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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학, 진실에 접근하는 방법
  • 이충건 기자
  • 승인 2019.04.10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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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스트 이화독서클럽] 최태호 교수의 ‘문학과 성’
지난 9일 열린 세종포스트 이화독서클럽에서 최태호 회원(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이 자신의 저서 '문학과 성'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젊은 아낙이 슬피 울고 있다. 아낙은 왜 통곡하는 것일까?

남편이 자신의 성기를 잘라버려서다. 아낙은 “전쟁터에 나가 돌아오지 못할 수 있지만, 자기 스스로 남근을 잘랐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한다.

이유를 들어보니 그 사연이 참으로 기막히다.

나라에서 남편은 물론 삼 년 전에 돌아가신 시아버지, 갓난아기까지 징집대상이니 병역의무 대신 세금을 내라는 것이다. 무슨 소리냐고 따져봐도 소용이 없었다. 낼 베가 없다니 강제집행한다며 외양간 소까지 끌고 가버렸다.

남편은 “자식을 낳은 것이 죄”라며 헛간에 들어가 스스로 거세를 했다는 것이다. 아낙은 “이게 나라냐”고 울부짖는다.

다산 정약용의 시 ‘애절양(哀絶陽)’의 내용이다. ‘애절양’은 ‘양(남근)’을 ‘절(자르다)’하여 ‘애(슬프다)’하다는 뜻이다.

영・정조대는 조선의 ‘요순시대’로 불리지만 백성의 삶은 이렇듯 고단했다. ‘헬조선’ 그 자체였다.

지난 9일 오후 6시 30분 열린 세종포스트 이화독서클럽은 최태호 회원(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의 저서 <문학과 성>(문경출판사 펴냄, 2004)을 읽고 토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최 교수는 “역사는 왕과 승리자 중심으로 기술된 반면 민초들의 이야기인 문학은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조선 선조 때 시인 어무적(魚武迹)의 사회시, 김동인의 다양한 소설작품을 예로 들며 회원들과 함께 당시 시대상을 고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화독서클럽 회원들이 최태호 교수의 '문학과 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역사를 진실 그 자체를 담는 그릇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용비어천가’와 <고려사> 편찬과정의 상관관계를 통해서다.

왜 태조부터 세종에 이르기까지 고려사는 수정을 거듭해야 했을까. 역성혁명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다. 고려가 왕 씨의 고려가 아니라 신 씨(신돈)의 고려가 돼야 했다는 얘기다. 조선이 우왕가 창와의 실록을 일기로, 즉 ‘신우일기’ ‘신창일기’로 만든 까닭이다.

세종은 즉위 20년 ‘용비어천가’ 찬술을 지시했고, 이를 먼저 반포함으로써 태조와 조상을 신격화했다. 결국, 네 차례의 개수 명령 끝에 세종 24년 반포한 <고려사>는 세종의 복심으로 통했던 정인지, 김종서를 중심으로 편찬됐다.

김부식의 <삼국사기>는 ‘역사 왜곡’ 자체다. 일부 회원은 ‘가짜뉴스’가 도를 넘었다는 표현까지 썼다.

최 교수에 따르면, <삼국사기>는 고조선을 삭제함으로써 2000년 역사를 망실케 했고, 칭제(稱帝)하여 삼국의 모든 왕을 제후로 격하했다. 또 중국사는 상세하게 외국사는 간단하게 기술하는 상내약외(詳內略外)를 따름으로써 자국의 권위를 낮췄고, 부여・옥저・동예・발해・가야 등의 기록을 삭제했다. 고구려와 백제의 역사도 축소했다.

박정미 회원은 “역사를 팩트라고 전적으로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며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가짜뉴스가 만들어졌는지를 고려하면서 역사를 읽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문학작품과 교차해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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