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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세종과 문재인의 세종
  • 이충건
  • 승인 2018.03.21 12:0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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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브리핑] 불쾌하기 짝이 없는 청와대의 ‘개헌안 이벤트’
대표 겸 편집국장

청와대가 당초 21일로 예고했던 ‘문재인 개헌안’의 발의 시점을 5일 늦추고는 이벤트 하듯 하루에 하나씩 그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국민 개헌안’이란 이름에 어울리는 배려심이다. 하나씩 천천히 살펴보고 이해하라니 역시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란 칭송을 들을 만하다.

국정지지율 74%의 문재인 정부가 독주기관차를 탄 듯하다. 야4당이 대통령 직접 발의에 아무리 반대해도 소용없다. 브레이크 없이 26일이란 종착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참 다행이다. 어차피 폐기 또는 부결될 개헌안이니. 기관차는 폭주하다 제풀에 멈출 것이다.

‘문재인 개헌안’에 공감할 내용이 적진 않지만 불쾌한 감정이 앞선다. 대통령께서 ‘세종시를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만들겠다’던 그때의 약속을 치밀할 정도로 잘 지키고 계신 게 너무 잘 보여서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한 번도 ‘세종시로 수도를 이전하겠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 공약집에도 반영하지 않았다. 세종시에서 하도 떠들어대니까 ‘국민의 의견을 물어보겠다’고 한 게 전부였다. 세종시를 방문한 적도 없었다. ‘문재인 후보의 발언이 헌법 명문화를 의미한다고 포장한 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추미애 대표, 이해찬 국회의원, 이춘희 시장이다.

본보는 이를 ‘투 트랙 전략’으로 해석한 바 있다. ‘수도권 여론을 의식한 문재인 후보가 직접 나서지 않고 민주당 차원에서 ‘행정수도 개헌’을 부각시키는 선거 전략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후보 본인 입으로 행정수도 개헌을 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통령께 약속을 지키시라고 말할 근거도 없는 셈이다.

야속하게도 우리의 생각은 정확히 맞았다. 수도 서울은 불변이라는 전제 아래 세종시를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키우겠다는 대통령의 기존 입장을 이번 정부 개헌안에서 재확인했다. ‘실질적인 행정수도’의 역할과 대한민국 수도를 세종시에 두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통령께서는 당초 이전계획에 없던 행정안전부란 큰 선물을 주셨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이전 기관임에도 ‘창조경제’ 주무부처란 이유로 박근혜 정부가 과천청사에 초법적으로 잔류시켰던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전도 정권교체의 선물로 받아들여야 한다. ‘국정농단 세력’이 세월호의 책임을 물어 해체하고 세종시로 보낸 해경도 인천으로 되돌려 보낼 계획이란다. ‘국회 분원’도 세종시에 설치된다.

대통령께서는 이를 ‘실질적인 행정수도’라고 말씀하신 바 있다. 그렇다. 대통령께서는 ‘실질적인 행정수도’란 표현만 쓰셨다. ‘왜 우리의 수도가 꼭 하나여야 하느냐. 경제수도 서울, 해양수도 부산, 문화수도 광주, 과학수도 대전, 행정수도 세종이 있으면 우리 대한민국이 더 행복하지 않겠느냐’던 그 말씀을 똑똑히 기억한다. 법률에 위임할 수도가 많으니 국민들은 행복에 겨워 죽을 지경이 될 것이다.

‘문재인 개헌안’이 수도 규정을 법률에 위임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한 마디로 대통령 스스로 결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공을 국회에 넘기겠다는 소리다. 좋은 말로 해석하면 여야 정치권이 합의하라는 얘기고, 나쁜 말로 말하면 무책임한 것이다. 고(故) 노무현대통령이 신행정수도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을 때의 상황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 국회의원이라고 다 신행정수도에 찬성하는 건 아니다. 그때도 그랬다. 정치란 그런 것이다. 당선되면 다음 당선만 생각하는 게 정치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최근 언론브리핑에서 “수도 규정을 법률에 위임하는 것은 행정수도를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행정수도를 추진하지 않으면 수도 규정을 굳이 헌법에 넣을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내 생각에는 끼어 맞추기 해석일 뿐이다. 2004년 헌재가 관습헌법을 이유로 신행정수도 건설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그 순간과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관습헌법은 실재하진 않지만 여전히 우리 헌법에 살아 있는 ‘악성코드’처럼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시간과 공간은 2004년과 광화문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헌재의 위헌 결정이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으로 고착돼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대통령은 광화문에 모인 촛불시민의 목소리를 ‘광화문 대통령 시대’에 대한 요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진짜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 그런지 솔직히 모르겠지만, 청와대와 대통령은 반드시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지 못하신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에게는 깨고 싶은 오래된 고정관념이 있다. 조선 건국 이래 600년 서울은 항상 우리의 수도였다. 우리의 수도 서울은 통일 뒤에도 계속될 것이다.” 대통령의 말씀을 곡해하고 싶지는 않다. 이 말씀 뒤에 경제수도, 해양수도, 문화수도, 과학수도, 행정수도를 언급하셨으니 말이다.

그러나 변치 않는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통일대통령은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문재인의 세종은 노무현의 세종이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한국갤럽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다.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에 응답률은 17%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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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수 2018-03-23 21:01:10
기사 올린 이충건님... 문대통령에게 꼬인 듯..... 이런걸 기사라고... 아휴~~

형구 2018-03-21 19:04:33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수도는 서울로 하고,실질적인 행정수도는 세종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청와대는 서울에 존치하세요

푼솔 2018-03-21 17:14:51
세종포스트가 그나마정확하고중립적인 글을 써주시는것같아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행정수도 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애시당초 1도 없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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