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도 힘든데", 세종택시앱마저 내년 초 서비스 중단

출시 2년여 만에 민간택시앱과 경쟁서 밀려… 갈수록 줄어드는 이용자, 예산 투입 한계

2017-12-08     이희택 기자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새롬동에 사는 박모(37·여)씨는 8일 오전 8시경 어진동 정부세종청사로 출근하던 중 낭패를 겪었다. 세종택시앱과 카카오택시앱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했으나 호출에 응답하는 택시가 없었기 때문.

세종시에서 여전히 택시잡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출·퇴근 시간대나 비알티(BRT) 중심도로에서 먼 생활권은 택시를 탈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

이런 와중에 ‘세종택시앱’ 서비스마저 출시 2년여 만인 내년 초부터 중단된다.

세종시가 지난 2015년 11월 시민 이용편의 확대를 위해 야심차게 도입했으나, 민간택시앱과 경쟁이 되지 못했다. 택시 이용 패턴 변화에 발맞춘 시의적절한 예산 투자와 홍보 등의 뒷받침도 부족했다.

8일 시에 따르면, 세종택시앱은 지난해 6월 가입자 1만여 명을 돌파한 데 이어 이용 초기 월평균 약 8000콜로 활성화 단계에 진입했다. 카카오와 티맵택시 등 민간택시앱과 점유율 싸움에서도 40% 수준 확보로 성공 가도를 달리는 듯 했다.

연간 5400만 원에서 7000만 원 수준의 효율적 예산투입으로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목적지를 입력하지 않도록 해 ‘승차 거부’ 가능성을 줄였고, 어린이‧여성‧노약자 등을 위한 안심귀가 서비스, 시 등록 기사 운행 등의 장점이 시장 수요에 반영됐다.

하지만 그 사이 카카오앱은 택시와 블랙(고급택시), 드라이버(대리운전), 주차, 내비게이션 기능을 하나로 모은 ‘카카오T’앱으로 중무장했다. 카드 등록만으로 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도 이용객 편의를 한껏 높였다.

시는 무작정 예산을 확대할 수 없었다. 일정 부분 예상했던 과정이고 경쟁구도에 자신감도 있었지만, 다시 한 번 높은 벽을 실감했다. 

그 사이 콜 건수가 지난해 월 평균 8223건에서 올해 5222건으로 크게 줄었다. 가입자 수도 지난 달 기준 2만 2075명으로 시민 7~8%에 머물렀다.

민간택시앱에 접속한 택시기사들의 근거리 승차 거부가 여전하다는 분석이지만 좀처럼 수요가 세종택시앱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올 상반기 새로 도입된 ‘콜택시앱’도 세종택시앱 수명을 단축시켰다. 지역 5개 택시 법인이 세종시 보조금 기반으로 만든 ‘택시타요(세종콜)’다. 자신의 현 위치를 어플로 전송한 뒤 목적지를 입력하고 ‘택시호출’ 메뉴를 누르면 맞춤형 기사가 출동한다. 세종콜(044-862-5000)로 직접 전화해도 된다.

아직 활성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지만, 내년 택시 70대 증차가 이뤄지면 세종콜에 합류하는 개인택시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 입장에선 연간 2억 원에 가까운 수수료 보전비가 부담이다. 별도 콜 장비도 지원해야 한다.

택시 이용 편의가 ‘세종택시앱’보다 크게 나아지면 그나마 다행이다. 세종콜 사업마저도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경우, 예산 낭비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 세종콜앱을 이용한 택시 호출 역시 '승차거부' 가능성을 안고 있다.

시가 내년 초 사업 중단 이후 6개월간 기존 가입자에 한해 앱을 유지키로 한 배경이다. ‘세종택시앱’의 복원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얘기다.

시 관계자는 “교통 변화와 여건을 예의주시하면서, ‘세종택시앱’ 사업 재개를 늘 염두에 둘 것”이라며 “현재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기술적으로 크게 문제시될 부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014년 12월 경기 고양시의 ‘고양이택시앱’은 민간시장과 경쟁을 어느 정도 이겨내며 유지되고 있다. 또 서울시는 최근 승객 골라 태우기 방지앱 성격의 ‘지브로앱’을 출시하고 서울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