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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일어나도 될 세종시 버스 파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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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일어나도 될 세종시 버스 파업, 왜?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8.06.0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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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임금제 적용돼 올해 임금 인상 애초 불가, 몰랐던 노조원 ‘황당함’ 토로
세종도시교통공사 정문 앞에 걸린 현수막.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세종도시교통공사 노사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공사가 노조의 파업을 방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종도시교통공사(사장 고칠진) 노동조합(위원장 박근태)은 7일 오후 3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올해 임금교섭 체결을 회피하고, 파업까지 치닫도록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공사와 노조에 따르면, 올해 임금 협상에 관한 단체교섭은 2월 27일 시작됐다. 수당의 기본급화, 호봉·직급제 도입 등을 쟁점으로 본교섭, 충남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조정 결렬에 따른 사후 조정 등 4개월에 가까운 시간을 서로 간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현재 운수원들은 7920원(시급) 생활임금을 기준으로 보수를 지급받고 있다. 지난해 생활임금은 7540원. 공사는 임금교섭 시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 인건비 상한선 기준인 임금 총액의 4% 인상이 최대치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하지만 노조는 지난달 31일 노동위 사후 중재 교섭에서 올해 더 이상의 인건비 인상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생활임금제를 적용받는 운전원들의 임금이 노사 임금 교섭과는 별개로 이미 인상돼 더 이상의 증액이 불가능하다는 것.

노조 측은 “공사가 파업에 이르기까지 노조와 시민, 노동청을 속였다”며 “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질질 끌어온 노사협상도 애초 의미가 없었다. 공사가 임금교섭을 적당히 넘기려다 노조가 강력하게 나오자 해당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파업을 유도해 공사 운영의 문제점을 숨기려던 의도”라고 주장했다.

반면 공사 관계자는 “임금 협상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맞고, 현재 생활임금제 보수 규정은 임금 구조 개편을 통해 개선될 것”이라며 “올해 생활임금 인상분이 임금 협상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노조 간부들은 알고 있었을 것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실익 없었던 임금교섭, 발목 잡은 건 ‘보수 규정’

세종교통공사 운전원들이 7일 오후 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질적인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발언하고 있는 박근태 노조위원장.

사태의 원인은 결국 공사 운전원들이 올해 정규직으로 전환됐음에도 불구하고, 생활임금제를 적용받는 기간제 혹은 무기계약직에 가까운 처우를 받고 있었다는 데 있다.

조례에 의거, 지자체별로 상이한 생활임금은 전년도 9월 결정돼 이듬해 1월 1일부터 자동 적용되기 때문.

실제 생활임금은 최저임금 이상으로 근로자가 최소한의 인간적, 문화적 생활을 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말한다. 세종시 소속 및 출자·출연기관 근로자에게 적용된다.

지난해 말까지 기간제 신분이었던 운전원들은 ‘운수직 및 기간제 근로자 관리규정’을 적용받았다. 정규직 전환 후에는 ‘운수직 보수 규정’을 적용받았는데, 올해 4월 개정된 규정(안)에서도 여전히 생활임금제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지금껏 지속적으로 정규직 임금 체계를 새로 만들어 실질적인 정규직화를 해달라고 요구해왔다”며 “공사는 현행 시급 7920원을 기준으로 교섭을 해오다 이미 임금 인상분이 행안부 기준에 다다랐다며 말을 바꾸고 있다. 파업의 책임을 노조원에게 전가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현행임금 기준으로 본다면, 올해 시급은 7920원에서 1만1154원으로 총 41% 오르게 된다. 만근수당, 만근가산수당, 유급휴일수당, 급식보조비, 명절휴가비 등을 기본급화했을 경우다. 하지만, 실질 월 임금 상승 폭은 1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노조 관계자는 “공사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올해 초 기준 시급에 수당과 복리후생비를 시급화한 산정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녹인 방식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 사측의 협상 의지에 의문이 든다”고 했다.

공사 관계자는 “행안부 지방공기업 예산편성 기준상 복잡한 수당체계를 기본급화 하는 것이 현재 방향”이라며 “필요한 자료는 제공했고, 오는 8일 노동청 사후 4차 교섭이 예정돼있다. 노조는 하루빨리 파업을 철회하고 시민 편의를 위해 운행 정상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뒤죽박죽 월급명세서, 공사 걸맞는 운영시스템 지적도

교통공사 운전원들의 5월 월급 명세서. 파업 유무와 상관 없는 각종 수당과 급식비 등이 각각 다르게 책정돼 마구잡이식으로 지급됐다.

실질적인 정규직화와 함께 노조에서 지적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공사 운영 시스템이다. 최초 버스 중심 공기업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운영 능력이 미흡하다는 문제제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이서광 대전충청버스지부장은 “수많은 대전, 충청 버스업계를 다녀봤지만 이곳만큼 경영 수준이 심각한 곳은 보지 못했다”며 “내부 BRT, 꼬꼬, 조치원 노선을 임의 중단하고, 이 운전원들을 1000번, 1004번 노선에 투입하지 않은 채 전세버스를 임차한 파업 수송대책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근 지급된 운수원들의 지난달 월급명세서도 이를 뒷받침한다. 월 15만 원인 만근수당이 33만 원, 19여 만 원 등 마구잡이로 지급되고, 해당되지 않는 가족수당이 책정되는가 하면 급식비 등도 누락됐다. 임금 정산 문제는 지난해 임금체불 건으로 고소까지 치달았다.  

일각에서는 30여 명에 가까운 관리직 인원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

공사 관계자는 “새벽까지 명세서를 작업했는데, 파업 등으로 상황이 혼란스러워 업무 착오가 있었을 수 있다”며 “최근 공기업평가원에서 다녀갔는데, 관리직은 정원 내 20%에 미달해 오히려 적다는 얘길 들었다. 운영이 미흡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 경력직들이고, 버스 업계 경력자만 뽑을 수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세종시 버스 파업은 지난달 23일 시작돼 16일째 지속되고 있다. 7일 세종시에 따르면, 전세버스 임대에 사용된 예비비는 총 2억 1500여 만 원으로 추정된다.

교통공사 측은 지난달 31일 노조원 84명을 대상으로 직장폐쇄 조치를 취하고, 일부 노조원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노조 측은 지난 5일 직장폐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접수한 상태다.

오는 8일 오후 2시 열리는 노동위 조정에는 세종시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중재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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