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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와 전쟁, 세종시 환경미화원들의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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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와 전쟁, 세종시 환경미화원들의 사투
  • 송현지 인턴기자
  • 승인 2019.02.13 17: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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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행복도시 환경 지킴이’ 1일 동행취재기
환경미화원들이 크린넷 투입구 바깥 쪽에 흩어져 있는 쓰레기와 종량제봉투를 수거하고 있다.

[세종포스트 송현지 인턴기자] “딱 2년만 더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세종시 강전경(59) 환경미화원 팀장은 21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보람동 환경미화가 그의 책임이다. 조치원에서 18년, 금남면에서 2년간 근무 후 지난 1월 보람동으로 옮겨왔다. 강 팀장은 “환경미화원 일을 하며 딸 3명을 잘 키워내 뿌듯하다”면서도 내년으로 다가온 정년을 아쉬워했다.

비나 눈이 오면 일할 때 힘들겠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것도 운치있다”고 말할 정도로 긍정적인 성격의 강 팀장. 지난 12일 그의 하루를 동행하면서 환경미화원의 일상을 톺아봤다.

#. 눈으로 확인한 환경미화의 진화

지난 12일 오전 7시 세종시 한별리 세종시청 별관에서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 수거 작업을 준비를 하고 있다. 환경미화원들의 연령대가 예전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세종시 직영 환경미화원은 65명, 청소차 운전원까지 합하면 총 77명이다. 비알티(BRT) 노선 미화는 도시청결과가 담당하고 한솔동・아름동・보람동 세 팀이 있다.

강 팀장은 행복도시 인구수가 증가함에 따라 조치원읍에서 보람동으로 옮겨와 팀장을 맡고 있다. 그는 “연기군 시절 환경미화원은 50~70대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했다.

강 팀장은 조치원에서 일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조치원에서 일하는 18년 동안 하루의 일과는 새벽 1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수거 차량이 별도로 없던 때는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생활 폐기물과 음식물이 뒤섞인 쓰레기를 하나하나 찢어 종류별로 분류했다. 리어카를 채우고 비우고를 반복하면서 온몸이 오물로 뒤덮였다.

아침 8시부터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뒤 점심을 먹고 3시까지 다시 쓰레기 수거를 반복했다.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병을 얻거나 사고로 죽는 사람도 적잖았다고 한다.

반면, 행복도시에서의 하루는 다른 지역 환경미화원들보다 좀 더 늦은 아침 7시에 시작한다. 미화원들은 한별리 세종시청 별관에서 근무를 준비했다. 모두 형광색 유니폼을 입고 안전화를 신었다.

보람동 강전경 환경미화원 팀장. 환경미화에 종사한지 올해로 21년째다.

7시 30분부터 모두 4대의 자동차가 한 조를 이뤄 종량제 쓰레기, 재활용품, 대형폐기물을 수거했다. 자동차는 생활 쓰레기와 스티로폼・유리병・페트병 등 종류별로 나뉘었다. 생활 쓰레기는 수거 즉시 차에서 파쇄됐다.

담당 구역을 한 바퀴 돈 후 보람동 동사무소에서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 뒤 수거장에서 한차례 쓰레기를 비웠다. 이어 같은 지역을 한 바퀴 더 돌면서 수거하지 못한 쓰레기를 마저 수거했다.

점심은 식당에서 사 먹거나 세종시청별관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점심 식사 후 1시 30분부터는 가로 청소가 시작된다. 집게를 이용해 길거리에 있는 담배꽁초 등을 주웠다. 가로 청소까지 모두 끝마치면 오후 5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똑같은 일과가 반복된다.

강 팀장의 조치원 회상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지금은 멀리서 보면 사람들이 경찰인 줄 착각한다”는 강 팀장의 얘기처럼 작업복이 지저분해지지도 않았고, 작업에 조급함도 없었다.

도시청결과 박찬양 주무관은 “환경미화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시하고 있다”며 “밤에 일어나는 교통사고가 빈번해 작년 전국에서 최초로 주간근무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분기별 안전교육 ▲간담회를 통한 건의사항 청취 ▲핫팩, 냉 조끼, 절단방지용 장갑, 절연용 안전화 등 안전 물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고용노동부의 안전수칙에 따른 것이다. 지금은 의무사항이지만 세종시는 권고사항이었던 2017년 이전에 자발적으로 안전수칙을 준수했다.

최근에는 고운동에 환경미화원 휴게실을 6억 원의 예산을 들여 새로 건립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세종시는 지난해 11월 1일부터 12월 14일까지 실시된 ‘환경미화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기획 감독’에서 무결점 판정을 받았다.

#. 말만 재활용… 시민의식 높아졌으면

크린넷에 투입해야 할 종량제 봉투들이 투입구 앞에 방치돼 있고 바닥 곳곳에 쓰레기가 흩어져 있다.

최근 직영 환경미화원들의 근무환경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고충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환경미화원들을 경시하는 일부 시선이다. 강 팀장은 “사람들이 청소하는 사람들을 아래로 보는 경우가 있다”며 “시민들의 가장 밀접한 부분을 담당하는 만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깨진 유리나 이쑤시개를 아무런 표시 없이 배출해 다치는 일도 허다하다. 그런 환경미화원들에게 파상풍 주사는 필수다. 강 팀장은 “분리배출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며 “종량제봉투에 쓰레기를 제대로 넣어 버리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 상가 앞에 쓰레기가 흩날려 있었고, 크린넷에 넣어야 하는 쓰레기봉투가 밖에 방치된 경우가 많았다. 단속이 이뤄지기는 한다지만 행위자를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읍면지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강 팀장과 시설관리공단 환경관리팀 박찬성 팀장은 입을 모아 원룸촌과 시장 등에서 불법 투기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 팀장은 “쉽게 분리수거를 할 수 없는 환경을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시민들도 분리수거 의식을 높이기 위한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며 “이장단이 쓰레기 수거 구역을 합의해주면 시에서도 쉽게 분리수거함을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쓰레기 수입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한해 들여오는 쓰레기양이 200만 톤에 달한다. 섬유는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재가공해 만들어지는데 재활용품이 부족해 쓰레기를 수입하는 실정이라는 것.

우리나라에서 수거하는 재활용품은 말만 재활용품인 경우가 많다. 재활용이 불가해 소각하는 양이 적지 않다. 페트병은 라벨과 뚜껑을 제거해야 하고, 컵라면 용기도 깨끗하게 씻어야 재활용할 수 있어서다.

시설관리공단은 이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을 재고하기 위해 고려대 세종캠퍼스 사회봉사단과 협약을 맺고 오는 18일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고운동 매립장 내 생활자원회수센터에서 일반쓰레기와 재활용품이 분리되고 있다. 1차에서는 대형 쓰레기, 2차에서는 병, 캔같은 무거운 쓰레기, 3차에서는 비닐, 패트 등 가벼운 쓰레기가 선별된다.

#. 냉혹한 직영과 위탁의 차이

불법 투기가 만연한 세종 읍면지역은 현재 위탁업체 소속인 용역 환경미화원 소관이다. 세종시 도시청결과에 따르면 용역 환경미화원은 현재 72명이다.

시에서 이들을 관리하고 있지만, 직영 환경미화원과 처우가 다르다.

강 팀장은 “힘든 일은 용역 환경미화원에 맡겨지는 추세이며, 직영 환경미화원들은 가로 청소를 위주로 한다”고 말했다.

또 낮에 근무하는 직영 환경미화원과 달리 용역 환경미화원들은 여전히 새벽부터 청소를 시작한다. 직영 미화원은 연차에 따라 임금이 증가하고 휴일 근로 수당도 받지만, 용역 미화원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용역 환경미화원의 근로 여건 개선이란 숙제를 뒤로 남겨둔 채 오늘도 하루가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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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세상 2019-02-14 07:23:39
수고가 많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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