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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하프 시장 석권 노리는 전직 美 음대 교수의 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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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하프 시장 석권 노리는 전직 美 음대 교수의 야심
  • 유태희
  • 승인 2018.10.1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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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문화인물] 안영숙(Sunny Ahn) ‘HIM’ 대표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세종시 호수공원 일원에서 여섯 번째 세종축제가 열렸다. 세종대왕 어가 행차와 먹을거리, 농산물 판매, 다양한 공연까지 다채롭게 진행돼 명실공히 중부권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축제 기간에는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가 ‘한글창의산업전’을 개최했는데,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 가운데 서양악기인 ‘하프’를 홍보하는 부스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미국 음학대학 교수로 퇴직한 뒤 하프의 대중화를 위해 직접 스타트업을 창업한 안영숙(Sunny Ahn) 대표다.

40년간 하프 연주자로, 미국 음대 교수(하프 전공)를 지낸 안영숙(Sunny Ahn) 씨가 입문용 소형 하프 '줄리'를 개발해 세계 하프 시장 석권에 도전하고 나섰다.

― 바쁘신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간단하게 자신부터 소개해달라.

“하프를 만들어 세계 하프 시장을 석권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에 온 안영숙이라고 한다.”

― 한국인이 아닌가.

“한국인은 맞지만, 미국에서 살다가 방금 말씀드린 대로 새로운 하프를 만들어 세계에 보급하고자 귀국했다. 이제 내년이면 3년이 돼가고 세종시에 살게 되면서 ‘여기가 고향이구나’ 느끼며 살고 있다.”

― 하프를 만들게 된 동기는 있나.

“경기여고를 졸업할 무렵 엉뚱하게도 미국에 하프를 배우러 유학을 가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모님을 졸라 유학길에 올랐다. 그래서 내가 한국인으로 처음으로 미국에서 하프를 전공하는 유학생이 되었다.

대학은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를 졸업했다. 1982년에 잠시 서울시향에서 간곡하게 귀국요청을 해서 수석 하피스트를 지낸 바 있다. 다시 미국의 LA City College, Hope Institute of Music에서 교수 생활을 했는데 갈수록 하프를 배우는 학생들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학생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하프는 값이 너무 비싸서 배우기도 어렵고 운반하기도 힘들다’는 거다.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하프를 아이들에게 쉽게 가르치고 싸게 만들어 보급할 수 있을까’ 마음속에 숙제처럼 남아있었다. 그 동기가 가장 컸다.”

― 전시된 하프들이 우리가 봐왔던 악기와 달리 매우 작다.

“이 하프가 내가 만든 입문용 하프다. 이름은 제 조카 이름을 따서 줄리(Julie)라고 지었다. 내 조카가 아주 미인이다.” (웃음)

― 하프연주자가 직접 하프를 제작했다는 게 참 특이하다.

“앞서 말했지만 내가 40년을 하프연주자로, 교수로 지내면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하프라는 악기에 자부심이 크다. 그런데 이런 악기가 보편화하지 못하고 있어서 이를 실현하고자 미국에서 목공학교에 다녔다.

내가 사는 데는 LA인데 학교는 샌디에이고에 있다. 거기를 일주일에 몇 번씩 4시간 가까이 운전을 하고 다니며 졸업을 했다. 그 목공학교에 여자는 나 혼자였다. 하지만 배우기 편하고 들고 다니기도 편리한 하프를 만들겠다는 생각 하나뿐이었다. 결국, 열심히 해서 줄리라는 입문용 소형 하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특허청에서 세계최초로 하프 악기 특허(US 7,939,735B2)를 취득했고 2012년에는 Woodworking in America에 출품하여 애호가들의 격찬을 받았다. 하지만 못내 아쉬운 감정이 남았다. 내가 한국인인데 미국이 아닌 고국에 이걸 가지고 가서 성공시켜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국가발전에 이바지하고 여생을 마쳐야겠다는 생각으로 영구 귀국하게 됐다.”

― 보급형 하프 개발에 성공했을 때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다.

“지금까지 악기는 모두 연주자가 아닌 장인들이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악기는 연주자가 제일 잘 알지 않겠나. 그래서 자꾸 생각하고 만들고 연주해보고 다시 또 손보고 해서 지금의 저 귀여운 줄리가 태어난 거다. 사실 팔고 싶은 마음이 없다. 줄리를 만들면서 고생한 생각을 하면, 사실 팔고 싶은 마음이 없다. (웃음)

그렇지만 큰 생각을 품고 귀국해 ‘힘’(HIM)이란 회사를 차리고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 최길성 센터장의 도움으로 이제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이야 끝이 없다. 국내에 하프를 알리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엔 추호도 변함이 없다.”

여섯 번째 세종축제 기간 안영숙 씨가 창업한 스타트업 '힘(HIM)'의 입문용 소형 하프 '줄리(Julie)'가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 ‘힘’은 어떤 회사인가.

“힘(HIM, Hope Institute of Music)은 현악기 개발 및 제조회사다. 하프의 대중화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고, 소형 하프의 국내외 판매 등을 통해 하프의 세계적 선두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앞으로는 하프의 반음조절 기술 완성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하프개발과 세계적인 새로운 현악기를 사업화하기 위한 연구를 멈추지 않고 있다.”

― ‘줄리’ 말고도 개발하는 게 있나 보다.

“아직 기업 비밀이라 말씀드릴 단계가 아니다. 아시다시피 연구개발비가 보통 많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전자를 이용한 새로운 버전이란 것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거의 완성단계다.”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하프를 보급하게 되면 가르치는 교사가 필요하지 않겠나. 그래서 교사양성반을 운영하고 있다. 교사양성반은 6개월 코스인데, 지금 서울 방배동에서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된 교사를 12주 커리큘럼의 방과 후 수업을 원하는 학교에 파견해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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