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미노스의 동화마을] <2>꿈꾸는 꽃밭

2017-08-11     미노스
세종포스트는 격주로 동화작가 미노스의 동화마을을 연재합니다. 아이에게 읽어주는 동화부터 어른을 위한 동화, 온 가족이 함께 보는 동화까지. 미노스가 펼쳐 보이는 환상의 세계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1편 어른을 위한 동화 ‘운명과 숙명’에 이어 오늘은 2편 어린이를 위한 동화 ‘꿈꾸는 꽃밭’입니다.

봄이 왔어요.

할아버지 꽃밭에 꽃이 가득 피었어요.
분홍꽃, 노란꽃, 주황꽃….
꽃밭에는 없는 색깔이 없어요.
​할아버지 꽃밭에는 없는 꽃이 없답니다.

봄볕이 화사한 어느 날.

눈부신 햇볕으로 얼굴 단장을 곱게 하고 환한 미소를 짓는 꽃들은 한껏 마음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나보다 예쁜 꽃이 또 있을까?”
​하는 양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고 있었어요.

“이런 날은 나비 손님이라도 찾아오면 좋으련만…”

꽃들은 화창한 봄날의 햇볕에 온 몸이 녹는 듯, 꿈꾸는 표정으로 서로서로를 어루만지듯 마주보고 있었습니다.
 
넝쿨줄기를 감아 올라가는 파란 나팔꽃에게 어린 꽃이 물었어요.

“나팔꽃 언니, 나팔꽃 언니, 언니는 꿈이 뭐야? 언니는 무슨 꿈을 꾸면서 꽃을 피워?”
하고 물었어요.

“응? 내 꿈?”

나팔꽃은 한참을 생각했어요. 그리고 말했습니다.
 
“응, 내 꿈은 온 세상에 나팔꽃을 가득 피워서, 이 세상이 즐거운 나팔소리로 가득 차게 하는 거야.
힘차고 멋진 나팔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음악소리로 가득한 세상은 얼마나 유쾌할까?

음악을 들으면서 사람들은 마음이 편안해지고, 힘찬 나팔소리를 들으면서 세상 사람은 늘 새 힘이 날 거야.”

나팔꽃이 꿈 이야기를 하자, 여기저기 피어 있던 꽃들이 말했어요.

“어머, 나팔꽃 언니는 참 좋은 꿈을 가졌네.
맞아 맞아. 우리 모두는 다 꿈들을 가지고 있어.

꿈 없는 꽃은 없을 거야. 꽃에게 꿈이 없다는 것은 꽃에 향기가 없다는 거잖아?
그래, 오늘 모두 어떤 꿈을 꾸며 꽃을 피우는지 들어보자. 야호..”
 
“그래, 그래, 우리 모두 꽃 속에 숨겨둔 꿈을 이야기해 보자.
얘. 하얀 아카시아꽃 친구야, 너는 무슨 꿈을 꾸니?”
 
한 친구가 송이송이 하얀 팝콘이 열린 듯 풍성한 아카시아 꽃에게 물었어요.

아카시아꽃이 말했어요.
 
“내 꿈은 내 꽃에서 나오는 꿀을 세상사람 모두에게 맛보게 하는 거야.

나한테 만들어진 꿀은 달고 맛도 좋지만, 영양가도 많아서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엄마도, 아빠도 우리 어린이들도 모두 먹어서 건강하게 살게 하는 거야.
달콤한 아카시아 꿀을 먹고, 모두 모두 건강하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행복할까?

나는 내 꽃을 많이많이 피우고 싶어. 그게 내 꿈이야.”

이번에는 늘 고귀한 자태로 고고하게 피어있는 백합꽃이 자기 꿈을 말했습니다.

“나는 나는, 내 꽃에서 나는 향기가 멀리 멀리 퍼져서 온 세상이 백합꽃 향기로 가득 찬 향기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내 꿈이야.

​아름다운 향기로 세상이 가득하다면 얼마나 우아할까?
모든 사람이 마치 궁궐에서 사는 기분일거야.”

다음은 붉은 꽃잎으로 화려하게 단장한 장미꽃 순서가 되었어요.

장미꽃은 이렇게 꿈을 말하였어요.

“내 꿈은 나같이 아름다운 장미꽃이 온 세상을 구석구석 장식해서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름다운 모습으로 즐겁게 사는 거야.

​못생긴 사람도 없고, 더러운 곳도 없이 장미꽃 같이 예쁜 사람이 가득한 세상은 마치 낙원 같지 않을까?
​나는 이 세상을 낙원으로 만들고 싶어.”

장미꽃을 바라보고 있던 마르고 키가 훤칠한 갈대꽃 순서가 되었어요.

​갈대꽃은 연갈색 꽃을 파란 하늘에 하늘하늘 날리면서 말했습니다.

“나는 키가 쑥쑥 자라서 저 멀리 있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 보고 싶어.

이 세상 여기저기, 멀리까지 보면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을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준다면 사람들은 정말 신이 날거야.
세상에는 얼마나 궁금한 일이 많니? 우리가 모르는 일이 얼마나 많겠니…

그렇지만 알 길이 없었던 사람들이 나 덕분에 좋은 정보를 얻어서 편리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야.
​그러면 나는 정말 기쁠 것 같아.
세상에 아는 것만큼 큰 힘은 없으니까…”

그렇구나. 참 좋은 꿈이구나.
모두들 갈대꽃 오빠에게 작은 박수를 쳤어요.

 다음은 귀엽고 앙증맞은 분홍빛 금낭화 순서가 되었어요.

금낭화는, 꽃이 황금가루를 담고 있는 복 주머니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래요.

“나는 내 주머니 꽃을 많이많이 만들어서 금가루를 가득가득 넣어두었다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에게 듬뿍듬뿍 나누어 주는 거야.
그러면 돈이 없어서 밥도 못 먹고 학교도 못 가는 불쌍한 어린이는 아무도 없겠지.

돈 걱정이 없어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잖아?
나는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꿈을 이루도록 뒷받침해 주고 싶어.

모두가 부자가 되어 넉넉하게 서로 베푸는 그런 세상이 되도록 금낭화꽃을 많이많이 피울거야.
착한 부자들이 많이 사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어.”

꽃들은 서로서로 꿈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을 몰랐어요.
다음 순서는 누구일까요?

 어디선가 낮고 점잖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는 꽃이 있었어요.

“내 꿈은 나같이 사색을 많이 한 꽃이 세상 사람을 많이 가르쳐 주고, 깨닫게 해줘서 이 세상을 지혜롭게 만드는 거야.

지혜가 많은 사람으로 세상이 가득하면 얼마나 좋을까?
서로 다투는 일도 없어지고, 서로가 이해하며, 사이좋게 지내는 현명한 세상이 될 거야.”
 
“무슨 꽃이세요?”

누가 물었어요.

“나는 보리수나무 꽃이란다.
세상을 가르치는 훌륭한 스승들이 내 그늘에서 깨달음을 얻어 후손들에게 지혜를 가르쳤지.”

모두들 고개를 숙이고 보리수나무 꽃을 우러러봤습니다.

이번 차례에는 누가 꿈을 말할까요?
모두들 궁금하여 두리번거리는데, 한 꽃이 말했어요.

“나는 이 세상을 사랑으로 가득 차게 하고 싶어.

엄마가 없는 어린이에게는 어머니의 사랑을 주고, 병 걸린 어린이에게는 나이팅게일의 사랑을 주고, 외로운 어린이에게는 할머니의 따스한 사랑을 주어서, 모든 어린이들이 아낌없이 사랑받고 그런 어린이들이 자라서 또 아낌없이 사랑을 나누어 주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어.

외로운 어린이들일수록 더 가까이 가서 그들의 가슴에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선사해주고 싶단다.”
 
꽃들이 모두 고개를 빼고 그 꽃을 바라보았어요.
그 꽃이 대답했습니다.

“내 이름은 카네이션이야. 어머니날에 모든 엄마들이 가슴에 다는 카네이션 꽃이야.
엄마가 있으면 빨간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주고, 엄마가 없으면 하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지.

나는 모든 사람들이 어머니 같은 사랑으로 서로를 아끼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어.
그러면 얼마나 이 세상이 포근하고 따뜻할까?”
 
꽃들의 가슴이 모두 따뜻해지는 것 같았어요.
모두 어머니가 생각났어요.

엄마...우리 엄마...
엄마 없는 꽃은 아무도 없었어요.
        
꽃밭 맨 구석에 있는 꽃차례가 되었어요.
모두들 그 꽃을 바라보았어요.

“꿈이 무언지 말해주세요.”
 
그 꽃은 좀처럼 말없이 한참을 망설이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나는 꿈이 없어.”

“꿈이 없다니요?”
 
“응, 나는 내 꿈이 없어.
그저 여기 있는 모든 꽃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있는 것뿐이야.

나는 너희들이 어려워하는 일을 하거나, 너희들 심부름이나 힘든 일 있으면 거들어주면서 사는 것이 다야.
나는 오직 너희들이 행복하기만을 바랄 뿐, 내 꿈은 없어.”
 
“그게 무슨 말이야?”

꽃들은 눈이 휘둥그레 져서 물었어요.
 
“응, 나는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게만 살면 더 바랄게 없어.”

모두 그 꽃을 바라보았어요.
그 꽃은 허리도 구부려지고, 키도 작고, 꽃송이도 볼품없는 작은 꽃이었어요.

“이름이 뭔데?”
하고 물었어요.

“내 이름은 나도 몰라. 사람들은 그냥 ‘할미꽃’이라고 불러.”

모두 할미꽃을 보았습니다.
​할미꽃은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습니다.

그때였어요.

꽃밭에 할아버지가 나타나셨어요.
​모두들 꽃단장을 하고 할아버지에게

“나 좀 보세요.”
​하고 고개를 들고 서 있는 예쁜 꽃들을 둘러보시더니 얼굴에 행복한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그러더니 할미꽃에게 다가가시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할미꽃에게 입을 맞추시는 것이었어요.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꽃, 희생과 봉사의 꽃. 할미꽃에게 정말 감사해요.
고맙습니다.”
​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어요.
 
참으로 화창하고 아름다운 봄날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