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날, 보러와요>, 위대한 자신은 어디에?

칼럼 |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2016-08-15     박경은



‘봄’이란 계절이 알맞다. 눈이 닿아있는 곳마다 꽃잔치다. 벚꽃이 만개한 곳이 있는가 하면 연둣빛 잎이 아기의 속살처럼 들어내는 나무들도 많다. ‘따사로움’이란 단어에 걸맞게 계절은 그렇게 달라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4월이다. 이런 4월을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칼날 같은 동풍이 몰려오는 느낌을 준 영화에 잠시 생각을 멈춰본다.


영화 <날, 보러와요>는 말 그대로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실화다. 자신도 모른 채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가
돼 있고, 전혀 다른 세상, 그것도 악몽 같은 세상을 맞이하고 있는 현실이 실화라니…. 보호자 2명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한명의 동의만 있으면 정신병원에 감금될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라니…. 경악을 금치 못하고 며칠 밤을 이게 공상일까, 현실일까 혼란스러워 했다.


유령의 정신병원에 감금돼 있는 사람들. 그 중에 어떤 사람은 집처럼 편안함을 가지고, 그 중에 어떤 사람은 지옥보다 더한 곳으로 도망칠 것만을 생각하고, 그중에 어떤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몸속의 장기가 팔려 나가면서 자신의 싸늘한 죽음이 되어가는, 그게 현실이라는 것에 따사로운 4월을 강추위보다 더 칼날 같은 추위에 몸을 감싸 안았다.


돈, 명예와 얽혀지면서 진실이 뭔지 거짓이 뭔지 인간의 도리가 무언지를 혼돈스러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망각해 버리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현실에서 인간적임에, 양심에, 무감각해진 모습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정신분석 이론에서 출발한 대상관계이론에서 말하는 유아시절 어머니와의 관계경험을 되짚어 보게 된다. 원가족으로부터 억압된 자기표상과 대상표상들이 현재의 가족 안에서 부부간의 관계, 자녀와의 관계 속에서 내
적 갈등을 야기하기도 해소시키기도 한다. ‘표상’이란 자신과 대상에 대해 갖는 지각, 느낌, 감각, 기억, 기대, 의미 등이 자신안의 내면화로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세계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 특히 양육자로부터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을 대상관계에 맞춰 생각해 본다. 그들에게는 어떠한 세계들이 존재하고 있는 걸까. 환경에 따라 제각각 받아들여지는 것은 다르다.


어려운 환경이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잘 이끌어가는 사람이 있다. 결국 어떠한 상황에
서든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자신이 어떤 가치관으로, 어떤 삶의 방향으로 살 것인지에 따라 펼쳐지는 세계는 다양하다. 영화에서처럼 자신도 모르는 일들이 일어나게 되는 경우는 어떤 대처방안이 있을까. 가슴에 물음표가 그대로 남아 있다. 막막함과 씁쓸함에 마음이 멍해지기까지 한다.


이런 일이 없도록, 그렇게 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자신의 ‘자기애(Self-Love)’, 즉 진정한 사랑이 봄의 활기처럼 꽃피우기를 소망한다. 하루를 수고하고,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고, 애쓰기 보다는 자신 안에서 비범함과 위대함을 찾아가는 날들이 되기를 견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