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세종시 확산? "이춘희 시장, 성희롱 발언했다"

2015년 종촌복지센터 개관 앞두고 수탁기관 센터장 A씨에 "얼굴도 예쁜데~" 주장 제기

2018-03-08     이희택 기자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미투 운동(#me too, 나도 당했다)으로 촉발된 진실 공방이 세종시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6.13 지방선거를 100일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이춘희 시장이 과거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 당사자인 A씨는 이 시장의 당시 발언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이 시장은 “사실 무근”이라며 적극 해명했다.

성희롱 피해 당사자 A씨, “여성 기관장을 외모에 빗대어 평가” 잘못

A씨가 이 시장으로부터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는 시점은 지난 2015년 7월 23일 목요일이다. 같은 해 9월 종촌복지센터 개관을 앞두고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첫 복지센터 개관인터라, 기관 정비 등 준비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노출됐다. 센터 주요 시설로 종합사회복지관과 장애인주간보호센터, 장애인보호작업장, 노인주간보호센터, 가정‧성폭력 상담센터가 함께 설치되고 있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수탁하면서, 특정 종교 위탁에 대한 곱잖은 시선이 제기된 것도 사실. 센터 내부적으로는 시 집행부가 준비 과정에서 '갑질'을 행사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이날 이춘희 시장은 원만한 문제 해결을 위한 간담회에 초대됐다. 그 자리에는 시청과 센터 직원, 지역 불교계 주요 인사들이 함께했다.

“격려 차원에서 기관을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었고, 시 집행부 갑질을 바로 잡을 것으로 기대했었다”는 A씨는 그러나 이 시장으로부터 "'얼굴은 예쁜데 언제까지 스님들 도포 자락에 숨어서 손 잡고 다닐거냐’는 뜻밖의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시장이) 지금 하신 말씀을 후회하도록 1년 안에 센터를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고 답변했다. 여러 사람이 있어 불쾌하고 망신스러운 자리였으나, 수탁을 앞둔 기관 입장에서 다른 반응을 보이기 어려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이 시장의 발언을 당장 공론화하지 않았다가 2년 8개월여가 지난 지금에서야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미투의 기세가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을 상황인데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A씨의 성희롱 주장에 대해 이 시장 측근들이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유다.  

하지만 A씨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미 지난해 8월 18일 열린 ‘낙화 제2회 전통문화축제’ 하루 전날 지역의 B스님이 당시 상황을 언급한 사실이 있다는 것. B스님은 이 시장이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당시 간담회에 동석했었다.

A씨는 그날 “B스님이 종촌동 센터를 방문, 직원들을 불러 모아놓고 시 집행부의 갑질과 이 시장의 성희롱 발언 등을 울면서 말씀하셨다”며 "이날 이후 취재진의 문의가 잇따랐고, 재수탁을 눈앞에 둔 기관장 입장에서 (당시에는) 전혀 성희롱이 아니었다고 답변했다"고 최근 사실을 공개한 배경을 설명했다.  

A씨는 여성 기관장을 외모에 빗대 평가한 이 시장의 발언을 거듭 문제 삼는 한편, 기관장 권한을 침해하는 모습을 보인 일부 스님들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A씨는 지난해 말 센터를 그만뒀다.

이춘희 시장, “센터를 책임감 있게 주도적으로 운영해달라”는 취지 발언

성희롱 의혹이 제기되자, 이 시장은 8일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그는 이날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법률로 위탁 받은 센터장의 이름으로, 책임감을 갖고 주도적으로 일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했다. 성희롱으로 생각할 만한 발언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등 최근 일련의 성추문 고발 사건에 대해 "대한민국 성문화가 보다 발전적 방향으로 개선돼야 하고, 이것만이 우리 모두의 아픔을 이겨내는 일”이라고 했다.

세종시 공직사회 내부의 자정 분위기 확산에 대해서는 “하루, 이틀 사이에 급조된 정책을 만들기보다 시간을 가지고 제대로된 대책을 만드는게 좋겠다”며 “여성들의 얘기를 들어서 결정하는 방식이 좋겠다. 저를 포함한 공직자 모두 언행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각성하는 계기도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는 이날 오후 4시 30분경 대변인실 명의로 이와 관련한 공식 해명 자료를 내고, "우리 시가 직접 확인한 결과가 많이 다르다. 날짜도 7월 10일 금요일로 추정된다. 당시 참석 공무원과 스님 등도 (성희롱) 발언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며 "여성 폄하 발언이 명확하게 확인되면, 이춘희 시장이 즉시 사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 측은 경우에 따라선 법적 대응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진실 공방의 당사자 중 한 명인 B스님의 입장은 확인할 수 없었다. 2차례 전화 시도와 문자 메시지에도 답이 없는 상태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선 A씨가 최근까지 세종시장 선거에 출마가 점쳐졌던 인사의 지지모임에서 활동한 전력을 놓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