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청년들의 좌절, ‘청년몰’ 상인회 반대로 좌초

7억원 국비 확보하고도 무산… '기존 고객 빼앗길라' 상인들, 찬성에서 반대 선회

2017-03-23     한지혜 기자

세종시가 추진했던 세종전통시장 청년몰 조성 사업이 국비 7억 5000만원을 확보하고도 결국 무산됐다. 세종전통시장상인회(이하 상인회) 측이 갑작스레 '반대' 통보를 해와서다.

20일 세종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9일 중기청 청년몰 지원 대상지 전국 10곳 중 1곳으로 선정됐다. 국비 7억 5000만 원을 확보했고, 공동마케팅 및 상인교육사업 지원 등을 통해 내년 초 청년점포 20곳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당초 청년몰은 세종전통시장 내 상인회 건물을 증축·리모델링해 사용하기로 했었다. 조성 규모는 463㎡로 사업비는 국비 7억 5000만 원, 시비 25억 원 등 약 32억원이 투입될 계획이었다. 

총 20곳의 청년 점포를 대상으로 1년간 점포 임차료를 지원하고, 인테리어 공사비용의 60%를 보조, 집합교육 및 컨설팅이 제공되기로 했었고, 시는 내달 사업설계에 들어가 조만간 사업단과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상인회 측이 돌연 청년몰 조성 반대의사를 밝혀왔다. 청년점포가 들어서면 기존 고객들을 빼앗길 수 있어 상인들의 반발이 크다는 것이 이유다.

시 경제정책과 관계자는 “중기청 공모 당시 상인회 200여 명의 동의서를 받아 제출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선정됐으나 갑작스런 상인회 반대로 인해 지난 주 청년몰 사업이 무산됐다”며 “기존 상인들과 업종 중복 없이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고객들을 뺏길 수 있다는 의견 등 인식의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는 현재 중기청에 해당 사실을 통보했고, 사업은 최종 무산됐다. 부푼 기대를 안고 청년몰 입점을 위해 준비해온 청년들만 실망과 좌절을 떠안게 됐다.

세종시 청년 창업 모임 ‘청춘창창’ 홍영훈 씨는 “전통시장과 연계해 다양한 문화 행사를 발굴·기획하고, 매주 볼거리를 만들어 젊은이들의 발길을 끌어오면 시장도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지난주 갑작스럽게 소식을 듣고 다들 실망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이나 대학생의 경우 자본금이 없고, 비싼 임대료를 내기도 버거워 창업까지 이어지기가 어렵다”며 “스타트업 기업이나 IT 관련 계통이 아니면 세종에서는 실질적으로 청년 창업지원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기대도 컸던 것 같다”고도 했다.

노정섭 세종소상공인협동조합 이사장도 “청년들과의 시너지 효과 등의 장점도 있는데, 갑작스레 무산 소식을 듣게 돼 힘들 것"이라며 "사회가 청년들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고는 하지만 실체나 내용, 행정적인 측면에서 확신을 주는 행동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중기청 청년몰 공모는 최종 마감됐으며 선정된 10곳 중 세종시는 제외됐다. 시에 따르면, 향후 청년몰 조성과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