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공공 임대주택’, 질적 개선없이 양적 확대만

국민임대·10년 공공임대, 미분양 속출… 비싼 임대조건 등 '허울만 서민형 주택'

2018-02-14     이희택 기자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새 정부 들어 ‘공공 임대주택’ 양적 확대가 지속되고 있지만 질적 개선은 제자리 걸음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기업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세종시에 공급 중인 10년 공공임대와 국민임대 입주자 모집이 미달을 되풀이할 정도로 인기가 시들해서다. 임대조건이 사실상 ‘서민 맞춤형’이 아니란 볼멘 소리는 여전하다.

이런 와중에 LH는 단독주택에도 ‘임대’ 개념을 도입해 공공의 옷을 입히고 있다. 지난 5년여간 공급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적 시도로 보이지만, ‘서민’들로선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조건이다.

국민임대주택, 조건은 ‘수도권’ 수준 육박… 대전·천안·공주·청주까지 입주자 확대

12일 LH에 따르면, 세종시 새롬동(행복도시 2-2생활권) M8블록(54세대), 보람동(3-2생활권) M2블록(92세대) 국민임대주택이 지난 6일부터 추가 입주자를 모집 중이다. 자격요건에 맞는 입주자가 계속 미달되다보니 벌써 3번째 추가 모집이다. 지난해 3월부터 최장 1년 가까이 입주자 구애에 나서고 있는 셈.

새롬동 물량은 당장 오는 23일 입주를 시작하고, 보람동은 오는 8월 입주 예정이다. 무주택구성원이자 소득‧자산보유 기준은 기존과 동일하다. 이번에는 순위를 다양화해 문턱을 더욱 낮췄다.

세종시 거주자를 1순위로 해 대전과 충남 공주‧천안, 충북 청주까지 2순위를 부여했다. 세종시나 인근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3순위 자격까지 만들었다.

그런데도 번번이 입주자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 자격을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임대조건 자체가 인근 지역보다 비싸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실제 46㎡ 전‧후로 비교하면, 새롬동 국민임대는 보증금 3100만원에 월 임대료 26만 6000원, 보람동은 3250만원에 월 임대료 26만 9000원이다.

같은 시기 공급 중인 대전 동구 천동 51㎡는 2813만 5000원에 18만 3480원이다. 천안 병천 신한 국민임대는 42㎡ 기준 1150만 4000원에 7만 2660원, 부산 정관 7단지 국민임대 46㎡는 2333만 1000원에 26만 1590원이다.

수도권으로 가보면, 경기 용인 마평단지 45㎡가 2199만 3000원에 21만 1710원 수준이다. 수원 광교 국민임대 46㎡만 4190만 1000원에 28만 5100원으로 보증금이 1000만원 가까이 더 비쌌다. 

세종시 국민임대 입주조건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서민들에게 ‘세종시 미래 가치가 반영됐다’고 설명하기에는 ‘국민임대’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각종 편법을 동원해 무자격자가 국민임대에 입주하고 있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는 이유도 진짜 필요한 대상에게 적기에 공급되지 않아서다.

LH는 임대조건을 완화해 미분양을 해소하려고 하고, 그 사이를 틈타 ‘서민’의 가면을 쓴 이들이 명의를 도용해 입주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

1생활권 국민임대에 거주했던 공무원 A씨(31‧서울)는 “(지난해) 매일 출퇴근하다 보면, 차량과 옷차림새로 보아 소득기준 이상의 거주자로 의심되는 이들을 많이 목격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B씨(61‧종촌동)도 “평소 지역에서 잘 산다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 깜짝 놀랐는데, (당사자가) 모른 척 해달라고 했다”며 현행 국민임대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충청권까지 입주 대상을 확대한 점도 문제다. 인구 유입 효과 등 긍정적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수요예측 없는 양적 공급의 한계가 노출된 반증이란 지적이 나온다.

10년 공공임대 ‘인기 시들’… 허울좋은 서민형 주택

국토교통부는 최근 업무계획을 통해 건설형 7만호와 매입형 2만호, 임차형 4만호 등 모두 13만호 공공임대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표적 공공임대는 LH가 공급 중인 10년 공공임대. 소위 서민형 주택으로 알려져 있지만 허울만 ‘서민’이라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분양 전환을 두고 지난해부터 전국적 이슈가 된 사안이다.

세종시의 경우, 공급할 때마다 최소 2~3차례 이상 추가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임대 조건 자체가 주변 전세 시세보다 유리하지 않아서다.

대평동(3-1생활권) M5블록도 지난해 말 잔여세대 335호를 추가 모집했다. 최초 공급 물량 1438호의 1/4 수준이다. 2016년 9월 첫 모집 이후 1년 3개월 동안 3차례 공고 끝에 계약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

이마저도 입주자 저축 가입과 과거 당첨 사실여부, 세종시 거주여부 등 진입장벽을 대거 해소한 뒤였다.

임대료는 ▲57㎡ 기준 보증금 3900만원에 월45만원(최대 7800만원에 월25만 5000원) ▲59㎡ 기준 보증금 4300만원에 월47만원(최대 8500만원에 월26만원) 수준이다.

최근 공급되는 세종시 아파트 전세 가격은 59㎡ 기준 최소 9000만원에서 1억2000만 원 선까지 형성돼 있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공공임대의 메리트를 느낄 수 없는 구조다.

새 정부 들어 최대 1% 수준까지 떨어진 대출금리 혜택을 볼 수 있는 신혼부부나 생애최초, 생계형 입주 예정자들 입장에선 굳이 공공임대를 택할 이유가 없다.

타 지역의 경우, ▲경기 파주 운정 59㎡ 기준 보증금 5000만원, 월44만원(최대 1억원에 월 19만원) ▲대전 노은3지구 A3블록 59㎡ 기준 4006만 3000원, 월54만 9800원(최대 7806만원에 월 35만 9800원) ▲충남 논산 내동2지구 1단지 59㎡ 3213만 5000원에 월 42만원(최대 8213만원에 월 17만원) 수준이다. 세종시는 노은3지구에 비해 다소 높고, 경기 파주 수준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10년 뒤 그 주택을 안정적으로 내 손에 거머쥘 수 있는 가능성도 희박하다. 말로는 10년 임대기간 종료 후 분양 전환돼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있는 주택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분양 전환 시점이 되면 분양가가 주변 시세에 육박하기 마련. 감정평가자 2인의 해당 주택 감정평가금을 산술평균한 금액 규정에 따른다. 막연히 10년간 임대료를 꼬박꼬박 내면 내 집 마련이 가능할 것이란 희망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서민형 주택이 아니라 LH 맞춤형 주택이란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초 주택가격과 감정평가 1인의 평가금을 산술평균하는 5년 임대 기준을 동일 적용해달라는 요구는 이 때문이다.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공공임대 주택 거주자들은 새해 들어서도 1인 시위 등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공공임대 분양 전환 개선’ 대선 공약 이행 ▲10년 공공임대 분양가 상한제 실시 등이 요구사항이다.

전국 LH 중소형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연합회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서도 질적 공공임대 공급제도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서민을 위한 10년 공공임대 아파트를 만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찬영 세종시의원은 “세종시 공공임대 아파트 조건도 남 일이 아니다. 2022년이 되면 첫마을도 수도권 주민이 겪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공공임대란 이름에 걸맞은 임대조건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LH, 이번에는 공공의 이름으로 ‘임대 단독주택’ 공급 

LH는 최근 세종시 행복도시(60세대)와 김포한강 신도시(120세대), 오산세교(118세대)에 ‘로렌하우스’란 이름의 임대 단독주택 모델을 공급한 바 있다.

행복도시는 고운동(1-1생활권) B12 특별계획구역에 전용 85㎡ 60세대를 공급했다. 지난 9일까지 접수를 마감하고, 지난 12일 당첨자를 발표했다.

앞서 진행된 노부모 부양 10세대와 다자녀 10세대 특별공급 경쟁률은 평균 6대1이었고, 40세대 일반공급은 85㎡ B타입이 24.8대1로 가장 높았다.

김포한강이 85㎡ D타입에서 6.9대1, 오산세교가 84㎡ A타입에서 3.2대1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수도권보다 관심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

3개 지역 전 단지 평균 경쟁률은 7.3대1로 집계됐다.

행복도시의 경우, 지난 5년여간 단독주택 공급 활성화가 부진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공급에 나섰다.

문제는 임대조건이다. LH가 공급하는 임대 단독주택이지만 임대보증금 2억 5000만원에 월 임대료 48만원에서 51만원이다. 임대보증금을 1억 5000만원까지 낮추면, 월 임대료는 최대 92만 7000원까지 늘어난다. "비싸다"는 체감지수가 장점을 가리는 게 사실이다.

LH는 제로에너지 주택을 표방하는 만큼, 연간 냉·난방비 비용 65% 절감 효과를 어필하고 있다. 

인근 고운동 아파트 84㎡가 최근 보증금 1000~2000만 원에 월50만원선에 임대된 점을 감안하면, 보증금 부담이 훨씬 크다. 

선납 할인도 없고, 매년 관련 특별법에 따라 5% 내 범위에서 임대료 조정도 가능하다. 4년 의무 임대 후 미래도 불투명하다. 임대사업자에게 일괄 매각이 가능해 추가 인상 우려가 있다.

임대가 아닌 기존 단독주택 공급도 서민들이 눈독(?) 들일 수 있는 주택형은 아니다. 토지 매입부터 건축까지 최소 5억 원 이상의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

시민 배관범(고운동‧53) 씨는 “평소 단독주택에 살고 싶은 마음이 있어 LH 임대형 주택에 관심을 가졌지만 진입장벽이 너무 높았다. 부자만을 위한 주택”이라고 했다.

LH 관계자는 "마당과 주차장이 제공되는 만큼, 주거 면적을 84㎡로 한정해서 봐선 안된다"며 "특성화된 단독주택사업으로 고려하면 저렴한 임대조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