 대책 마련이 불가피해 보인다.

예컨대, 세종시특별법이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 병합 방식 등으로 실효성 있는 ‘행정수도 조항’을 법률로 담아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더불어 관습헌법에 근거한 위헌 논란의 소지도 확실히 제거해야 한다. 그러려면 헌법에 최소한 ‘수도 조항을 신설하되, 법률에 위임한다’는 조항이 명문화돼야 한다. 어떤 법률에 담아내고, 구체적 내용은 무엇으로 할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종시=행정수도' 개헌 또는 법률 위임 공방전 예고

아직 정해진 건 아무 것도 없는 만큼, ‘세종시=행정수도’ 개헌의 분수령인 4월까지 행정수도에 동의하는 모든 이들이 총력전에 나설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직접 발의는 오는 21일로 다가오고 있으나, 국회 개헌안 제출의 마지노선은 내달 28일까지로 분석되고 있다.

수도 조항을 둘러싼 쟁점은 여전히 직접 명시(“서울시는 상징수도로 두되, 세종시는 행정수도로 한다”)냐 법률 위임(“수도 조항을 신설하되,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에 위임한다”)이냐에 달렸다. 남은 기간에도 치열한 공방전이 불가피하다.

이춘희 시장은 “개헌안에 수도 조항을 신설하면 일단 위헌 문제는 해소되지만 법률 위임 시 여러 가지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며 “최소한 ‘행정수도=세종’이란 명문이라도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은 기간 여‧야 정치권과 협의를 통해 ‘세종시=행정수도’ 개헌안이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