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가시밭길, 그 끝의 영광을 좇다

[박한표의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25-4>헤라클레스의 선택

2017-11-03     박한표

헤라클레스는 헤라 여신이 세운 하수인 밑에서 12년 동안이나 12가지 미션을 치르게 된다. 그 하수인은 에우리스테우스다. 숙부 스테넬로스의 아들로 암피트리온이 테베를 떠난 직후 아르고스의 지배자 자리를 차지한다.

헤라클레스가 아르고스의 지배자가(미케네의 왕이) 되는 것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헤라가 서둘러 니키페로부터 태어나게 한 칠삭둥이다. 그는 인간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12가지 미션을 명령한다. 영생불사를 얻었다는 괴물, 그래서 인간의 손으로는 죽일 수도 없다는 괴물들과 싸움을 붙인다.

첫 번째 미션은 네메아 계곡의 사자 가죽을 가져오라는 것이었다.

성미가 흉악하기 짝이 없고 나타남과 사라짐이 신출귀몰인 사자괴물이다. 머리는 사자, 꼬리는 용, 허리는 염소 모양을 한 채 불을 뿜는 괴물이다. 헤라 여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네메아 골짜기에 풀어 놓았다.

화살이 튕겨나갈 정도로 강한 살갗을 가진 맹수였다. 그래서 ‘목조르기의 달인’이었던 헤라클레스가 꼭 30일 동안 목을 조르고 있다가 그 괴물을 죽일 수밖에 없다. 그 때 헤라클레스의 무기는 올리브 나무 몽둥이였다.

훗날, 도둑이 그 몽둥이를 훔치는 데 들고 가지 못하고 질질 끌고 갈 정도로 크고 무거웠다. 헤라클레스는 그 몽둥이로 머리를 친 다음, 동굴로 몰고 가 30일 동안 목을 졸라 죽인다. 30일 동안 잠 한 숨도 자지 못하고,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사자의 목을 조르고 있었던 것이다.

타나토스(죽음)를 죽이려면 먼저 휘프노스(잠)와 싸워 이겨야 한다. 죽음의 신 타나토스와 잠의 신 휘프노스는 한 집안이다. 이때부터 헤라클레스는 ‘목조르기의 달인’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헤라클레스 패션이 고정된다. 손에는 올리브 나무 몽둥이, 옷으로는 사자 가죽을 걸치고, 모자로는 사자의 머리 가죽이다.

네메아의 사자를 죽이고 아르고스로 돌아가던 헤라클레스는 이상한 일을 겪는다. 갈림길에서 아름다운 두 여인이 헤라클레스를 유혹한다. 이 이야기의 출처는 소피스트 프로디코스의 <갈림길의 헤라클레스>다.

“저를 따라 오시지요. 저를 따라오시면 길이 험하기는 합니다. 무수히 싸워야 하고 무수한 고통을 겪어야 하지만 결국은 이것이 영광의 길입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이 길에 있는 여인은 ‘미덕’이라는 이름의 여인인데, 우리는 아테나 여신으로 알고 있다.

“저를 따라 오시지요. 저를 따라 오셔야 편안한 길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저를 따라오셔야 편안하고 사치스러운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 좋은 세상에서 왜 고통스럽게 싸워야 합니까? 저를 따라오시지요.” 이 길에 있는 여인은 ‘악덕’이라는 이름의 여인이다. 흔히 아프로디테 여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갈림길에서 헤라클레스는 ‘미덕’의 길을 따른다. 험한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것이 바로 영광에 이르는 길이다. 이것을 우리는 ‘헤라클레스의 선택’이라 부른다, 이 말은 인생에서 쉽지만 타락한 길이 아니라, 힘들지만 바른 길을 택하는 중요한 결단을 의미한다.

두 번째 미션은 레르네 늪의 괴물 히드라를 퇴치하라는 것이었다.

히드라는 티폰의 자식으로 머리가 9개나 달린 물뱀이다. 특히 머리를 잘라내도 계속 새로운 머리가 자라기 때문에 처치하기 어려운 괴물이다.

조카 이올라오스(이피클레스의 아들)의 도움으로 이 미션을 완수한다. 훗날 이 히드라의 독, 다시 말하면 히드라의 독을 화살촉에 발라 만든 독화살로 두 차례 곤욕을 치른다. 이 화살로 스승인 현명한 켄타우로스 케이론을 죽이고, 아내를 검탈하려는 자를 죽임으로써 히드라의 덫에 걸리고 마는 최후를 만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