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시 신호등·정지선 간격 축소 정책 변화 '예고'

행복청, "비보호 좌회전 확대" 불구 극히 일부분 지적도… 권익위 33개 지점 신호등 개선 권고 수용키로

2017-11-16     이희택 기자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에는 유독 짧은 거리에 다량의 신호등이 배치돼 있다. 차량 속도 저감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운전자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게 되니 짜증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는 노약자, 어린이 등 보행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취지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차량 정지선을 물리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적용해오던 ‘신호등과 정지선 간격 축소’ 정책에 변화가 예고됐다. 시행 5년여 만이다.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는 단점이 더 크다는 판단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짧은 거리에 다량의 신호등 배치’와 ‘정지선과 신호등간 간격 축소’가 도입 취지와 상충되는 민원의 벽에 막혀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행복청과 세종시는 16일 교통흐름 개선과 연료 효율화를 위해 비보호 좌회전 신호 지점을 확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좌회전 교통량이 많지 않은 교차로에서 별도의 좌회전 신호를 사용하지 않고, 직진신호 시 운전자 판단에 따라 좌회전을 허용하겠다는 얘기다. 교차로 신호 대기시간 30% 이상 단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행복청의 설명.

유럽연합과 미국, 캐나다 등 교통 선진국에선 보편화됐으나, 세종시는 교통약자 보호와 사고 감소 등 교통안전 기조에 따라 현재의 교통체계를 유지해왔다.

적용지점은 시청 인근 소담동 남세종로 3개 교차로(11월 말)와 정부세종청사 인근 다솜2‧3로(12월 말)다. 차량 지체와 보행자 대기시간 감축을 위해 신호주기도 140초에서 70초로 단축한다.

행복청 관계자는 “비보호 좌회전은 신호 준수와 주의 운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신호와 속도를 반드시 준수하고 양보‧배려 운전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번 개선 조치는 행복도시 내 차량 통행이 제한적인 극히 일부분에 적용한 것으로, 생활권별 신호등 과다 지점 개선에 대한 민원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박모 씨(도담동)는 “행복도시 내 골목골목 신호등이 지나치게 많다. 한누리대로 일부 지점의 경우, 660m 내에 무려 4개의 신호를 거쳐야 한다”며 “이처럼 연속 진행을 저해하는 요인들은 과속과 신호 위반을 부추겨 사고 위험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권익위는 지난 달 행복도시 내 교차로 23개와 횡단보도 10개 등 모두 33개 지점의 신호등 개선 권고를 했다. 정지선과 신호등간 간격이 짧은 곳들이다.

행복청이 초기 건설 단계부터 혁신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했으나, 지속적인 민원 제기와 함께 개선이 불가피해졌다.

신호등과 정지선간 거리가 최소 2.5m에서 최대 9.3m에 불과해 차량이 정지선에 정차하더라도 운전자가 신호등을 적기에 인지하기 어렵다는 게 권익위의 판단이다. 실제 많은 운전자들은 이 지점에서 녹색 신호 전환 시,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거나 후속 차량의 짜증(?) 섞인 경적 소리를 들은 뒤에야 출발하는 불편을 오랜 기간 겪어 왔다.

대상 신호등은 ▲고운동 교차로 5개 ▲도담동 교차로 교차로 5개, 횡단보도 2개 ▲어진동 교차로 5개, 횡단보도 2개 ▲S-1(총리공관 인근) 교차로 2개 ▲나성동 주변 BRT 횡단보도 6개 ▲한솔동 교차로 2개 ▲대평동 교차로 1개 ▲소담동 교차로 1개 ▲보람동 교차로 2개 등이다. 

세종시와 세종경찰서 등 관계 기관은 권익위의 이 같은 권고를 수용키로 했다.

관계기관은 올해 17개, 내년 16개 신호등에 대한 순차적인 개선 조치를 추진키로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행복청이 짧은 기간 기반시설을 조성하면서, 주민 편의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민원이 발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