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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에 휩싸인 평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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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에 휩싸인 평양성
  • 글 유태희 | 그림 조석희
  • 승인 2019.05.1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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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소설 이하응 : 리멤버 1863] <15>제너럴셔먼호 사건

조카 조성하를 통해 소개받았지만, 조대비는 한눈에 흥선의 진면모를 알아봤다. 풍양 조씨 세도가 조만영(趙萬永)의 딸로 태어나 나이 열둘에 세자빈으로 책봉되고 스물셋에 남편 효명세자를 보냈던 터다. 마흔둘에는 아들 헌종(憲宗)까지 잃은 비운의 운명이었다. 안동 김씨 세도 시절에는 뒷방 늙은이 취급당하며 30년 세월을 절치부심했다. 늙은 고추가 더 맵다고 인고의 세월 동안 안목은 예리하고 단단해졌다. 조대비는 흥선대원군만큼이나 서얼 출신 등용에도 호의적이었다. 수렴청정의 자리에 오른 직후 “오직 재능에 따라 임명하여 억울하다는 탄식이 없도록 하라”고 이조와 병조에 명할 정도였다. 서얼까지 챙길 여유가 없었던 것은 오히려 흥선대원군이었다. 천주교 박해가 국난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서다. 새로 등용한 신헌과 포도대장 이경하를 운현궁 노안당으로 부른 까닭이다. 둘은 미리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대원군이 들어오자 이경하와 신헌이 일어나 예를 갖췄다.

“모두 오랜만입니다. 맡은 일에 얼마나 노고가 많으신가.”

“무슨 말씀을요, 모두 신명 나게 일하고 있습니다.”

신헌은 흥선이 새로 등용한 무장이다. 흥선은 그에게 화약을 다루는 별창과 화약을 제조하는 번사창, 무기를 보관하고 제조하는 군기시의 책임을 맡겼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므로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쓸 요량이었다.

“합하를 참으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래요, 포도대장은 요사이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을 맞대는데…”

“소신도 그렇게 써주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그 일 때문에 보자 했습니다. 지금 양이들이 철선을 몰고 와 통상을 빌미로 조선을 넘보고 있는데 막을 방도가 있겠습니까.”

“임진왜란 때 쓰던 화포와 청에서 들여온 조총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만… 청에서 전해 들은 바로는 저들의 화력이 보통 강한 게 아닌 듯싶습니다.”

“그렇다면 무장들이 대책을 세워야 할 것 아닙니까.”

“신식총포를 구입하고, 군사를 훈련해서 배치하고… 대책은 있으나 비용이 문제입니다. 합하께서도 아시겠지만, 그동안 세도정치로 나라 곳간이 텅텅 비지 않았습니까. 무장들은 또 얼마나 차별받았습니까. 그 결과가 이렇듯 비통할 뿐입니다.”

듣고만 있었던 이경하가 입을 열었다.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만 저들을 대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군기시 별창에는 무기가 얼마나 있습니까?”

“예, 모두 임진왜란 때 쓰던 무기들 이온데 쓸 만한 게 별로 없습니다. 약 2000명 정도가 무장할 수 있는 구식조총들뿐입니다.”

“그리하옵고, 지금 화약도감에도 화약에 쓸 원료가 거의 바닥이 난 상태입니다.”

“어허, 이거 큰일이로고. 두 분은 제 말을 잘 들으세요… 당장 각도의 감영과 상호군, 수군들의 무기고를 점검하고 화약제조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절차를 밟으세요. 나는 이조와 병조, 호조에 이르겠으니 한시바삐 이 일을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조선 또한 청처럼 신식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번사창(飜沙廠)을 제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예, 분부 받들겠습니다.”

“장군들의 손에 조선의 운명이 달렸습니다. 부탁하오.”

***********************

때는 1886년 7월, 평안도 관찰사 박규수가 황해도 황주목 삼전면 송산리에 정박하고 있는 미국 상선 제너럴셔먼호에 퇴거를 명했다. 하지만 중화기로 무장한 셔먼호는 이를 무시했다. 폭우로 대동강물이 불어나자 상류까지 거슬러 올라와 약탈을 일삼았다. 대동강은 수병이 지키는 초소에서 봉화나 나발이 반 시간이면 평양 감영에 도착할 정도로 비상체계가 잘 갖춰져 있었다. 셔먼호가 백령도·초도(椒島)·곶석도(串席島)를 거쳐 대동강 하구 급수문(急水門)을 지나 거침없이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는 정보가 속속 보고됐다.

대동강 하구, 급수문 옆 평양초소에 초군 두 명이 새벽 무렵에 움직이는 물체를 발견했다.

“어이, 저기 보이는 거… 조선 배가 아닌데…”

“그럼 저 배는 뭐란 말인가?”

“어서 군관께 알리세.”

“아닐세, 나발을 불어 진에 알리세.”

초군 하나가 나발을 불어 진에 알린다.

“뚜우~뚜우~”

나발 소리는 중군 이현익(李玄益)의 진지에 바로 보고됐다. 연락초병 지휘군관이 중군장 막사로 뛰어들었다.

“장군, 지금 양이로 보이는 자들이 군함을 끌고 평양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배가 어떻게 생겼더냐.”

“예, 우리 배보다 훨씬 크지만 날렵해 보입니다. 가운데 큰 굴뚝에서 검은 연기를 내뿜고 배 왼편에는 큰 수차가 돌아갑니다. 다시 앞뒤로 큰 돛대가 있고 앞에는 삼각 돛대가 하나 더 있더이다. 배 앞머리에 달아놓은 건 국기인 듯합니다.”

“음, 양이의 배가 맞는 듯하구나.”

“장군, 어찌하오리까.”

“우선 평안감사에게 초계부터 올려라. 그 배가 어디 멈추는지 즉시 보고하도록 하고… 지금 당장 가용한 배와 수군을 대기시켜라.”

“예.”

*********************** 

평양 감영 박규수의 집무실에 수직 장교를 맡은 군관이 급하게 들어왔다.

“관찰사 대감, 관찰사 대감!”

“웬일이냐.”

“방금 이현익 장군에게 초계가 올라왔습니다. 양이들의 군함이…”

“당장 한양으로 장계를 올리고 군관 회의를 준비하라.”

“예.”

*********************** 

이현익이 수군 군관에게 명령한다.

“여봐라, 배를 준비하라. 내가 저 배를 따를 것이다.”

“장군 아니 됩니다. 배도 작고 군사도 적습니다.”

“지금 아니면 저 배를 따를 수 없다. 잔소리 말고 어서 배를 대라.”

“예, 장군.”

이현익이 허름한 돛대와 노 하나에 의지한 채 이양선을 쫓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한참을 쫓으니 이양선이 갑자기 멈춰섰다. 대담하고 무술에 능했던 이현익은 거침없이 군함에 다가갔다. 그리고는 큰소리로 물었다.

“게 누구 없느냐?”

잠시 후 서양인 하나가 고개를 내밀고 아래쪽을 쳐다본다.

“Who are You?”

멋쩍은 이현익이 되묻는다.

“통역인이 있는가?”

잠시 후 다른 사람들이 나왔다. 이현익이 다시 묻는다.

“어디서 온 배요?”

통역인이 대답한다.

“나는 통역하는 토마스라고 합니다. 이 배는 상해에서 온 배이고요.”

“국적은 어디입니까?”

“나는 영국사람이고 배는 미국 국적입니다.”

“여기는 허가를 받지 못하면 배를 데지 못한다고 말해주시게.”

통역인이 선장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는 답한다.

“이 사람은 페이지 선장입니다. 우리는 교역을 위해 온 것이라 전하랍니다.”

“교역은 조선의 국법에 절대 금지돼 있소. 외국선의 내강항행(內江航行)은 국법에 어긋난 영토 침략·주권 침해 행위라는 걸 모르는가. 그러니 이 대동강을 항행하면 안 되오.”

영국인 통역사가 선장과 말을 주고받더니 다시 답변한다.

“선장 말로는 프랑스 신부를 죽인 보복으로 프랑스 함대가 쳐들어올 것이라 합니다. 우리가 중재를 할 테니 통상과 교역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전하랍니다.”

“그건 아니 될 말이오. 조선국법에 어긋납니다.”

이현익의 말투로 미루어 짐작했는지 선장이 뭐라 떠들자 토마스가 바로 되받는다.

“선장이 다시 전하랍니다. 우리 배에는 자명종과 비단이 가득하니 인삼이나 호피, 금은하고 바꾸잡니다.”

“우리의 뜻은 일관되고 같소이다. 어서 떠나시오. 우린 그저 식량과 물, 약간의 말린 생선을 줄 수 있을 뿐이오. 교역은 결코 없을 것이오.”

이때 갑자기 선원 여럿이 이현익의 배로 내려왔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저항할 틈이 없었다. 무장해제당한 이현익은 이들이 배를 밧줄로 묶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어이없게도 이현익의 배는 셔먼호로 끌어 올려졌다.

*********************** 

흥선대원군은 창덕궁 빈청에서 병조판서 이규철 등과 셔먼호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평양으로 구원군을 보낼 것인지 더 기다려 볼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그런 가운에 좌승지가 박규수의 장계를 가지고 올라왔다.

“합하, 평안도 관찰사 박규수의 장계이옵니다.”

“어서 읽으시오.”

“예. 7월 12일 우리 측의 강경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셔먼호는 만경대 한사정(閑似亭)까지 올라온 뒤 다시 평양 인근 방수성(防水城)에 정박하였나이다. 중군 이현익이 이양선에 다가갔다가 붙잡혀 감금되었사옵고 대포까지 마구 쏴대 평양 백성 12명이 사망했다는 장계이옵니다.”

듣고 있던 흥선대원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아니 어째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고 당하고만 있단 말인가.”

병조판서가 머뭇거리다 아뢰었다.

“합하, 지금 그들이 머무는 곳이 만경대라면 우리 포군과 거리가 있어 사거리가 나오지 않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대책이 없다는 말입니까. 엄한 백성이 열 명 넘게 죽었다는데, 투구 쓰고 갑옷 입었으면 죽을 각오로 덤벼야 하지 않겠소. 대체 뭐 하는 겁니까? 빨리 백성부터 살릴 방도를 찾으시오.”

“합하, 함경도 회령의 군사를 그쪽으로 증파하는 것은 어떨지요.”

대원군이 눈을 흘기며 일갈한다.

“지금 러시아가 입맛을 쩝쩝 다시고 있는데… 국경수비대를 어찌 이동시킨단 말이오.”

이때 우찬성 정기세가 나섰다.

“신 우찬성 정기세 아뢰옵나이다.”

“말씀하시게.”

“평양 백성들은 그동안 수많은 오랑캐의 침범에도 굴하지 않고 이겨내지 않았습니까. 조금 더 지켜보셔도 무방할 것입니다. 평안도 관찰사 박규수라면 군관민을 하나로 모을 역량 있는 자입니다. 믿고 기다리시면 양이들을 충분히 물리칠 것입니다. 지원군은 잠시 보류하심이 어떨지요.”

“좋소, 그럼 좀 더 지켜봅시다. 그렇더라도 평양에 보낼 병사들은 미리 차출하고 체찰사도 추천해야 할 것이오. 병조판서와 각 행상호군이 논의하시오.”

병조판서를 비롯한 신료들이 모두 고개 숙여 예를 올리고 물러섰다.

*********************** 

평안감사 박규수는 대동강 양각도가 바라보이는 제방을 의지한 채 지휘관들과 작전 회의를 하고 있었다. 갑옷을 입고 투구까지 쓴 그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중군 이현익부터 구할지, 전면 공격할지를 놓고 숙의가 계속됐다. 얼마 후 부장 하나가 전갈을 가지고 뛰어 들어왔다. 양이들의 모선에서 내려진 작은 배를 타고 들어 온 통역인 토마스라는 자가 이런 말을 남기고 갔다는 것이다.

“쌀 1000석과 금은, 인삼을 요구한다.”

박규수는 침착하게 전갈을 받아들며 포군 부장에게 묻는다.

“여기서 저 배까지 사격하면 미치겠는가.”

포군 부장이 눈을 씀벅하더니 대답한다.

“저놈들이 우리의 대포 성능을 미리 알고 온 듯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겠습니까.”

“으흠,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자 수군을 책임진 군관이 나서서 말한다.

“지금은 만조 때라 저들이 위세를 떨지만 사리 때가 되면 물이 줄어들어 움직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강과 바다에 익숙한 군관들의 의견이 같았다.

“그렇습니다. 배가 커서 조금만 물이 빠져도 모래톱이 많은 우리 강에서 옴짝달싹 못 하는 신세가 될 것입니다.”

박규수가 조용한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요행을 바라고 가만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벌써 수많은 백성이 죽고 다쳤네. 저들이 하는 짓거리를 보니 강도나 다름없지 않은가 말이야. 오늘 밤 야음을 틈타 기습공격을 감행할 생각이네. 활 잘 쏘는 군졸들을 모으게. 가까이 접근해 일제히 불화살을 쏘면 바람이 강해 금세 저놈들 배가 불바다가 되지 않겠나.”

그때 한 무리의 평양 백성이 언덕 아래쪽에서 몰려온다. 군관들과 병졸들이 막아서며 물었다.

“무슨 일인가, 멈춰라.”

무리의 우두머리인 듯한 자가 말했다.

“아니 지금 뭐라 했소. 우리 평양 사는 백성들이오. 지금 우리가 가만있게 생겼소. 저 종간나 새끼들이 포를 쏴대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는데 어찌 멈추라 한단 말이오.”

“그래도 아니 된다. 당장 물러들 가라.”

“일 없소. 오늘 사생결단을 볼 것이오.”

양이들이 쏜 대포 세례에 가족이 죽거나 다친 평양 백성들은 막무가내였다. 막아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관찰사 박규수가 나섰다.

“멈추어라, 그대들의 심정은 헤아리고도 남으나 지금은 때가 아닐세. 그대들의 힘이 필요할 때는 내가 먼저 청할 테니 기다리시게. 그보다는 먼저 노약자들을 피난 보내주시게. 언제 또 저들이 총포를 놓을지 모르는 일이네. 알겠는가!”

우격다짐이던 이들 무리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웬일인지 순순히 응한다.

“예 장군님, 알겠습니다. 우리도 힘을 보탤 테니 언제든 말씀만 해주십시오.”

백성들이 물러가자 박규수는 군관에게 퇴교(退校) 박춘권(朴春權)을 부르라 지시한다.

*********************** 

삽화=태도(太道) 조석희

얼굴에 숯검정을 칠하고 활을 어깨에 멘 일단의 조선 병사들이 낮은 포복으로 셔먼호 쪽으로 다가갔다. 얼마 후 앞장선 군관 하나가 수신호를 보냈다. 더 가까이 다가가도 좋다는 뜻이다. 그가 다시 수신호를 보내자 군졸들이 두 패로 나뉘었다. 한패가 화살에 불을 붙여 일제히 셔먼호의 선미 쪽을 향해 쏘기 시작했다. 셔먼호 선원들이 일제히 뛰어나와 아우성을 치며 불을 끄려고 난리법석이다. 때를 놓치지 않고 어깨에 칼을 멘 박춘권이 재빠르게 수영을 해 셔먼호에 올랐다. 중군 이현익을 구하기 위해서다. 이현익을 구해 나오던 박춘권은 셔먼호 선원들과 맞닥뜨렸다. 수군 박춘권의 칼은 빨랐다. 순식간에 둘을 쓰러트리고는 강물로 뛰어들어 탈출했다.

중군 이현익이 총사령관 박규수, 철산부사 백낙연이 머무는 막사에 합류했다. 이들은 셔먼호를 어떻게 공격할지 논의 중이었다. 박규수가 이현익에게 묻는다.

“저들의 동태는 어떻소?”

“예, 저들은 프랑스 신부를 살해했다고 원수를 갚아야 한다며 살기등등합니다.

“저들이 처음엔 영국인이라 하지 않았소. 프랑스 신부의 원수를 갚는다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소. 혹시 영국인도 아니란 말이오?”

“모르겠습니다, 배 뒤에 깃발을 달았는데, 처음 보는 것이었습니다.”

철산부사 백낙연이 기세 좋게 말한다.

“영국 놈이든 프랑스 놈이든 어서 빨리 공격합시다, 어디 몸이 근지러워서 몸살 나겠소이다.”

이때 군관 하나가 막사로 뛰어 들어왔다.

“관찰사 어른, 저놈들의 배가 서쪽 모래톱에 걸려 꼼짝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게 사실이냐. 어찌 되었는지 나가봅시다.”

중군 이현익이 급하게 말한다.

“어젯밤부터 사리가 시작되었는데 물때를 몰라 배를 뺄 시기를 놓친 것 같습니다.”

백낙연이 쾌재를 부른다.

“옳거니, 이놈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줄 때가 됐소.”

박규수가 묻는다.

“어떻게 공격하면 좋겠는가.”

그때 연락 군관이 뛰어 들어왔다.

“큰일 났습니다. 저들이 무차별로 대포와 총을 쏴대고 있습니다.”

이현익이 외쳤다.

“백성들은 모두 피신시켰는가.”

“이 종간나 새끼들, 지금 당장 쳐들어가야 합니다.”

철산부사 백낙연이 노기를 띠고 외쳤다.

“어허, 기다리시게.”

“관찰사 어른, 기다리다가 숨넘어가겠습니다.”

박규수가 드디어 명령을 내린다.

“중군은 군졸을 이끌고 평양 도성 백성들을 살피고 피난 대책을 강구 하시오.”

“예, 관찰사 어른.”

평양 성내는 처참했다. 포연과 불기둥이 어우러져 아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백성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고, 죽은 자가 부지기수였다. 화염에 휩싸인 집에서 아녀자와 아이들이 뛰쳐 나왔고, 이미 무너져 내린 집들도 많았다. 셔먼호는 모래톱에 걸린 강변에서도 평양 어디든 공격할 수 있을 정도로 사거리가 긴데다 파괴력이 큰 대포를 장착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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