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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행복도시 세종은 '노년이 행복한 도시'[인터뷰] 박지영 고구려대 아동보육복지과 교수
박지영 교수.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평균 연령 36.7세. 대한민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 세종시를 ‘노년이 행복한 도시’로 만들자는 사람이 있다. 박지영(49) 고구려대 아동보육복지과 교수다.

박 교수는 지난 9일 오후 2시 종촌동 복합커뮤니티센터 4층에서 열린 고려대 인문학사업단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에 올해 첫 강의자로 섰다. 강연 주제는 ‘행복한 노년의 삶을 위한 커뮤니티케어’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가 주최하는 세종 인문도시 사업은 지난 2016년부터 총 3년에 걸쳐 진행 중이다. 올해는 오는 3월 30일까지 ‘인문도시의 미래, 인문도시의 확산’을 주제로 인문학 강연, 인문콘서트 등이 진행된다.

박지영 교수는 "세종시가 잘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공간 안에 무엇을 담는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세종시는 궁극적으로 지역사회 중심 돌봄이 가능한 도시로 만들어 행복한 노년을 꿈꿀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 문제, 더이상 남의 일 아니다

박지영 교수가 지난 9일 오후 2시 종촌동 복합커뮤니티센터 4층에서 고려대 인문학사업단 강좌 ‘행복한 노년의 삶을 위한 커뮤니티케어’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초고령사회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를 말한다. 한국은 지난 2017년 이미 전 단계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은 초고령사회 진입 시기를 2026년으로 예상한다.

초고령사회는 지금껏 사회적 불안 요소로 인식돼왔다. 경제활동 인구의 부양비 부담과 맞물리면서 부정적인 현상으로 비춰졌던 것도 사실이다.

박 교수는 “초고령사회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진정한 초고령사회의 의미는 더이상 노인 문제가 개인이 아닌 지역사회 전체의 것으로 인식되는 데 있다”며 “유병장수시대가 되면서 노노(老老)케어와 사회적 돌봄, 무연(無緣)사회 극복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격언에는 ‘노인 한 명이 사라지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덴마크에는 ‘집안에 노인이 없으면 옆집에서 빌려오라’는 속담도 존재한다.

현실은 어떨까. 노인들에게 차별과 배제는 어느새 당연한 것이 됐다. 특히 대한민국 노인으로 산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녹록지 않은 일이다. OECD 국가 중 1위를 달리는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이 그 근거다.

박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노인들은 차별받고 소외되는 것을 당연하게 느끼지만, ‘그렇게 하지 말라’, ‘함부로 하지 말라’ 외쳐주는 것이 지역사회가 나아가야 할 모습”이라며 “후기 노인기에는 누구나 지병과 장애가 생긴다. 무능력한 사람이 아닌 보호·공경해야 할 대상이라는 사회적 인식은 노인 스스로 독립과 존엄을 동시에 보호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제3기 인생 자존감 찾기, ‘타임뱅크’ 어떨까?

지난해 10월 고려대 인문사업단이 세종시청에서 개최한 독일 노년 사진전. 박 교수는 이날 '차와 노인의 향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노인들은 대부분 자신이 아닌 가족을 위한 삶을 살아왔다. 개인의 삶 대신 가족 구성원 또는 부모로서의 삶에 치중했던 탓이다.

박 교수는 “강의를 하다 노인 세대에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물으면 모두가 1순위로 ‘가족’을 꼽는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이고, 스스로 행복하면서 타자지향적인 삶을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자아실현이자 완성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우선 ‘교육’이다. 학습하는 노인,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평생교육이 노인이 노인 스스로를 아끼고 받아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스스로 참여하고 의사결정에 나서며 당당히 살 수 있는 도시가 되려면 사회뿐 아니라 노인도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며 “노인세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의존’인 만큼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삶이 가능한 사회 시스템도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가 제시한 개념은 ‘타임뱅크’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노인들이 사회에서 소외되는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다. 자신이 봉사한 시간만큼 후기 노인기에 스스로 당당하게 돌려받는 선순환 시스템을 말한다.

각각의 전문성과 재능·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봉사 시스템에 참여하고, 향후 그들이 필요할 때 케어·돌봄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박 교수는 “노인의 4가지 고통 중 하나는 사회적 역할의 상실에 있다”며 “눈 뜨면 할 일이 있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고, 활동을 통해 보람을 얻는 일은 자존감을 높여 우울증을 해소한다. 봉사는 곧 노년기 진정한 자아실현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신노년(New aging)은 생산적 노화(경제·노동), 활동적 노화(참여·활동), 성공적 노화(관계유지·건강) 세 가지 요건을 함축한다.

그는 지난 2016년부터 개최된 시니어유니버스 선발대회에 2회째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단순한 미(美)의 기준이 아닌 노년이 갖는 아름다움, 존엄한 삶을 사는 노년상을 정립하는 대회다.

박 교수는 “노년의 아름다움은 지역사회에 참여하고 봉사하면서 함께하는 삶의 가치를 알아가고 알리는 데 있다”며 “아름답고 존엄한 노인의 삶은 젊은이들의 삶이 아닌 같은 노인들의 선상에서 모델링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래 유토피아 ‘커뮤니티 케어’

박지영 교수. 노인 세대와 청년 세대가 이원화된 세종시를 커뮤니티 케어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을 하고 있다.

인구 구성에 있어 세종시는 이원화된 도시다. 가장 젊은 평균나이를 가진 지자체로 노인 세대 인구 비중이 타 지자체 대비 적다. 반면, 행복도시와 읍면지역 간 노인 인구 불균형은 이원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도시에서 노인 세대가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인권 감수성'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2018년 기준 세종시민의 62.7%는 ‘향후 10년 후에도 세종시에 거주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계속 거주 의사 비중도 높아졌다. 젊은 세대인 세종시민이 노년까지 세종시에 살고자 하는 비율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박 교수는 “행복한 노년을 꿈꿀 수 있는 도시가 진정한 행복도시”라며 “세종시 노인들이 가진 의료나 간병·가사서비스 욕구 등을 채워나갈 수 있는 대안은 바로 커뮤니티 케어”라고 강조했다.

커뮤니티 케어는 노인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삶을 목적으로 한다. 노인들이 시설이나 병원이 아닌 살던 곳에서 지속 거주하며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시스템이다. 지역 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으로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 지원을 포함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개인 생활공간과 공동생활공간이 한 건물에 있는 일본의 노인공동체, 거주 공간을 필요로 하는 젊은이들과 공동 거주하는 네덜란드의 ‘후마니타스 양로원’ 등이다.

세종시에서는 행복도시 공공실버주택 밀마루 복지마을이 이와 유사한 지향점을 갖고 있다. 이곳에서는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등이 상주해 의료·건강관리, 식사나 목욕 등 일상생활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박 교수는 “자립과 돌봄, 지역사회 참여가 연계된 커뮤니티 케어 시스템은 유토피아에 가깝지만, 민·관이 협력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모습”이라며 “병원에서 기다리는 임종이 아닌 거주 공간에서 나이 들며 웰다잉으로 이어지는 삶, 자기결정권을 존중받으면서 함께하는 기쁨을 누리는 따로 또 같이의 공동체 삶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00세 시대의 절반, 올해 오십을 맞아 그는 올해 세종시여성합창단에 입단했다.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삶의 실천 방식으로 합창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새해 합창 연습 첫 곡은 ‘고향의 봄’이다.

박지영 교수는 “세종은 어쩌면 나에게 제2의 고향이 될지도 모르고, 또 누군가에게는 다시 돌아오고 싶은 고향일 것”이라며 “나 역시 합창단을 통해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다면 노년의 겨울이 긴 터널처럼 쓸쓸하고 외롭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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