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백범 교장 "학교 현장에서 교육계 은퇴 하고파"

인터뷰 | 성남고등학교 교장

2016-08-19     한지혜 기자


세종 내 유일한 사립고이자 인문·예술계가 공존하는 학교인 성남고가 올해 개교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지난해 학교재단의 채용비리로 홍역을 치른 뒤 현재 임시 이사회를 구성해 관선 이사 체제를 운영하고 있는 성남고가 새 얼굴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 것.

 

지난달 20일자로 부임한 박백범(57) 교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자신이 만들어가고 싶은 학교상과 학교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밝혔다. 박 교장은 대전과 서울 교육청 부교육감,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등 고위직을 두루 역임한 교육 전문가다. 그래서 박 교장의 성남고행이 더욱 눈길을 끈다. 

 

교육청·교육부·청와대 거쳐 교장 부임?… “교육현장에 있고 싶었다”

 

박백범 교장은 대전교육청 부교육감을 비롯해 국립대 사무국장, 교육부 고위직,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 대통령 비서실과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을 지내는 등 요직을 거치며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그래서 성남고 교장행이라는 선택에 의아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

 

그는 “학교야 말로 교육의 최전선이라 생각한다”는 말로 교장 부임 이유를 설명했다. 국립대와 교육청, 청와대, 교육부 등 여러 곳에서 근무해왔지만 항상 현장 경험에 목말라 있었다는 것.

 

그는 “그동안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추진했던 정책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나 살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면서 “무엇보다 마지막은 교육 현장에 있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공모를 통해 성남고 교장으로 갔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라며 “재단과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임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장은 성남고 학교재단 대성학원의 관선 이사장인 유낙준 주교와 대전 부교육감 시절부터 자별한 사이다. 당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사업을 하던 유 주교를 응원하고 지원하면서 인연이 깊어졌다.

 

그는 “유 주교님과의 통화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퇴직하면 뭘 할 예정이냐’고 물으시길래 중·고등학교 교장으로 일하고 싶다고 털어놨다”며 “마침 성남고 교장 자리가 비어 제안이 온 것”이라고 했다.

 

성남고와 박 교장과의 인연은 깊다. 그는 교육부에 있을 때부터 계속 성남고를 봐왔고, 대전 부교육감 시절에는 출퇴근 시 1번 국도를 오가며 수천 번 그곳을 지나쳤다.

 

그는 “평소 세종시 유일 사립학교인 성남고가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해 왔다”며 “오가면서 학교 위치가 참 좋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학교 교장이 될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서울 시내를 포함해 경기, 충청권 사립대학 측에서 온 러브콜을 뿌리치고 과감히 고등학교 교장행을 택했다. “교육자와 교육 행정가는 여러모로 교육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기 때문이다.

 

일반계·예술계 ‘공존’ 학교… 시너지 효과 발휘에 ‘주력’



성남고는 일반계와 예술계가 공존하는 학교라는 특이성이 있다. 하지만 이런 구조에 대해 ‘한 울타리 안 두 학교’라는 내·외부의 우려 역시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는 “직접 학교에 와보니 밖에서 보던 것보다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다”며 “일부에서는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기보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일반계와 예술계가 서로 접점을 찾고 융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학교가 가진 잠재력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로 승화시키겠다는 것.

 

이어 그는 “요즘은 일반계, 예술계 구분 없이 학업이 필수고, 국영수 공부만이 답이 아닌 시대”라며 “아이들은 학업을 비롯해 체육과 예술을 즐기고 향유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즐거운 학교가 목표…“떨어진 신뢰 회복할 것”

 

성남고는 지난해 발생한 교원비리 사건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신뢰가 떨어진 것은 물론 지역 내 평판에도 큰 타격을 받았다.

 

그는 그러나 “이제 그 문제는 학교를 떠났고, 성남고는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교원들은 학교에서 배제됐고, 해당 사건 역시 법원 등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학교 자체는 그 문제에서 자유로워졌다는 것.

 

그는 “와서 보니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어 이를 격려하는 데 힘쓰고 있다”며 “어제도 재단 내 5개 학교가 모두 모여 자체연수를 실시한 만큼 이제 선생님들도 오로지 학생들만 바라봐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이 등교를 즐거워하도록 만들고, 교사 역시 가르치는 것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예산 삭감 ‘걱정’…“학생들과 선량한 교사들 피해 없어야”

 

박 교장이 가장 걱정스러워 하고 있는 부분은 예산 삭감 문제다. 지난 5월 31일 시의회는 사립학교 인건비 재정결함 지원금 6억2600만 원 중 2억4245만7000원을 추가 삭감했다. 운영상의 문제를 일으킨 성남고가 자구 개선 노력을 주문했음에도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그는 “법정전입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인을 압박하기 위한 시도로 예산이 삭감된 것”이라며 “본래 목적과는 달리 선량한 학생들과 교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인건비와 운영비는 필수적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시설비 예산을 삭감하게 되는데, 이는 학생들의 교육환경과 연관된 문제인 만큼 특히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박 교장이 강조하는 점은 압박해야할 진정한 법인이 이미 떠났다는 사실이다.

 

그는 “연간 전기요금이 1억 원 가량임을 감안할 때 2억4000만 원은 학교에서 굉장히 큰 규모의 예산”이라며 “앞으로 난방이 필요한 11월이 되면 예산 문제로 발을 동동 구르게 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국립이나 사립이나 똑같이 세종시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는 만큼 아이들과 학부모, 선량한 선생님들이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향후 추경예산 반영에서는 이를 바로잡길 바란다”고 했다.

 

99%의 아이들 위한 학교, 소양·인성교육 우선해야

 

학교는 1%의 우등생이 아닌 99%의 보통 아이들을 위한 곳이어야 한다는 게 그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초·중·고등교육은 지식 위주의 교육이 아닌 시민으로서의 소양과 인성을 갖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

 

끝으로 그는 “우연히도 두 아들 역시 예술을 공부하거나 체육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상태”라며 “국영수가 전부인 시대는 지났다. 인생의 풍요는 예술과 체육에 있고,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인문학에 있다”고 강조했다.

 

‘융합형 창의 인재’가 새로운 인재형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학의 특성을 잘만 활용한다면 제도권 안의 공립학교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새로운 교육의 틀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 교장이 마주한 성남고의 운명은 어쩌면 한 학교를 넘어 세종시 교육계 전체가 해결해야 할 숙명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