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김성근의 위기

권오덕 칼럼 | 총선참패·한화 연패로 동병상련의 길

2016-04-19     권오덕



불통 이미지 벗고 변화의 길 모색필요
국정 운영방식·팀 운영 방식 바꾸어야
朴, 반대세력 포용, 야당과 적극 대화를
金, 옛날식 야구 아닌 현대야구 접목을

 

 

원내 제1당까지 내준 새누리당의 4.13총선 참패는 새누리당의 위기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위기다. 최근 이글스의 잇단 패배 역시 한화야구의 위기이자 김성근 야구의 위기다. 박 대통령과 김 감독이 ‘동병상련(同病相憐)의 길’을 걷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 대통령은 아직 임기가 22개월 남아있고, 한화 역시 아직 144게임 중 10여 게임을 치렀을 뿐이어서 기회는 있다. 하지만 장애가 많아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의 참패와 한화의 연패는 낡은 국정 운영방식과 원시적인 팀 운영방식에 기인한다. 민주적 국정운영을 못한 결과물이고, 독선적 운영의 대가이다. 그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성근 감독이 있다. 박 대통령과 김 감독 모두 독선과 아집이 강한 지도자다. 앞으로 대대적인 수술과 뼈를 깎는 노력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몸집 커진 야당과 호시탐탐 노리는 9개 팀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성근 한화감독의 위기는 새로운 리더십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다. 임기가 22개월 남은 박대통령이지만 20년만의 여소야대(與小野大)정국은 빠른 레임덕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의 위기’가 곧 ‘대한민국의 위기’가 될 수 있다. 그 보다 8년 앞선 노태우 대통령시절에도 여소야대였지만, 집권에 성공한 제1당이 현직 대통령 임기 중 여소야대와 함께 제2당으로 추락한 예는 일찍이 없었다. 

 

새누리당은 당초 20대 총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어 과반의석은 기본이고 욕심 부려 정원의 2/3인 180석까지 바라볼 정도였다. 야당이 분열돼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중심의 제3당인 국민의당이 진흙탕싸움을 벌여 어부지리를 얻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최소 160석은 얻으리라 기대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어이없는 참패였다. 누구 말대로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를 지고 만 것이다.

 

공천을 둘러싼 친박과 비박의 싸움,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오만, 유승민 의원의 탈당여파와 김무성대표의 옥쇄 파동이 참패 원인이 됐다. 여기에 박대통령의 적절치 않은 ‘국회 심판론’이 국민의 여론을 싸늘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 제3당인 국민의당은 호남을 휩쓸었고, 지지정당에 대한 투표에서 상당수의 보수표가 새누리당을 떠나 국민의당을 선택했다. 여당 지지세력인 노인들의 많은 기권도 큰 짐이 됐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역풍으로 50석도 힘들 것으로 전망됐던 당시 한나라당에 121석을 얻게 만든 주역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근혜 의원이었다. 대통령 취임 후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 승승장구해 ‘선거의 여왕’이란 닉네임이 붙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더민주당(123석)에도 1석 뒤져 제2당으로 추락했다. 수도권에서 대패했고, 부산·경남에서도 야권에 10석 넘게 넘겨줬다.

 

지난주는 한화에 최악의 한 주였다. 한 게임도 건지지 못하고 5전 전패를 기록했다. 4월17일 현재 2승11패(승률 0,154)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9위 기아(5승7패 0,417)에 3.5게임차다. 5연패하는 동안 득점 2.6점에 실점 11.2점으로 만신창이의 투수력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수비, 타격 등 모든 면에서 최악의 경기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런 경기가 이어진다면 팬들은 경기장을 찾지 않을 것이다.

 

한화의 연패는 주전 선수들의 부상으로 베스트를 가동 못한 게 큰 이유다. 그러나 이는 다른 팀도 마찬가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팀이고 부상선수들은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있는 자원을 어떻게 활용해 극복하느냐다. 지난해는 ‘매직한화’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선전했지만 이젠 ‘김성근식 매직야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시즌 시작 전 전문가들은 한화를 NC와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았다.

 

최근 3년 간 465억 원을 투입해 대거 우수 선수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우승은 어렵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은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시즌 초반의 10여 게임에서 한화의 경기력은 졸전의 연속이었다. 로저스, 이태양 등 주전 투수들이 복귀를 앞두고 있어 앞으로의 상황은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모든 걸 김 감독이 혼자 결정하는 독선적 운영스타일을 바꾸지 않는 한 한화의 선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선수혹사도 지양해야한다. 지난해 호투했던 권혁과 박정진이 올해 부진한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닌 혹사 때문이다. 게임종료 후 밤늦게 벌이는 원시적인 특타와 수비훈련은 옛날식 야구다. 언어불통인 일본인 코치위주의 코칭스태프도 바꿔야한다. 코칭스태프·선수들과의 잦은 소통은 기본, 효용성 없는 늙은 선수들을 데려오기 보다는 신인 선수들을 발굴하여 키워야한다. 넥센, LG, 두산을 본받을 일이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과 김성근 한화이글스 감독은 최대위기다. 박 대통령은 집권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이유가 무엇인지 숙고해야하며, 김 감독 역시 우승후보로 거론되던 한화가 2승11패 승률 1할대로 멘붕 상태에 있는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총선 직후 새누리당은 최고위원이 전원 사퇴했다. 한화이글스 역시 지난 17일 코칭스태프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박 대통령과 김 감독의 당면 과제는 불통이미지를 벗고 과거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반대세력 포용과 야당과의 적극 대화로 국정운영방식을 바꿔야한다. 김 감독은 두산, 넥센처럼 현대에 맞는 팀 운영을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아직 임기가 22개월 남아 있고, 김 감독 역시 시즌 초여서 팀을 추스를 시간여유가 충분하다. 불통 이미지를 벗고 변화의 길로 가야만 대한민국을 살리고 한화야구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