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개헌’ 보이콧 전술, 대전 택시업계 속내는?

세종시로 순이동 인구 전국 1위 ‘악재’… 대전 “최소한의 상생 절실” VS 세종 “아직 시기상조”

2017-10-20     이희택 기자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세종시 출범 원년인 지난 2012년부터 지난 8월까지 인근 대전시와 충남‧북도에서 세종시로 순 이동한 인구는 얼마나 될까.

대전 6만 6880명, 충남 1만 6741명, 충북 1만 7956명 등 모두 10만 1577명에 달한다. 이들이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대부분 편입됐다고 볼 때, 행복도시 인구(17만 3504명)의 58.5%를 충청권이 채웠다.

대전은 전국 17개 시‧도별 순이동 인구 중 가장 큰 비중(38.5%)을 차지한다. 서울 1만 9059명, 인천 3665명, 경기 2만 5217명 등 수도권 순이동 인구를 모두 더한 수치(4만 7941명)보다도 1만 8939명이나 많다.

대전시 택시업계가 노골적인 불만과 함께 ‘행정수도 개헌 보이콧’이란 벼랑 끝 전술로 나오는 배경이다.

세종특별자치시의 출범 취지가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에 있는데, 수도권보다 많은 인구를 세종시가 흡수했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수요가 줄어 174대를 감차했고, 1대당 3000여만 원 수준인 53억여 원을 출연하는 경제적 고통도 감내했다는 게 대전 택시업계의 하소연이다.

대전 택시업계 관계자는 “대전 인구가 계속 빠져나가는 걸 지켜보면서, 세종시에 수년 전부터 상생 방안 마련을 제안했다”며 “하지만 세종시와 택시업계는 이를 무시했다”고 성토했다.

대전 택시업계는 세종시 출범 초기 상생 협력의 결실로 맺어진 ‘한솔동~반석동 공동 구역 정류장’ 협정도 깨진 지 오래됐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대전에서 손님을 태우고 세종으로 왔다가, 다시 세종에서 대전으로 이동하려는 손님을 태우려하면 세종택시가 경적을 울리고 고발하겠다고 협박을 일삼는다며 볼멘소리도 내놨다.

대전 택시업계는 세종시가 '업무구역 확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11월 11일부터 '행정수도 개헌' 반대 구호를 차량에 부착하고 운행하겠다고 선전포고했다. 내년부터는 영세사업자와 소상공인 등과 연대해 목소리를 키울 계획도 세웠다. 충청권까지 범위를 점차 확대해 실질적 상생협력을 강력히 촉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대전시도 지역 택시업계의 움직임에 타당성이 있다고 보고, 세종시와 대안 마련 등을 위한 협의 진행을 검토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충북 청주시처럼 국토부에 ‘공동 영업구역 허용’ 신청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속내는 '공동 영업구역 허용' 관철에 있는 것은 아녀 보인다. 세종시 전 지역을 영업구역으로 확대해달라는 자신들의 요구에 무리가 있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어서다.

출범 초기 한솔동 첫마을만 있을 때 적용했던 공동 구역(Bay)을 조금 더 확대하고, 세종에 왔다가 대전으로 나갈 때만이라도 ‘귀로 영업’을 허용해달라는 게 이들의 실질적인 요구사항인 셈. 

비알티(BRT)가 대전과 세종, 오송을 오가며 광역교통의 역할을 수행하고 그 범위를 넓혀가는 것처럼, 택시도 또 하나의 상생 교통수단으로 받아들여 달라는 바람이 깔려 있다. 비알티를 타고 대전 지하철로 갈아타거나 그 반대일 때 ‘무료 환승’을 상호간 지원하는 개념과 동일선상이란 설명도 덧붙이고 있다.

대전은 지난 달 기준 택시 1대당 174명의 승객 수요를 갖고 있는데 반해, 세종시는 962명으로 5.5배나 많은 수요를 갖고 있다. 조금만 나눔의 상생을 실천해도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전 택시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세종시가 조금만 상생의 문호를 열어줘도 되는데, 너무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한다”며 “그렇게 풀어놔도 세종시를 오갈 수 있는 대전 택시가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요구마저 세종이 외면하고 오히려 내년 초 70대 증차 효과만을 누리려하는 모습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11월 11일까지 세종시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 지는 미지수다.

세종시 택시업계는 결사 반대 입장이다. 내년 초까지 많아야 352대에 불과한데, 대전의 8667대와 충북 청주의 4000여대의 공동 영업을 허용할 경우 고사 직전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더욱이 지난 1월 발족한 국토교통부 소속 ‘사업구역 조정위원회’가 이 같은 결정 권한을 위임받은 상태라 자칫 장벽이 허물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청주시와 대전시가 택시정책 실패를 세종시에서 만회하려는 꼼수란 해석도 내놨다.

대전시가 주장하는 한솔동 공동 구역 정류장 역시 ‘귀로 영업’ 허용의 개념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대전택시가 미터기 대신 자의적으로 산정한 요금을 부과하면서, 이를 단속하기 위한 개념으로 구역을 설정했다는 반론이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청주와 공주 택시업계, 전의면 지역의 천안 택시업계 등도 대전의 진출만을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세종시 택시업계 관계자는 “출범 초기 빈 택시로 신도시를 오가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택시 영업을 해왔다”며 “세종시가 대중교통 중심도시로 변모하고 있는 점도 악재다. 세종시 인구와 규모가 좀 더 성장한 뒤에 (공동 사업구역을) 검토할 문제다. 택시 총량을 억제하며 합리적으로 조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반박했다. 

다양한 지역민이 유입된 세종시민들은 이번 논란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택시 잡기가 어렵다는 불만과 함께 증차 확대를 요구하는가 하면, 인근 지역 택시업계가 ‘행정수도 개헌’을 볼모로 잡는 것에 대한 적개심도 표출하고 있다.

행정수도 개헌이 최대 현안인 만큼, 충청권 4개 시‧도가 지혜를 모아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한다는 합리적 의견을 제시하는 여론도 나타나고 있다.

운명의 행정수도 개헌 시점을 8개월여 앞두고, ‘충청권 상생 협력’이 더욱 절실한 과제로 다가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