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확대’ 중심 10년 공공임대, 이대로는 안 된다

행복도시 등 전국 입주민 3만명 서명, 행동전 예고… 진짜 서민 위한 주거대책 마련 촉구

2017-08-25     이희택 기자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중심으로 공급하는 ‘10년 공공임대 아파트’의 내실화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10년 공공임대 아파트의 첫 분양 전환이 서울 월계‧면목‧신사동과 경기 성남 판교부터 시작되면서 잠재된 허와 실이 드러나고 있어서다.

때마침 새 정부가 임기 말인 2022년까지 신혼부부 공공임대 20만호 등 모두 65만호를 추가 공급키로 하면서, 문제의 본질이 더욱 부각되는 모양새다.

공공임대 주택보급 확대는 외견상 내 집 마련 꿈에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적 확대에서 질적 거주여건 마련으로 정책방향이 옮겨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 입주민들은 공공임대의 맹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서민이 부담하기에 비싼 보증금과 월 임대료는 차치하더라도 10년 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받아 내 집 마련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여지없이 깨졌기 때문이다.

참다못한 전국의 공공임대 입주자들이 들불처럼 제도개선을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종시’로 몰려들 전국 공공임대 거주자들, 왜?

전국 LH 중소형 10년 공공임대 아파트연합회(회장 김동령)는 최근 경기‧서울‧인천‧대구‧부산‧세종‧전남‧전북‧제주에 산재한 51개 단지 입주민을 상대로 ‘10년 공공임대 제도 개선’을 위한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

3만 1000명이 운동에 동참했고, 연합회는 오는 31일  정부세종청사 내 국토교통부를 방문해 입주민들의 의사를 전달할 계획이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도 한솔동 첫마을 2‧4‧5단지 입주자와 새롬동 새뜸마을 7단지 입주예정자 800여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새 정부에 ‘공공임대의 현주소’를 정확히 전달하겠다는 것. 요구안의 핵심은 ▲10년 뒤 분양 전환 시, 5년 공공임대와 같은 조건(최초 공급가격+감정가격/2) 부여 ▲공공임대 기간의 1/2 도래 시, 입주민 다수의 동의를 전제로 분양 전환 시기 단축 등이다.

같은 면적의 민간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할 것으로 믿었지만, 서민들이 감당하기엔 분양가가 지나치게 버겁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입주자 대다수가 이삿짐을 쌀 수밖에 없다는 것.

국토부가 입주자들의 이 같은 요구에 어떻게 반응할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서울 월계‧면목‧신사동 소재 공공임대 아파트서 드러난 ‘분양전환가 민낯’

때 맞춰 국토부가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공공임대 분양 전환 사례가 등장했다. 흔히 최초 10년 공공임대 아파트는 경기도 성남 판교로 알려져 있다. 2009년 첫 입주가 시작된 이후 오는 2019년 분양 전환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숨겨진 1호 공공임대 아파트가 최근 분양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바로 서울 월계‧면목‧신사동 소재 3개 아파트 78세대가 이에 해당한다.

엄밀히 말하면, 이곳은 LH가 지난 2007년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적용으로 인수한 뒤 분양전환하지 않은 재건축 임대 아파트다. 지난 2012년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용도로 변경되면서, 내달부터 분양전환을 실시하는 최초 사례로 등장한 것.

입주자들에 따르면 분양 전환가는 ▲59㎡ 1억5171만 원(LH 최초 매입가)→3억6850만 원(6층‧분양전환가) ▲84㎡ 2억754만 원→4억3950만 원(9층) ▲127㎡ 3억2015만 원→5억6800만 원(9층)으로, 면적별 최소 2억1679만 원에서 최대 2억4785만 원까지 껑충 뛰었다.

이곳 입주자들은 “10년 동안 임대료 꼬박꼬박 내면서 재산권 행사도 전혀 하지 못한 채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며 “당장 다음 달에 시세와 비슷한 분양전환가로 분양받으라고 하면,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울분을 터트렸다.

LH는 입주민에게 분양전환 우선권을 마치 특혜를 주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으나, 이는 허울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LH만 1세대당 2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누리는 구조”라며 “이는 공공기관이 합법을 가장한 투기에 나서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규탄했다.

입주민들은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 등 21인이 발의한 ‘공공주택 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의 국회통과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으나, 다른 현안들에 떠밀릴 것이란 비관적 전망에 좌절하고 있다.

수도권서 시작된 공공임대 ‘논란’… 5년 뒤 행복도시 미래

수도권 10년 공공임대는 5년 뒤인 2021년부터 세종시 행복도시의 미래가 된다. 한솔동 첫마을에서 가장 먼저 다른 도시에서 겪고 있는 갈등이 재현될 소지가 크다.

다음 달에는 새롬동 새뜸마을 7단지(투머로우시티) 1164세대가 둥지를 튼다.

임대보증금 조건을 보면, ▲59㎡ 보증금 3900만원, 월 임대료 44만원 ▲65㎡ 3900만원, 48만원 ▲72㎡ 4900만원, 52만원 ▲79㎡ 5500만원, 57만원 ▲84㎡ 6100만원~6500만원, 58만5000원~59만원에 달한다.

최근 새롬동에 입주한 신혼부부가 정부의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활용, 보증금 3000만 원에 월 임대료 12만8000원에 입주한 것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입주 초기 전세가가 낮은 세종시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결과지만, 다른 동의 기존 아파트에 전세 또는 월세로 들어가도 공공임대보다는 좋은 조건에 입주 가능하다.

공공임대 입주자들이 시간이 갈수록 뒤바뀌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입주자들은 공공임대에 지속 거주할 필요가 없는 것. 10년 동안 묵묵히 버텨온 이들만 ‘터무니없이 올라간 분양 전환가’란 현실의 장벽을 절감하게 된다.

새롬동 새뜸마을 입주 예정자들은 이외에도 최근 사전 점검일을 거치며 확인된 지하 주차장 물난리를 직접 목격했고, 일부 동은 상식적으로 이해 불가능한 지하 주차장과 엘리베이터간 접근성으로 입주 전부터 LH와 대치하고 있다. 실제 장애인과 노약자, 유‧아동은 접근하기 힘든 구조를 보이고 있다.

새뜸마을 7단지 입주 예정자는 “지하 주차장 물난리는 수습됐으나 재발 가능성은 여전하다”며 “LH는 엘리베이터 문제 역시 미봉책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입주 예정자는  “공공임대의 입주 조건이 까다롭다는 건 알고 들어왔다”며 “주거 여건은 제대로 갖춰야할 것 아닌가. 전국적인 서명 운동에 동참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새뜸마을 사례가 ▲거짓‧과장성 ▲소비자 오인성 ▲공정거래 저해성 등에 충족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건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하면, 정부가 양적인 공공임대 확대에서 주력하는 것이 아닌 질적인 공공임대 주거 여건 확보에 보다 신경써야하는 명분은 충분하다.

수도권의 한 입주자는 “결혼생활 9년간 전세를 4번 옮겼고, 이번에 5번째로 10년 공공임대에 입주했다”며 “주변 시세의 95%에 분양 전환은 당황스럽다. 과연 서민층 그 누가 그 가격에 아파트를 살 수 있겠나. 대통령과 장관님들이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공공임대 주택의 주거 여건 개선 문제도 다뤄질 것으로 본다”며 “실제 개선되고 다듬어야할 공공임대 정책도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