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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를 사랑한 파시파에, 포세이돈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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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를 사랑한 파시파에, 포세이돈의 복수
  • 박한표
  • 승인 2018.07.2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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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표의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26-5>미노타우로스의 제물 되기를 자청한 테세우스
박한표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문학박사

미노타우로스는 인간의 몸뚱이에 황소의 머리를 가진 괴물이었다. 이 괴물을 낳은 것은 미노스 왕의 부인 파시파에였는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었다.

크레타의 왕이 되기 전 미노스는 왕의 자리를 놓고 형제들과 경쟁을 하고 있었다. 그는 포세이돈에게 황소 한 마리를 바다에서 튀어나오게 해주면 왕위에 오른 다음 그 황소를 다시 바치겠다고 기도했다.

미노스가 형제들을 모아놓고 기도하자 포세이돈은 그에게 멋진 황소 한 마리를 보내주었다. 미노스는 그 덕분에 크레타의 왕이 되었지만, 그 황소를 다시 바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황소를 씨소로 쓰기 위해 우리에 가두고 포세이돈에게는 다른 황소를 잡아 바쳤다.

분노한 포세이돈은 미노스의 부인 파시파에가 그 황소를 사랑하도록 만들었다. 파시파에가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사랑에 애를 태우며 고민의 나날을 보내게 된 이유다. 신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은 미노스가 왕위에 오르고 나서 오만해졌음을 의미한다. 포세이돈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다이달로스가 나무로 만든 암소에 들어가는 파시파에’ 줄리오 로마노, 프레스코, 209×252㎝, 1526~1528년경, 테 궁전 시립미술관(이탈리아 만토바)

그러던 중 파시파에는 때마침 크레타로 망명 온 그리스 최고의 건축가 다이달로스에게 나무로 암소의 모형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다이달로스의 기술은 대단했다. 그가 만든 가죽을 덮어씌운 나무 암소 모형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파시파에는 속이 텅 빈 나무 암소 안에 들어가 황소와 사랑을 하여 마침내 아들 미노타우로스를 낳았다. 미노타우로스는 ‘미노스의 소’라는 뜻이다.

미노타우로스의 모습을 본 미노스 왕은 부끄러웠다. 그래서 다이달로스에게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 라비린토스를 만들게 하고, 그 안에 괴물을 가두었다. 아테네에서 제물로 보내져 온 젊은이들이 바로 이 미궁에 들어가 괴물의 먹이가 됐다.

테세우스가 숙부 팔라스의 쿠데타 음모를 진압하고 얼마 되지 않아 운명의 날이 왔다. 크레타섬에 공물로 잡혀갈 처녀 총각을 선발하는 날이 왔다. 테세우스는 일곱 명의 청년 중 하나로 가겠다고 자원했다. 자신이 직접 가서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돌아올 심산이었다.

‘파시파에’ 귀스타브 모로, 캔버스에 유채, 195×91㎝, 1880년,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프랑스 파리)

아버지 아이게우스가 아무리 말려도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아이게우스 왕은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들에게 부탁했다. “나는 오늘부터 바닷가 절벽에서 크레타 쪽을 보며 너를 기다릴 것이다. 그러니 돌아올 때 살아 있으면 키잡이에게 검은 돛을 흰 돛으로 바꿔 달도록 지시해라. 조금이라도 빨리 네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알고 싶구나.”

이제 문제는 미궁 라비린토스다. 라비린토스는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게 설계되어 그 안에 갇히면 그 누구도 통로나 출구를 찾을 수 없었다. 가령 용감한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쓰러뜨린다 해도 이 미궁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괴물을 퇴치하는 일이 먼저였지만, 미궁에서 탈출해야 하는 과제도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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