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요금으로 장난친 충북의 얕은 꾀, 세종시민 '분개'

KTX오송역~정부세종청사 구간 요금인하 3개월만에 번복… KTX세종역 신설 저지 꼼수 스스로 시인

2017-07-14     이희택 기자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엄이도종(掩耳盜鐘).’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이다. 충북이 딱 그 모양새다. 얕은꾀로 정부세종청사 공무원과 세종시민을 속였지만 훤히 그 수가 드러나서다.

충북이 KTX오송역에서 정부세종청사를 오가는 택시요금 인하결정을 3개월 만에 번복했다. 세종택시만 인하된 요금을 받고 있다.

14일 충북 택시업계에 따르면, 현재 KTX오송역을 출발해 정부세종청사에 도착하는 경로의 택시요금은 2만원~2만 2000원 선이다.

청주택시 요금은 지난 2월 20일부터 지난 5월까지 약 3개월간 복합할증 폐지와 함께 1만 6000원 안팎을 유지해왔다. 충북도와 청주택시업계가 KTX세종역 설치 이유 중 하나로 비싼 택시요금이 거론되자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을 배려하겠다며 요금을 내렸던 것.

하지만 정부가 KTX세종역 신설 타당성 용역 결과를 발표하자마자 택시업계가 요금 정상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후 6월부터 은근슬쩍 다시 할증료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요금인하가 KTX세종역 신설을 저지하기 위한 꼼수였음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중앙공무원 현모(42‧도담동) 씨는 “서울 출장을 마치고 오송역에서 택시를 타면서 요금을 물어봤더니 (기사들이) 미터 요금제로 2만 2000원을 얘기했다”며 “혹시나 해서 콜택시 업계에 연락해봤더니 마찬가지였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서울~세종 고속도로부터 KTX세종역 설치까지 사사건건 세종시 현안에 트집을 잡으며 요구하던 상생이 겨우 이 정도 수준이냐. 결국 세종시민들만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고도 했다.

이호숙(48‧나성동) 씨도 “사업체가 세종시에 있고 업무 차 서울을 자주 다니는데, 얼마 전 택시 요금이 다시 올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충북에서 세종시로 이사 온 지인들까지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반응”이라고 했다.

세종시는 “어처구니없다”면서도 충북도와 청주시에 상생협력을 재차 요구하기로 했다.

‘KTX세종역 신설이 확정될 경우, 이 구간 (청주) 택시요금은 다시 원 위치 한다’는 청주시의 고시문에도 배치된다는 것. 신설이 유보된 반대의 상황을 맞이한 만큼 인하 요금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종시는 또 충북의 처사와 관계없이 당초 인하된 요금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택시업계와 근로자, 세종시 3자가 고통 분담 차원에서 현행 요금을 유지하기로 했다”며 “조만간 추경예산을 추가로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복합할증제 폐지란 행정조치를 거둬들인 바 없다. 사실여부를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청주택시는 버젓이 예전 요금으로 회귀했는데도 이를 몰랐다는 해명이다. 알고도 눈을 감았다면 꼼수행정이고 지도‧단속에 소홀했다면 책임회피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