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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인내·가치·정의, 영웅 헤라클레스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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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인내·가치·정의, 영웅 헤라클레스의 죽음
  • 박한표
  • 승인 2018.03.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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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표의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25-15>올림포스로 가다
박한표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문학박사

헤라클레스가 켄타우로스의 정신적 기둥이었던 케이론과 우두머리 폴로스를 죽인 사건은 이미 살펴본 바 있다. 헤라클레스는 이들을 죽인 대가를 받는다.

전편에서 켄타우로스 족 네소스가 데이아네이라를 범하려다 헤라클레스에게 죽임을 당한 이야기를 했다. 네소스를 죽인 화살에는 메두사의 독이 묻어있었다. 네소스는 죽어가면서 자신의 피를 ‘사랑의 묘약’이라고 속였다.

데이아네이라는 이 말에 속아 남편이 다를 여자를 좋아해 자신을 떠나려할 때 묘약을 쓸 생각이었다. 네소스는 헤라클레스의 아내에게 이렇게 속삭이고 눈을 감았다. “피에 젖은 내 옷자락을 남편의 옷 속에 숨기세요.”

헤라클레스의 아내 데이라네이나는 트라키스에 도착하는 즉시 네소스의 피가 묻은 옷자락을 잘라 청동 솥에다 보관했다. “의심이 마음의 젤로스(질투)를 튀겨낸다”는 말이 현실로 변하려는 순간이었다.

‘헤라클레스의 죽음’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 캔버스에 유채, 136×167㎝, 1634년, 프라도미술관(스페인 마드리드).

헤라클레스는 활쏘기 시합의 상으로 내걸렸던 아름다운 이올레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분을 참지 못한 헤라클레스는 오이칼리아로 쳐들어가 활쏘기 시합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올레를 넘겨주지 않은 에우리토스를 격파했다. 전리품으로 공주 이올레를 기어코 얻은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신전에 제사를 올리려 한다.

헤라클레스는 제사 때 입을 예복을 아내 데이아네이라에게 부탁했다. 사자 가죽을 걸치고 제사를 올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올레를 질투한 데이아네이라는 ‘네소스의 피’가 묻은 옷 조각을 헤라클레스의 예복 안에 꿰매어 넣었다.

헤라클레스는 아내가 보낸 그 예복을 입자마자 정체모를 고통을 느꼈다. 고통이 어찌나 격심한지 난생처음 신전 바닥에 쓰러지기까지 했다. 제우스 신관들은 이 영웅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면서 그를 배에 태워 트라키스로 모셨다. 헤라클레스가 트라키스로 돌아오자, 아내 데이아네이라는 남편을 죽게 한 양심의 가책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다.

헤라클레스는 역시 영웅이었다. 마냥 죽음을 기다리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웰-다잉(Well-dying)의 모습을 보여준다. 헤라클레스는 장작더미에 올라 불타 죽는 것으로 ‘떠밀리는’ 죽음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죽음을 준비한다. 즉, 산 채로 자신을 화장시킨 것이다.

헤라클레스는 장작을 쌓게 하고는 몸소 그 위로 올라가서 이렇게 말한다. “이 장작더미 밑에는 내가 쌓아놓은 불쏘시개가 있다. 그러나 내가 그대들에게 불질러줄 것을 청하여도 그대들은 불을 지르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나를 모르는 사람이 이곳을 지나게 되면, 내가 쓰던 이 활을 주고, 그 대가로 불을 질러달라고 부탁해라.”

아들 힐라스에게는 이올레를 아내로 삼으라고 유언했다. 이방인 하나가 나타나자 신관들이 헤라클레스의 뜻을 전했다. 헤라클레스가 누구인지 모르는 이방인은 별 어려움 없이 불방망이를 장작더미 밑에 던지고, 영웅의 활을 받아들고는 사라졌다. 이방인은 멜리보이아의 왕 필록테테스다. 훗날 그가 트로이 전쟁에서 전쟁의 원인 제공자 파리스를 바로 이 활로 쏴 죽이게 된다.

‘헤라클레스의 방 천장 : 헤라클레스 예찬’ 프랑수아 르무안, 벽화, 1700×1850㎝, 1736년, 베르사유궁전 트리아농궁(프랑스 베르사유).

올림포스 신들은 헤라클레스가 땅 위의 삶을 마감하는 광경을 슬프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때 제우스가 헤라클레스를 올림포스로 불러들인다. 헤라클레스가 반드시 죽어야 하는 인간의 몸에서 태어났지만, 죽지 않는 신이 된 이유다. 올림포스로 올라간 헤라클레스는 헤라와 화해하고, 헤라의 딸 헤베와 결혼한다. 독일 시인 쉴러의 시 한 대목을 인용한다.

[…]
지상에서 어둡고 무거운 고통을 죽음에다 버리고,
천상의 빛을 향하여 비상했다.
[…]

반신반인으로 인간 세상에 살면서, 인간의 삶을 어렵게 하는 괴물드을 퇴치한 헤라클레스에게서 우리는 네 가지의 가치를 읽을 수 있다. 힘, 인내, 가치, 정의다.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궁전의 ‘헤라클레스 방’에는 ‘헤라클레스 예찬’(프랑수아 르무안)이란 천장화를 볼 수 있다. 각각의 네 모서리에 힘, 인내, 가치, 정의를 상징하는 그림이 배치돼 있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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