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 세종교통 '고사 작전'

[세종포스트 논단] 이해할 수 없는 세종시 대중교통행정

2017-10-13     김학용

삼성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도 있고, 애플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도 있다. 개인의 취향이나 용도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자동차도 컴퓨터도 치킨도 피자도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골라서’ 살 수 있다.

물건만이 아니라 ‘대학’ ‘병원’같은 서비스 품목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골라서’ 살 수 있는 것은 이런 제품을 만드는 - 혹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 곳이 최소한 2군데 이상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삼성과 애플이 경쟁하기 때문에 그래도 비교적 덜 비싸게 사 쓸 수 있다. 스마트폰을 한 업체에서만 독점으로 공급한다면 더 비싼 값으로 사서 써야 한다. 품질 개선 속도도 훨씬 더딜 것이다. 모든 소비자가 내 회사 것을 쓸 수밖에 없는데 굳이 기술연구에 많은 비용을 투자할 이유가 없다. 경쟁은 일반적으로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쓸 수 있도록 한다.

국민의 입장에서 시·도지사나 대통령도 이런 식의 선택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시도지사와 대통령을 최소한 2명씩 둔다면 여러 중요한 정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원전(原電)을 두는 게 나은 지 없애는 게 나은 지, 혹은 호수공원을 하는 게 나은 지 아닌지 를 동시에 선택 가능하게 할 수 있다면 정책의 효율성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국민과 시민들이 갈등을 겪을 필요도 없다. 마치 갤럭시 사용자와 아이폰 사용자가 다툴 이유가 없듯, 정책 갈등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정치’나 ‘행정’은 스마트폰처럼 동시 선택이 불가능한 서비스 품목이다. 정치, 행정은 국민들이 대통령과 시도지사를 선택해서 일정기간 맡기는 방법으로 국민들이 소비하는 서비스 품목이라 할 수 있다. 아쉽게도 정치나 행정은 스마트폰과는 달리 어느 한 쪽의 정책을 선택하면 다른 한쪽은 선택이 불가능한 배타적 선택 시스템이다.

따라서 원전에 찬성하는 대통령도 뽑고 반대하는 대통령도 뽑아서 어느 것이 더 나은 지 비교하는 건 불가능하다. 호수공원을 하겠다는 시장과 안하겠다는 시장을 동시에 뽑을 수도 없다.

지금 세종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내버스 분쟁’은 이런 점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세종시에는 세종교통이란 민간 시내버스 업체 한 곳이 운행을 맡아왔다. 여기에 세종시가 교통공사를 만들어 뛰어들었다.

세종교통이 최근 버스 노선까지 반납하며 반발하는 것은 경쟁 조건에 관한 최소한의 규약 마련도 없이 세종시가 무작정 들어오기 때문이다. 교통행정에 관한 한 갑(甲)인 세종시가 직접 장사를 하겠다고 나서면 을(乙)인 세종교통은 금방 망할 수 있다.

세종시와 세종교통이 공정한 서비스 경쟁만 가능하다면 시민들은 ‘세종시 서비스’가 나은지 ‘세종교통 서비스’가 나은지 비교할 수 있다. 비용에선 어느 쪽이 경제적인지, 서비스 수준에선 어느 쪽이 유리한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제대로 된 경쟁을 한다면 시민들은 시내버스에 관한 한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공정성만 보장된다면 경쟁할 용의가 있다는 게 세종교통의 입장이다. 72개 버스노선을 공정하게 나눠 맡을 수 있다면 기꺼이 선의의 경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세종시 생각은 다른 것 같다. 교통공사 설립을 위한 용역의 당초 취지가 ‘완전 버스공영제’였다고 한다. 민간 업체는 없어진다는 뜻이다. 세종시는 우선 유일한 흑자 노선인 비알티(BRT) 노선부터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세종교통은 연간 대략 180억 원을 지출하면서 100억 원 정도만 벌어들이고 있다. 수익금 가운데 3분의 1은 비알티노선에서 올리고 있다.

세종교통은 이 노선을 내놓으면 시가 어떻게 보전을 해줄 것인지를 아직 약속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가 유일한 흑자노선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므로 ‘세종시가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 것 아닌가’하고 의심하고 있다. 세종시가 요구하는 비알티 노선 반납에 불응하며 법원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법원(1심)은 세종교통의 손을 들어주었다.

시내버스 노선은 시장이 한번 허가를 해주면 시장 맘대로 거둬들일 수 없는 특허재산(사유재산권)으로 인정된다. 세종교통의 결정적인 귀책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세종시가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세종시는 비알티 노선 환수를 전제로 교통공사를 만들어 버스공영제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연기군에서 세종특별시로 커지면서, 세종교통은 ‘시골 버스’에서 ‘특별시 시내버스’로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연기군 시절 40여대에 불과했던 차량 대수도 130대 이상으로 늘어나 있다. 그 과정에서 자본도 더 필요했고 새 인력을 조달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불친절 등 서비스 개선이 안 된다는 시민 불만은 계속됐다. 업체 관계자도 이 점은 어느 정도 시인하고 있다.

교통공사 출범의 명분일 수 있다. 그러나 교통공사가 만능은 아닐 뿐 아니라 위험성도 있다. 돈이 훨씬 더 들고 서비스 품질이 반드시 좋다는 보장도 없다. 기본적으로 친절이나 서비스에선 공공 부분이 민간을 따라갈 수가 없다. 일시적으로 그럴 수는 있어도 공공 서비스가 민간 서비스를 따라 가기는 힘들다. 그게 가능하려면 훨씬 높은 비용이 요구된다.

대도시들조차 버스를 위한 교통공사는 만들지 않고 있다. 비용 때문이다. 과거 어떤 대전시장 후보는 교통공사를 만들어 시내버스를 흡수하는 공약을 검토했으나 엄청난 비용 증가 때문에 포기했다. 지금 세종시가 만든 교통공사도 기본적으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세종시가 교통공사를 설립한 명분에 비용의 문제까지 포함돼 있는지는 의문이다. 돈을 비싸게 들여 좋은 제품을 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교통공사는 그럴 우려가 크다.

교통공사나 민간회사 어느 한쪽만 유지하는 것보다 공정 경쟁을 통해 경제성도 확보하면서 서비스를 높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려면 세종시와 세종교통은 어떤 식으로든 대화를 통해 협약을 이끌어 내야 한다. 세종교통이 서비스 수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바로 없애버릴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위험한 발상이다. 업체를 고사시킬 생각이 아니라면 대화를 통해 답을 찾아야 한다.

노선 환수 요구 문제에는 도심지 주민과 시골 지역 주민에 대한 세종시의 차별 인식이 깔려 있다. 세종교통의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는 게 교통공사를 만들고 있는 명분인데 ‘수준 떨어지는’세종교통만 시골 위주로 운행한다면 차별이다. 시골 주민들은 수준 떨어지는 세종교통을 타도 되고 도심지 주민들에겐 더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는 발상 아닌가?

보조금을 제대로 줬느니 안 줬느니 하는 것은 감정 문제로 보인다. 세종시 쪽에서 보조금의 용처를 꼼꼼이 따져보고 있는 만큼 회계의 투명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종시는 시내버스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기본 입장을 분명하게 하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 최종 기준은 경제성을 확보하면서도 서비스 개선을 개선하는 데 있다. 교통공사를 출범시킨 만큼 세종교통과 경쟁을 통해 서비스를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민간'과 '공영' '두 제품'이 경쟁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