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교육감의 고뇌, 진보의 딜레마

우군에게 비판받는 진보 ‘현실의 벽’

2016-03-21     김재중


‘제자 세대’ 학부모에게 고개 숙인 교육감

‘선한 의도’가 좋은 결과 만들어 낼까?

 

“선한 의도가 항상 선한 결과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


최근 인기리 종영된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주인공이 갖고 있던 지론이다. 이 주인공은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졌어도 그 결과가 좋지 않을까 늘 걱정하는 인물이다.


진보집권 10년, 권력을 쥐었던 진보 역시 같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시절로 돌아가 보자. 한미 FTA 비준과 이라크 파병에 나섰던 노 대통령이 우군이라 믿었던 진보세력으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 그를 맹비난했던 진보는 현실의 벽을 절감했던 대통령의 고뇌를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옳은 결정’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분분하지만 “그 고뇌를 이해 할 수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교진 세종교육감이 맞닥뜨린 교육현실 또한 녹록치 않다.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신도시지역 학부모들 사이에 원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과밀학급, 과대학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교육감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부 원도심 주민들은 최 교육감이 “원도심 활성화에 역행하는 교육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는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기다리면 이해해 줄 것”이라고. 선한 의도로 세상을 대하면 선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의 모양새다.


그가 지닌 ‘선한 의도’에 대해서 유명한 일화가 많다. 세 번 해직되고 네 번 투옥됐던 ‘야사’ 같은 인생을 살아 온 그이지만, 제자들과 끈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교단에서 쫓겨나 뾰족한 수입이 없는 처지였지만 제자들 앞으로 적금을 부어 학비에 보탤 만큼 ‘각별한 사랑’을 실천했던 그였다. 그 제자들 또래가 지금 세종시 학부모들의 주축을 이루는 30~40대들이다. 스승으로써 섬겼던 제자들을 이젠 교육감으로써 섬기고 있는 셈이다. 

 

사실 세종시 개발과정을 면밀하게 취재해 온 본보는 ‘학교설립의 키’를 행복청과 LH가 쥐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한솔동 첫마을에서 학교대란이 벌어졌던 2013년 초, 교육청이 1생활권에 13개 학교를 더 지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행복청은 5개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육감이 이런 내막을 적극적으로 어필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과(過)를 외부로 돌리지 않았다. 다만 본보 인터뷰를 통해 ‘제자 세대’ 학부모들에게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세종교육에 큰 기대를 걸고 이곳으로 이주해 온 분들이 많은데, 그 분들을 속상하게 해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공동학구로 난관을 헤쳐 나가 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 상당수는 “옳지 못한 결정”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군에게 비판받아야 하는 ‘진보의 딜레마’는 여전하다. 과연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 판단을 훗날로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