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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받는 연기향교 인륜경전강독대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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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받는 연기향교 인륜경전강독대회, 왜?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8.10.31 11: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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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불공정 시비·참여 학생 감소, 시관(試官) 선정 개선점 노출
지난 2016년 열린 제5회 연기향교 인륜경전강독대회 심사 모습. (사진=세종시)

세종시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존호를 딴 한글 도시다. 동시에 연기향교, 전의향교, 초려역사공원, 갈산서원, 덕성서원 등 유교문화 자원도 풍부한 지역으로 꼽힌다. 과거 연기군이 위치했던 충남은 초려 이유태, 타우 이상, 전재 임헌회, 녹문 임성주 등 걸출한 유학자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세종시 유교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공간, 연기향교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는 인륜경전강독대회가 올해 7회째를 맞았다. 동시에 심사 공정성에 대한 뒷말도 무성하다. 심사표 재구성 의혹부터 불공정 시상, 대회 운영 미비 등 제기되고 있는 논란과 개선 여지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올해 열린 제7회 연기향교 인륜경전강독대회가 심사 공정성 의혹에 직면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감상을 두고 빚어진 촌극이라는 시각은 문제의 본질과 다르다는 것이 교육계 시각이다.

인륜경전강독대회는 수학, 과학 경시대회 등 일반 학력 대회와 다른 특성을 가진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의 재현 형식을 취한다. 장원은 조선 시대 과거 최종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하는 것을 이른다. 합격자 3인 가운데 수석을 장원이라 불렀다.

장원이 누가 되느냐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시험관인 시관(試官)이다. 쉽게 만날 수 없는 큰 스승 앞에서 지금껏 배우고 익힌 강독을 선보이고, 격려와 조언을 듣는 것이 대회의 본질이기 때문.

관련 교육계에서는 잘 보존된 향교 문화, 큰 스승이 포진한 세종시에서 열리는 강독대회가 공정성을 담보하고, 명예로운 전통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역 교육계 관계자 A씨는 “한문 강독 관련 교육계가 좁은 편이어서 한번 대회의 신뢰성을 잃으면 학생도, 학부모도 다시 찾지 않게 된다”며 “대회가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는 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왜 발길 뜸해졌나

연기향교 인륜경전강독대회의 공정성 문제는 이미 3년 전 제4회 강독대회에서도 불거진 바 있다.

올해 학생부 참가자는 30여 명 남짓. 몇 해 전까지만 해도 8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참가하는 대회였지만, 참여 학생 수가 급감했다. 서당 출신이 아닌 학교 소속으로 출전하는 참가자도 있었으나 현재는 한 손에 꼽을 정도다. 결국 세종시 일부 서당 출신 학생들만의 대회로 전락한 셈이다. 

몇 해 전 대회에 참가했다는 타 지역 교육계 관계자는 “제자들을 데리고 출전한 적이 있는데 장원을 하고도 교육감상을 받지 못한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었다”며 “안내된 대로 수상이 이뤄지지 않은 점, 인근 지역 학생들을 출전시켜 놓고도 들러리 격으로 만든 점 등 다시는 출전하지 않는 대회 중 하나”라고 말했다.

세종특별자치시교육훈령 제66호 교육감상 및 후원명칭 사용승인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세종시교육감상을 해당 지역 학생들에게만 수여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실제 전국 단위 학생들이 출전하는 대회에서는 지역과 상관없이 해당 순위 학생들에게 교육감상이 수여되고 있다.

참가자 모집 시 포스터, 안내문 등에 자세한 수상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대회 공정성을 훼손하는 요인이다.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와서야 부문별 시상 내역이 전달된다는 게 지역 교육계 관계자의 전언.

교육감상 및 후원명칭 사용승인에 관한 규정 제3조에 따르면, 행사를 주최하는 기관 또는 단체는 행사 개시일 30일 전까지 해당 서류를 갖춰 교육감상 사전 승인 신청을 해야한다. 제출 서류는 신청서, 행사 계획서, 최근 3년간 행사운영실적보고서 등이다.

올해 대회 교육감상 수여 사전 승인 날짜는 10월 2일이다. 대회 4일 전에 시상에 대한 사전 승인이 이뤄진 셈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대회는 세종시 학생들만 참가했고, 세종시 학생들에게만 교육감상을 수상하는 것으로 승인했다”며 “승인 날짜는 주최 측과의 소통 문제로 늦어진 부분이 있지만, 매년 승인해오던 내역과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지역 유림계 중심 심사단, 송독 전문가로 채워야”

올해 대회 심사위원은 총 9명이다. 지역 유림회장, 연기향교 경전 강의자, 외부 위원(1명)으로 구성됐다. 대회 1회부터 7회까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경우도 있다.

송독 전문가가 중심이 되는 심사단 구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A씨는 “세종을 포함한 인근 지역 학생들의 수준이 높은 편”이라며 “강독대회는 시관 역할을 하는 심사위원이 가장 중요하다. 큰 스승님 격인 송독 전문가를 포함시키는 일이 결국 대회 신뢰성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 측도 외부 전문가 영입에 대해서는 일부 필요성을 인정했다. 다만, 행사 규모나 진행 예산(심사비)에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회 측 관계자는 “대회가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있고, 외부 전문가 구성도 필요한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예산 여건이 충분치 않다”며 “현재 심사위원들도 전문 강의자로 지역에서 존경받는 분들이다. 심사비 상관없이 유교 발전과 봉사 정신으로 참여하신 분들”이라고 밝혔다.

심사위원단 관계자는 “이번 대회에서 학생들의 향상된 실력을 체감했고, 심사석에 있는 위원들도 앞으로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외부 훌륭하신 분들을 초청하는 것이 자체 심사 질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로 7회째 열린 연기향교 인륜경전강독대회는 세종시 보조금과 자체 예산을 들여 개최되고 있다. 올해 이 대회에 승인된 교육감상은 총 3개다. 관계 기관은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한 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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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민 2018-11-08 00:2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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