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올라도 월급은…’ 노동 존중 외면하는 세종시

시청 기간제 노동자 300여 명 추산, 기본급에 수당 합산해 최저임금 맞추기 꼼수 지적

2017-08-11     한지혜 기자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세종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16.4%라는 유래 없는 최저임금 인상률에도 그에 맞는 임금 인상이 실제 이뤄질지 불확실해서다.

11일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노동조합 세종시비정규직지회(이하 세종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올해 시는 노조와 단체교섭을 진행하면서 기말수당(상여금)을 기본금에 합산하는 방식으로 임금체계를 전환하겠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이를 최저임금을 맞추기 위한 꼼수라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해 교통보조비 수당을 기본급에 합산한 뒤 연이어 발생한 일이기 때문. 실제 지난해 2015년 정청래 국회의원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종시청은 무기계약직 최저임금법 위반 지자체(총 80곳)에 이름이 오르는 불명예를 안은 바 있다.

세종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아예 기말수당을 기본급에 합산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최저임금 위반을 해결하고자 하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이런 방식으로라면 정부가 최저시급을 1만 원으로 인상한다 한들 정작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 상승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연봉 11위… 무기직 기준인건비 집행률 지적

광역자치단체인 세종시의 무기계약직 노동자 임금이 기초자치단체인 인근 아산시와 부여군, 청양군보다도 낮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세종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아산시 무기계약직 10호봉 임금은 연 2940만 원, 세종시 10호봉 무기계약직은 2643만 원으로 약 300여 만 원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를 비교해도 세종시 무기계약직 연봉은 11위에 불과하다. 이들은 대부분 도로보수, 재활용 선별, 식당조리사, 보건소 간호사, 일반 행정사무 보조, 수도 검침 등의 업무에 종사한다.

세종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전국 모든 지자체가 마찬가지지만 세종시 역시 비정규직 기준인건비 집행율에 상당한 문제를 보이고 있다”며 “행정안전부에서 책정한 무기계약직 기준인건비 예산을 모두 집행하지 않고, 내년도로 이월시키고 있는데, 올해 역시 118억이 승인됐지만, 83% 수준인 99억 정도만 집행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 무기계약직 노동자 인건비는 행안부 기준에 의거해 매년 수립된다. 정부가 보통교부세와 특별교부세 형태로 지자체의 부족한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는 “인건비 예산을 차년도로 이월시켜 자연스럽게 수입예산으로 잡고, 사업비 등으로 자유롭게 쓴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사용하지 않을 예산이라면 애초부터 교부받지 말아야하고, 남는 인건비는 모두 반납하는 것이 맞다”고도 했다.

6개월 쪼개기 계약직 의혹… 정규직 전환대상자 ‘0명’?

정부는 최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9개월 이상 지속 근무, 향후 2년간 연속되는 업무라면 상시·지속업무로 규정,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침을 내린 것.

시에 따르면, 현재 세종시에 근무하고 있는 계약직 노동자는 파견·용역직을 제외하고도 300여 명(2017년 5월 기준)에 달한다. 무기계약직군과 마찬가지로 도로보수, 재활용 선별, 식당조리사, 보건소 간호사, 일반 행정사무 보조, 수도 검침 등의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세종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세종시는 현재 기간제 근로자를 6개월씩 쪼개 계약하고 있다”며 “6개월씩 총 3번 즉 1년 6개월 일하게 한 후 재계약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다른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는 방식”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식이라면 현재 정부 방침인 9개월 이상 지속근무도 피해갈 수 있는 대단한 방법”이라며 “실제 행안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결과, 세종시 기간제 근로자 136명 중 전환대상자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률, 재정적 어려움 커”

전국 모든 지자체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재정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세종시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내년 공무원 봉급 인상률(3.5%)과 비교해 최저임금 인상률(16.4%)이 급격하게 높아 임금 수준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

시 관계자는 “기본급에 기말수당을 포함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현재 노조와 이견이 있는 상황”이라며 “급격히 높아진 최저임금을 맞추기 위해서 기본급에 포함하되 임금인상률을 어떻게 할 것인가 단체교섭을 통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6개월 단위 계약직 고용문제와 관련해서는 산불, 가축방역 등 인력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기간을 고려하고, 매년 말을 기준으로 하는 회계연도에 맞춰 채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사업에 따라 일용직, 단기직, 계약직 등 여러 고용 형태로 나뉠 수밖에 없다”며 “회계연도 내 예산으로 인건비가 집행되기 때문에 고용 시기에 따라 3개월, 6개월, 1년 등으로 달라진다. 현재 비정규직 실태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정규직 전환 규모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현재까지 전국 지자체 중 무기계약직이 파업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다음주부터는 천막농성을 포함해 부분적 파업투쟁도 고려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무기계약직 파업 초유의 사태가 발생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타 지자체는 정부 정책에 맞춰 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노동존중특별시 2단계 계획'을 발표, 전국 최초로 산하 기관 무기계약직 2442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이와 함께 기간제·계약직 노동자 1087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도 함께 추진된다.

대구시는 이미 지난 6월 올해 안에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임을 밝혔다. 간접 고용 형태로 일하는 580여 명은 내년 말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