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논란 ‘사랑의 일기 연수원’, 끝내 철거 수순

이달 내 연수원 건물 철거… 대체 시설 건립, 이전 부지 마련 '촉구'

2016-10-04     한지혜 기자

일기의 가치를 통해 인성교육에 힘써왔던 ‘사랑의 일기 연수원’(세종시 금남면 집현리)이 존폐논란 끝에 결국 철거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지난 29일 사랑의 일기 연수원 고진광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포크레인과 화물차 등이 들이닥쳐 지난 30여 년간 보관해 온 120만 명 청소년들의 일기장과 1만 여 점의 작품, 세종시민 투쟁기록관의 기록물 등을 가져가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고 대표는 “이번 강제집행은 기록문화유산을 쓰레기로 취급하는 LH의 문화유산 말살행위”라며 “역사 속에서 사라져갈 귀중한 기록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복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사랑의 일기 연수원은 지난 2003년 5월 폐교한 금남면 금석초에 자리잡은 뒤 현재까지 운영돼왔다.

하지만 지난 2004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함께 이 부지가 세종테크밸리(4생활권) 입지로 수용되면서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해 줄곧 이전 요구를 받아왔다.

고 대표는 “현재 연수원은 지난 8월 22일 대전지방법원으로부터 2018년 9월 5일까지 자진 이행하라는 부동산인도 강제집행 예고장을 받은 상태”라며 “LH에서 요청한 부당이득금 반환요청일이 9월 30일임에도 불구하고 미리 집행에 나선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어 그는 “청소년들과 국민 인성교육을 위해 힘써온 역사가 무력해진 사실에 개탄한다”며 “지역사회가 모두 나서 이를 막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현재 연수원 측은 영구 무상 임대 또는 신도시 내 대체 시설 건립이나 이전지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행복청과 LH, 세종시 등 관계기관은 영구 무상 임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사랑의 일기 연수원은 행복도시건설특별법 상 존치 시설에 해당하지 않으며 토지와 건물 등도 10년 전 충남교육청으로부터 소유권을 가져온 상태”라며 “연수원 부지가 세종테크밸리 진입로로 계획돼있어 공사계획이 지체돼온 만큼 더이상의 기다림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연수원 측에서 요구하는 대체부지는 현재 관련 용도의 땅도 없을뿐더러 법적인 의무도 없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8일 강제 집행된 사랑의 일기 연수원 기록물들은 대전의 한 임대 창고에서 보관중이며 연수원 건물은 이달 내 철거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