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큰손’ 세종시 아파트 싹쓸이? 풍문이 부른 재앙

도램마을 1단지 구매자 중 서울거주자 2명뿐… 과도한 규제, 시장 냉각 우려 커

2017-08-04     이희택 기자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강남 큰손이 세종시 아파트를 싹쓸이 했다더라.” “강남 큰손이 도램마을 1단지 8채를 한꺼번에 샀다더라.”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전 세종시 전역을 뒤흔든 괴소문이다. 지난달 말 주요언론들이 이 소문을 일제히 보도하기도 했다.

확인 결과, 이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다.

4일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해봤더니 세종시 실거래 매매 건수는 지난 1월 317건, 2월 336건, 3월 444건, 4월 355건, 5월 477건으로 비슷한 추이를 보이다 지난 6월 887건으로 급증했다.

정부의 6.19 대책 발표를 앞두고 1일부터 10일까지 매매 수요자가 갑작스레 늘어나는 기현상이 빚어져서다. 규제를 앞두고 매도물량이 쏟아졌고, 행정수도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매수 수요도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종촌동이 이 기간 71건 거래로 최대치를 기록했고, 아름동(65건)과 한솔동(56건), 도담동(55건), 고운동(37건) 등이 뒤를 이었다. 열흘 남짓 거래물량만 300건을 넘어섰다.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거래되다 보니 큰손의 움직임이 있었다는 소문이 떠돈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아파트단지가 지목되면서 소문은 사실처럼 퍼졌다. 강남 큰손이 도담동 도램마을 1단지에서만 8건을 매입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도담동 1단지 실거래 내역을 살펴봤더니 서울에 주소지를 둔 매수자는 2명에 불과했다. 이후 5일 간 거래내역에서도 서울 거주자의 이 아파트 구매는 3건뿐이었다.

전용면적 84㎡형이 주로 거래됐는데, 지난 4월 3억 5300만원(6층)이던 거래가가 지난 6월 10일을 전후해 최대 3억 9900만 원(8층)까지 상승했다.

도담동 전체로 범위를 확대해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6월 1일에서 15일 사이 전체 74건의 거래내역 중 거주지별 구매자는 세종시가 2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전(15명), 경기(8건), 서울(6건), 충남‧북‧전북(각 3건) 등의 순이었다.

시 관계자는 “새 정부 첫 부동산 대책 발표일인 지난 6월 19일을 앞두고 타격을 우려한 소유자들이 매매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매매거래가 증가한 것을 두고 강남 큰손들일 것이란 추정은 가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가 서울 강남 등과 비교할만한 수준이 아닌데 투기과열지구가 아닌 투기지구로 직행하면서 시장의 충격파가 크다"며 “확인되지 않은 풍문이 과도한 규제로까지 이어진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