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행정수도’ 개헌, 최후의 카드는?

6일 국회 '행정수도 개헌 국회 대토론회서 다양한 해법 제시… '수도 개념 분리' 공감대 확산

2017-11-06     이희택 기자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대한민국 수도는 세종시로 한다.” (헌법에 새로운 규정 신설)

“대한민국의 수도(또는 국가‧국기‧수도 등)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헌법 규정 뒤 법률에 위임 I)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에 둔다. 다만,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별도의 행정수도를 둘 수 있다. (헌법 규정 뒤 법률에 위임 II)”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며, 행정수도를 세종에 둔다. 수도와 행정수도의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는 법률로 정한다.(헌법 제3조 - 영토조항 또는 10조 - 총강 또는 117조(지방자치 규정) 또는 130조 - 국가의 상징 개정)”

“수도 지정을 위한 국민투표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세종시 조례로 행정수도 선언의 입법적 선언을 제시하는 방안도 출발점으로 고려할 수 있다.”

‘세종시=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고려해볼 수 있는 다각적인 카드다. 6일 오후 2시 서울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행정수도 개헌 국회 대토론회’에서 부각됐다.

어떤 카드가 최선일까. 개헌안을 함께 다룰 내년 6월 지방선거를 7개월여 앞두고 민‧관‧정이 한 자리에 모여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행정수도 완성’을 결정할 가장 이상적 카드는?

이상적인 카드는 단연 지난 2004년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 조치법에 규정된 ‘대한민국 수도는 세종특별자치시에 둔다’로 모아진다. 1390년 조선 왕조 출범 이래 굳어진 수도 서울의 600여년 지위를 세종시로 완전히 넘겨주자는 얘기다.

이는 수도권의 거센 저항과 ‘관습헌법’을 근거로 위헌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에 의해 좌절된 바 있다.

상황은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언제든지 수도권의 반대에 부딪칠 수 있고, 여야 모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수도 개헌’을 부각시키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감안한 듯 후보시절부터 ‘국민이 원한다면 (수도 이전)’이란 단서 조항을 달았다. 여야의 완전한 합의도 필요하다. 개헌이 되려면 국회의원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해서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세종시는 현재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어정쩡한 사업으로 전락했다. 당초 목적을 포기해야할 것인지, (행정수도로) 제대로 갈 것인지 기로에 서있다”며 “국회 분원과 청와대 제2집무실 이전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은 대한민국을 총체적으로 대표하고 상징하는 ‘국가상징도시’로 하되, 세종시는 국회 본원과 청와대 집무실 이전을 포함한 정치행정수도의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수정 공주대 교수는 “행정수도는 수도권 과밀화 방지 및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탄생했다”며 “행정수도 이전이 결코 현재 수도권의 쇠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뉴욕이나 상해, 시드니 등 다른 나라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며 개헌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국회 내 2/3 동의가 첨예한 의견대립으로 어려울 경우, 수도 지정의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실적 카드는 수도 개념의 분리… 헌법 아닌 법률로 위임

내년 개헌 시점에 일단 ‘행정수도 완성’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서울은 상징수도(경제수도 개념 포함), 세종은 (정치)행정수도로 분리하는 현실적 카드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헌법 제3조(영토조항) 또는 10조(총강) 또는 117조(지방자치 규정) 또는 130조(국가의 상징)에 명문화하는 방안이다. 어떤 조항에든 이중수도 개념을 담되, ‘(수도와 행정수도의)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는 법률로 정’하자는 주장이다. 미국의 뉴욕과 워싱턴 D.C.가 그 사례다.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제안했던 문화수도(광주), 해양수도(부산), 과학수도(대전) 등 수도의 개념을 확장하는 것도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됐다.

보다 소극적인 방안이나 개헌 통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도 모색되고 있다. 헌법에 수도 개념을 명문화하지 못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수도(또는 국가‧국기‧수도 등)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포괄적 조항을 집어넣는 방식이다. 해당 법률은 세종시특별법, 행복도시특별법, 국회법 등이다.

이 조항 앞에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에 둔다’는 내용을 덧붙이는 안도 검토되고 있는데, 이는 개헌안 통과 가능성을 더욱 높일 것이란 분석이다.

강현철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헌법에 직접 세종시를 수도로 지정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나 개정 과정의 어려움이 크다”며 “수도 개념의 분리가 적절한 타협점으로 가능한 부분이나, 개헌 이후 국회와 청와대 등의 완전한 이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야 실질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개헌 실패’라는 최악의 경우도 고려해야

‘행정수도’ 개헌이 실패할 경우의 수는 크게 2가지다.

우선순위에서 지방분권과 기본권 등의 조항에 밀려 개헌안 자체에 담기지 못하거나 첨예한 정치 대결 구도 속에 아예 부결되는 경우다.

실제 현재 분위기만 놓고 보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다.

임석규 한겨레 논설위원은 “현재 개헌 초점이 기본권과 지방분권에 맞춰지고 있다. 권력구조 개편과 행정수도 개헌안은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고 했다. “바른정당 탈당과 함께 자유한국당이 개헌 저지 의석을 확보했다. 또 다른 변수”라고도 했다.

임 논설위원은 ‘공론 조사’ 도입을 제안했다. 공론조사는 찬‧반 양측이 같은 수로 모집한 선거인단에게 두 가지 사안의 정보를 제공하고 지지 의견을 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현재 행정수도 개헌에 관련한 공론화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개헌의 여론화가 필수적이란 뜻이다.
 
이민원 광주대 교수는 법률 개정을 또 다른 대안으로 손꼽았다.

그는 “완전한 수도로 나아가야 마땅하나 개헌 실패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지방자치법과 세종시특별법 개정안을 검토하거나 세종시 자체적인 행정수도 조례 제정안도 찾아봐야 한다”고 했다.

가령 ‘세종시는 정부 직할로 두되, 이 법에서 정하는 범위에서 행정수도로서 특수한 지위를 가진다’는 내용으로 세종시특별법을 개정할 수 있다.

더불어 ▲국회 분원과 청와대 제2집무실 설치 ▲감사원과 국가인권위원회, 여성가족부, 대통령 직속위원회 등 잔여 기관의 세종시 이전 ▲세종시를 국내‧외 교통의 중심으로 전환 등의 차선책 마련을 요구했다.

오동석 아주대 교수는 “세종시가 헌법 또는 법률 개정을 통해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데 이견은 없다”며 “다만 헌법 개정은 다양한 정치세력이 정치적 타협의 예술을 통해 균형과 조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박진완 경북대 교수는 “세종시 행정수도 헌법 개정안은 수도권의 과도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집중에 따른 균형발전 및 수도의 각 지역별 등가성 저해, 국가안보적 취약성 등을 해소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통일 이후에도 이 같은 의미는 유효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밖에 행정부와 입법부간 행정 효율화 관점에서 국회 본원의 이전부터 추진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