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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12가지 과업을 끝내다
  • 박한표
  • 승인 2018.02.0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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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표의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25-12>케르베로스 생포
박한표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문학박사

헤라클레스에게 주어진 열두 번째 미션은 지하 세계의 괴물 케르베로스를 생포해는 것이다. 살아서 저승을 다녀오라는 얘기다.

아르고스의 왕 에우리스테우스는 헤라클레스가 무서웠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내가 모르는 죽음이 아니고, 내가 아는 삶이다.” 에우리스테우스는 단지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생각을 끊지 못해 두려워하고 있었다. 모이라이(운명)의 여신이 운명의 실을 끊지 못해 두려워하고 있을 뿐이다.

왕은 죽고 싶었다. 그때, 왕이 하데스에게 몸을 의탁할 것이 아니라, 헤라클레스를 하데스에게 보내자고 신하인 코프레우스가 제안했다. 헤라클레스의 열두 번째 미션이 저승을 지키는 개 케르베로스를 생포해 오는 일이 된 이유다. 저승의 지킴이 개인 케르베로스는 머리 셋에 등에는 온갖 종류의 뱀을 달고, 용의 꼬리를 가진 무시무시한 괴물이다.

‘헤라클레스와 케르베로스’ 페테르 파울 루벤스, 패널에 유채, 27×28.8㎝, 1636년, 프라도미술관(스페인 마드리드).

하데스의 땅인 저승에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러나 인간이 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다. 하데스의 오른 팔인 타나토스(죽음)를 따라가는 길이다. 레테(망각)의 강을 건너버리면 이승의 삶을 송두리째 잊고 돌아올 수 없는 망령, 즉 하데스의 백성이 된다.

그렇지 않다면, 엘레우시스(데메테르의 본고장)의 밀교로부터 도움을 얻는 방법이 있다.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에게 납치되었을 때, 딸을 찾아 헤매다가 엘레우시스 땅에 도착한다. 여기서 데메테르를 대접한 노인이 이 동네의 켈레우스다.

데메테르는 켈레우스의 아들 트리프톨레모스에게 농사를 가르쳤다. 그 아들은 공을 잊지 않고 사당을 짓고 해마다 데메테르에게 제사를 올리니 이 제사 지내는 풍습이 곧 ‘엘레우시스 밀교’다. 헤라클레스도 이 밀교에 가담한다.

밀교의 신관인 필리오스는 저승에 가는 길을 안다. 밀교를 믿는 사람들은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의 비호를 받으며, 밀알이 썩어 새싹이 트는 이치와 인간이 죽어 망각의 강을 건너가고 아이가 그 강을 건너 이 땅으로 오는 이치를 안다.

헤라클레스도 그 신관의 도움으로 저승 땅으로 내려갔다. 저승에 가면 여러 개의 강을 건너야 한다.

첫 번째 강이 비통의 강인 아케론 강이다. 이 강에는 카론이라는 뱃사공이 있다. 카론이 산사람을 건너게 한 경우는 프시케의 눈물, 오르페우스의 수금과 노래, 아이네이아스의 황금가지, 헤라클레스의 우격다짐과 힘이었다.

시름의 강인 코퀴토스, 불의 강인 플레게톤을 거쳐 마지막 망각의 강인 레테를 건너면 이승의 일을 까맣게 잊고 저승 땅의 백성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러나 한이 하도 깊어 저승의 수많은 강을 지나고도 이승 일을 잊지 못하는 신인이나 인간이 있다. 멜레아그로스가 그런 경우다.

‘칼리돈의 멧돼지를 죽이는 멜레아그로스’ 테오도르 보에르만스, 캔버스에 유채, 195×310㎝, 1677년, 사냥과 자연박물관(Musée de la Chasse et de la Nature, 프랑스 파리).

여기서 슬픈 운명의 소유자 멜레아그로스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멜레아그로스는 칼리돈의 멧돼지를 죽인 영웅이다. 그는 기구하고도 슬픈 자신의 신세를 다 잊지 못해 저승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 사연을 들어보자.

멜레아그로스의 아버지는 칼리돈이고 어머니는 알타이아다. 멜레아그로스를 낳을 때가 겨울철이어서 화덕에서는 장작이 타고 있었다. 아들이 태어날 때 운명의 여신들이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 잘난 아이의 명이 타고 있는 저 마른 장작에서 더도 덜도 아닌 것을….”

그러자 어머니 알타이아는 타고 있던 장작을 꺼내어, 물에다 넣어 불을 꺼버리고는 이것을 혼자만 아는 곳에다 감추었다. 덕분에 멜레아그로스는 헌헌장부로 잘 자라났다.

어느 날부터 칼리돈의 땅에 무서운 멧돼지가 나타나 농민들을 괴롭혔다. 이 멧돼지 사냥에서, 멧돼지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한 것이 멜레아그로스였다. 멜레아그로스는 유일한 여성 사냥꾼 아탈란테에게 그 영광을 바쳤다. 사냥꾼들이 이에 항의하자 멜레아그로스는 가장 격렬하게 반발하는 사냥꾼을 죽였다. 그 동생이 나서자 그 동생마저 죽였다. 졸지에 목숨을 잃은 형제는 바로 멜레아그로스의 외삼촌들이었다.

어머니 알타이아는 아들의 승리에 대한 기쁨과 자신의 두 남동생이 죽게 된 슬픔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고민 끝에 알타이아는, 예전 멜레아그로스가 태어나던 날, 불을 꺼서 감추어두었던 장작개비를 찾아내 화덕에다 던져 넣었다. 그 순간 멜레아그로스의 몸은 재가 되어 이 땅에서 사라졌다. 어머니의 손에 의해 타 죽은 것이다. 어머니는 멜레아그로스가 죽자 바로 목숨을 끊었다.

헤라클레스가 저승에서 이 멜레아그로스를 만나게 된 것이다. 멜레아그로스는 헤라클레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자신의 누이 데이아네이라를 아내로 맞아달라는 요청이었다. 고향 칼리돈에는 아버지와 자신의 누이가 남아 있었다. 테세우스와 그의 절친한 친구인 페이리토오스를 데려가 달라는 부탁도 했다.

멜레아그로스의 작별한 헤라클레스는 하데스 궁전의 지킴이 개 케르베로스를 잡으러갔다. 케르베로스는 괴물 퇴폰과 에키드나의 자식이다. 네메아의 사자, 레르나의 히드라, 흉측한 개인 오르트로스와는 형제지간이다.

케르베로스의 대가리는 세 개다. 대가리 하나는 궁 앞에서 죽은 자의 혼백을 맞아들이고, 또 하나는 산 자의 접근을 막고, 나머지 하나는 타르타로스(무한지옥)를 빠져나가는 망자의 혼백을 막는다. 혹시 혼백이 하데스 궁을 빠져나가려 하면 에키드나의 자식답게 불을 뿜어댄다.  몸뚱이에는 튀폰의 자식답게 수많은 뱀이 감겨 있고, 꼬리도 여러 마리의 뱀으로 되어 있다.  늘 쇳소리로 짖으면서 끈적끈적한 침을 흘렸다고 한다.

헤라클레스는 페르세포네(하데스의 부인, 데메테르의 딸)가 시키는 대로 케르베로스를 사슬로 묶고 사자 가죽으로 싼 다음 둘러멘 채 저승을 빠져 나왔다.

헤라클레스는 테세우스도 저승에서 데리고 나온다. 헤라클레스와 테세우스의 의리는 유명한 일화를 남긴 바 있다.

발광한 헤라클레스가 아내와 아들들을 죽이자 테세우스는 헤라클레스의 손을 잡고, 그 손에 묻은 피를 자기 손에 묻혔다. 그리고는 만일 벌을 받아야 한다면 함께 받겠노라고 맹세한다. 테세우스는 아폴론의 신탁을 받아보자면서 헤라클레스를 델포이로 안내했다. 멋진 영웅다운 제안이다. 비를 맞고 있다면 우산을 씌어주는 친구보다 함께 비를 맞아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가 아닐까.

테세우스는 친구 페이리토오스와 함께 감히 페르세포네를 납치하려다 하데스의 손에 잡혀 암흑의 구덩이 속 레테(망각)의 의자에 앉아 벌을 받고 있었다. 둘은 헬레네를 납치한 적도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망각의 의자에서 테세우스를 번쩍 들었다. 그런데 엉덩이 살이 고스란히 바위에 붙어 있었다. 테세우스가 ‘엉덩이 살을 망각의 의자에 털린 뾰족 엉덩이’가 된 까닭이다. 테세우스의 자손 아티카 사람들이 이 모양이었다.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석관 장식, 3세기 중반, 로마국립박물관 알템프스궁(이탈리아 로마).

페이리토오스는 데려오지 못한다. 운이 없었다. 헤라클레스가 페이리토오스의 겨드랑에 두 손을 넣었다. 그 순간, 재수 없게도 시켈리아(시칠리) 섬 밑에 묻혀 있던 거인 엔켈라도스가 돌아 눕는 바람에 대지와 함께 저승 땅이 크게 흔들렸다. 이 바람에 페이리토오스의 겨드랑에 들어가 있던 헤라클레스의 두 손이 쑥 빠지고 말았다. “저승 땅의 법은 한번 놓친 손을 다시 잡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헤라클레스는 그를 데려오지 못했다.

헤라클레스는 케르베로스를 어깨에 둘러멘 채 테세우스의 손을 잡고 저승에서 빠져 나왔다. 이로써 헤라클레스는 12가지 미션을 모두 완수했다.

아르고스의 왕 에우리스테우스는 어떻게 됐을까? 헤라클레스가 올림포스로 올라간 후 아테나이와 전쟁을 벌였다. 이 전쟁에서 아들을 잃고 달아나던 에우리스테우스는 헤라클레스의 아들 힐로스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힐로스는 왕의 목을 베어 할머니(헤라클레스의 어머니 알크메네)에게 보내고, 그녀는 바늘로 왕의 두 눈마저 파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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