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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라는 이름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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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라는 이름의 허상
  • 미노스
  • 승인 2017.11.03 15: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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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스의 동화마을] <8>새들, 진실의 가지 위에서 말하다

세종포스트는 격주로 동화작가 미노스의 동화마을을 연재합니다. 아이에게 읽어주는 동화부터 어른을 위한 동화, 온 가족이 함께 보는 동화까지. 미노스가 펼쳐 보이는 환상의 세계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편집자 주>

‘새벌’ 왕국에 새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새벌’ 이란  ‘새가 날아다니는 벌판’이라는 뜻입니다. 
새들이 왕국을 이루고 사는 곳이 ‘새벌’입니다.

바다 속에는 용왕의 ‘용궁’이 있고, 땅 위에는 크고 작은 나라들의 ‘왕궁’이 있듯이, 하늘에는 새들이 만든 나라인 ‘새벌 왕국’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새벌 왕국에 큰 행사가 있는 날입니다.
새벌 왕국에서는, 새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왕을 비롯한 모든 새들이 모인 가운데 떳떳하게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었습니다.

새벌 한 복판에는 아름드리 굵기로 가지들이 위 아래 사방으로 시원하게 쭉쭉 뻗은 키 큰 나무가 한그루 서 있었습니다.
나뭇가지들이 곧고 반듯하게 자라있고, 기둥과 가지의 색깔이 온통 밝은 노란 빛을 띠고 있는 신성한 나무였습니다.

새벌 왕국에서는 이 나무를 ‘진실의 나무’라 하였습니다.

말을 하고 싶은 새는 진실의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자기 생각을 말하였습니다. 새벌 왕국의 왕과 신하들도 가지 위 여기저기 앉아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새벌 왕국의 새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을,

‘진실의 가지 위에서 말하기’

라고 하였습니다.

‘진실의 가지’ 위에서는 어떤 새든지 무슨 말을 해도 용인되지만, 거짓말을 하여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발언내용을 검증하는 검증새와 발언하는 새를 옹호하는 옹호새가 있어 엄격하게 진실을 뒷받침하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예정된 시간이 되자, 새벌 왕국의 새들이 ‘말하기’가 열리는 새벌에 모여 들기 시작했습니다.

참새, 까마귀, 까치, 공작새, 올빼미, 부엉이, 기러기, 비둘기...
“짹짹짹짹, 깍깍깍깍, 부엉부엉, 뻐꾹뻐꾹....”

새벌은 온갖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로 가득찼습니다.
새들이 퍼득이는 날갯짓 소리로 소란스러웠습니다.
하늘은 새들로 온통 새까맣게 뒤덮였습니다.

새들은 오래간만에 모여서인지, 서로서로 인사하고 안부를 묻느라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부산하였습니다.
솔개는 높은 하늘에서 빙빙 돌며 바빴고, 꿩은 땅바닥의 수풀에서 까투리와 장끼가 만나 속삭이느라 분주했습니다.
짝을 이룬 원앙새는 사이좋게 연못에서 헤엄을 치며 즐거워합니다.
비둘기는 구구구구 부리를 땅에 쪼며, 고개는 까딱까딱, 눈은 요리조리,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가늘고 붉은 발목으로 열심히 돌아다닙니다. 
참새는 여기저기 무리들이 떼 지어 날며 짹짹짹 반가워합니다.

삽화=서동주

'말하기' 사회를 맡은 새가 근엄하게 방망이를 ‘땅땅땅’ 쳤습니다. 
오늘 '말하기'의 사회를 맡은 새는 화려한 깃털을 활짝 편 공작새였습니다.

“조용. 조용히 하시오.”

회장의 여기저기에서 ‘쉿’ 하는 소리를 내며 눈을 부라리는 새가 있었습니다. 부리가 날카로운 독수리였습니다.
모두들 조용해졌습니다.

공작새는 진실의 나무 가지에서 일어나, 더 높은 가지 위에 앉아있는 새벌 왕국의 왕에게 공손하게 절을 하였습니다.
새벌 왕국의 왕은 털이 백옥같이 희고, 긴 다리에, 몸이 공기같이 가벼운 백학이었습니다.
공작새는 벌판에 모인 모든 새에게 말하였습니다.

“오늘 우리가 여기 모인 것은 우리 새들 중에, 세상 사람들 사이에 돌아다니는 이야기에 억울하다고 하는 새가 있어, 그 이야기를 듣고 무엇이 진실이고, 잘못된 것인지 가려내, 세상에서 억울하거나 부당한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여기 모인 새들은 오늘 이야기가 참말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규명하여,  오해가 있으면 풀고, 진실이 있으면 세상에 알려 우리 새들이 세상 사람들과 함께 평화롭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라고 서두를 꺼냈습니다.
백학 왕이 그윽한 흰 날개를 펼치며 일어나 백성들에게 말했습니다.

“새벌 왕국은 신이 사는 세계와 인간이 사는 세상의 중간에서 신과 인간을 잇는 중요하고도 신성한 왕국이노라.

신은 우리에게 신묘한 날개를 주셨노라.
세상에서 우리보다 더 높은 곳을 가고, 우리보다 더 넓은 곳을 보며, 우리보다 더 빠르게 다닐 수 있는 것은 없느니라.

그리하여, 인간들이 하늘에 계시는 신에게 중요한 일을 고하고자 할 때 우리를 통하여 전달하고, 신이 인간에게 계시가 있으면 우리가 하늘과 땅을 날아다니며 그 뜻을 전하는, 참으로 거룩한 일을 하게 되었노라.

인간의 우두머리가 제사를 지낼 때에 반드시 우리의 깃털을 머리에 꽂는 것도 바로 이러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니라. 

그러므로 우리 새들은 늘 경건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신에게 전하고, 신의 뜻을 인간에게 알리며, 그 일이 잘 실행되고 있는지 우리의 밝은 눈으로 잘 살펴야 하느니라.

오로지 진실만을 말하고 진실만을 알려야 하느니라...”

라는 교시를 하였습니다.
새벌에 모인 새들은 모두 고개를 조아려 백학 왕에게 존경을 표했습니다.

'말하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말하기'의 검증새는 까치가, 옹호새는 비둘기가 맡았습니다.
먼저 사회를 맡은 공작새가 외쳤습니다.

“오늘 첫 번째 말을 할 새는 올빼미입니다.
올빼미는 나와 말하시오.”

올빼미 모자가 백학 왕 앞에 나왔습니다.
올빼미 모자는 나오자마자 흐느껴 울기 시작했습니다.

“왕이시여, 백학 왕이시여, 너무 억울합니다.
저희 올빼미는 사람들에게 너무도 부당한 모함을 받아왔습니다.

저희들은 낮에는 눈이 나빠 바위틈에서 잠자고, 밤이 되어야 활동하는데, 사람들은 밤에 돌아다닌다 하여 마치 저희들을 죽음의 사자라도 되는 양 기피하고 있으며, 저희들이 울면 죽음이 닥친다고 불길해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자식이 어미를 잡아먹는 새라고 악의적으로 오해하여, 중국에서는 큰 죄를 범한 사람의 목을 베어서 장대에 매달아 군중 앞에 보이는 것을 효수(梟首)라 하였는데, 바로 이 효(梟)자가 올빼미 효라 하옵니다. 이렇게 억울할 수가 있습니까?”

공작새가 까치에게 물었습니다.

“저 말이 사실이오?”

까치는 두툼한 자료를 살펴보면서,

“사람들이 올빼미나 부엉이를 보면 매우 불길해 하는 것이 사실이옵니다. 예전에 궁궐에서 저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불길한 일이 생긴다 하여 왕이 궁을 옮겼다는 것이 그들의 역사책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올빼미가 계속 흐느꼈습니다.

“너무도 억울하고 원통하옵니다. 저희들 같은 미물이 사람들이 죽을 것을 어찌 알겠으며, 더욱이 우리가 울면 사람이 죽는다니, 저희들이 무슨 초능력을 가졌겠습니까?
사람들이 다 지어서 만든 이야기 때문에 저희 어린 자식들 얼굴을 쳐다 볼 수가 없사옵니다.”

공작새는 어이가 없는 듯, 그러나 심각한 표정으로 올빼미 모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백학 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희들은 새끼가 죽으면 살아남은 다른 새끼들에게 먹이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자식 하나라도 살리려는 고육지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것을 잘못보고 새끼가 어미를 잡아먹는 천하의 몹쓸 새로 만들어 저희를 죄인 다루듯 하며, 죄인의 목을 ‘올빼미 목(효수)’이라고 한다는 것은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할 억울한 일입니다.
새끼를 정성껏 키우고자 하는 진심을 왜곡한 것입니다.
저희들은 한 번 짝을 맺으면 한평생 변함없이 함께 살며, 새끼들의 양육에도 지극정성인 지조 있고 진실한 새라는 사실을 알려 주시옵소서.”

하였습니다.  모두들 숙연하게 듣고 있는 가운데, 까치가 검증자료를 보며 말했습니다.

“구체적인 조사에 의하면, 조선의 태종이 올빼미가 울자, ‘옛 중국책 운회(韻會)에 올빼미가 울면 흉하다’라고 하였으니 나는 피해 있고자 한다.’ 라고 신하들에게 말하면서 궁궐을 피한 적이 있습니다.
또 옛 사람들은 올빼미는 어미를 잡아먹는 새로서, 불효를 상징한다고  해서, 올빼미를 잡으면 죽여서 나무에 매달아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합니다.

사실 올빼미는 사람들에게 이로운 새입니다.
연구에 의하면, 올빼미는 하루에 쥐를 평균 1.5마리 정도씩 잡아먹는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창고를 헐었는데, 지붕에 올빼미 둥지가 있었고 그 둥지 옆에 동물의 뼈 무더기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답니다.

뼈를 조사한 결과 놀랍게도 쥐 1652마리 분이었고, 뱀과 닭, 심지어 새끼 토끼의 뼈도 있었습니다. 농부는 3년 전에 그 창고를 지었고 올빼미는 2마리가 살았답니다.
올빼미는 사람에게 해로운 짐승을 없애주는 이로운 새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말을 듣자, 올빼미 모자는 용기를 얻은 듯 말을 이었습니다.

“맞습니다. 저희는 불길한 새가 아니고 곳간을 지켜주는 이로운 새입니다. ‘부엉이가 새끼 세 마리를 낳으면 대풍년이 든다’는 말은 바로 이런 뜻입니다.
그래서 부쩍부쩍 불어나는 살림을 ‘부엉이살림’이라고도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올빼미와 부엉이를 구분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전쟁과 지혜의 여신인 아테네(로마신화의 미네르바)가 항상 저희 올빼미나 부엉이를 데리고 다녀 지혜의 상징으로 여겼습니다.

저희들은 인간에게 이로운 새임에도 불구하고, 불길함과 죽음의 전조로 여겨지고 있으니 이 억울함을 꼭 풀어 주시옵소서.”

하는 것이었습니다.
공작새는 옹호새 비둘기를 바라보면서,

“저 말에 대해 더 할 말이 있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옹호새 비둘기가 말했습니다.

“모습이 무섭고, 밤에 부엉부엉하며 우는 소리가 음산하다 하여 불길한 새라고 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억울한 일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비둘기는 구구구구 하면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사람이 더 음산하고 불길한 존재입니다.
밤에 숲 속에 사람소리가 난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우리를 잡으러 오는 죽음의 소리입니다.
사람들이야말로 돈에 눈이 멀어 아내가 남편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버릴 뿐만 아니라, 형제자매끼리 싸우고 속이는 일을 허다하게 저지르는 족속입니다. 걸핏하면 거짓말에, 도와 준 사람을 배신하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그런 족속입니다.

그러면서 올빼미를 비난하여 ‘효수’라 하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하옵니다. 사람만큼 이기적이고 잔인하고 사악한 족속이 어디 있겠습니까!
올빼미는 억울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공작새가 비둘기에게 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옹호새는 말을 삼가시오. 만물의 영장 사람에 대해 너무 심한 말을 하는 것 같소이다.”

비둘기는 구구구구 부리를 삐쭉대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새벌에 모인 새들은 비둘기의 말에 모두 동조를 하였습니다.

“깍깍, 짹짹, 구구구구, 휘리릭 휘리릭, 소쩍소쩍.....”

백학 왕은 이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올빼미 모자는 듣거라. 너희들의 억울한 이야기는 접수하겠노라.

인간 사회에서는 단순히 겉모습이나, 자기들이 그린 이미지만을 가지고 상대방을 평가하는 어리석은 악습이 있는 것이 사실이노라.
신에게, 인간들이 부디 겉으로 속을 판단하지 않고, ‘겉과 속은 다르다’라는 진리를 잊지 말기를 고하겠노라.

아울러 ‘흰색은 천사요, 검은색은 악마’라는 우매한 생각을 버리고, ‘악마는 흰 날개옷을 입고 찾아온다’라는 냉철한 판단을 하도록 노력할 것을 촉구하겠노라.

새벌 왕국의 새들도 누구라도 외양이나 겉모습에 현혹되지 말고, 진실한 마음을 읽어 어떤 새도 억울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기바라노라.

오늘의 올빼미 이야기는 신에게 고하겠으니 안심하기 바라노라.”

라고 하였습니다.
올빼미 모자는 날개를 힘껏 치며 날아올랐습니다. 부엉이도 함께 날았습니다. 백학 왕의 현명한 처사에 감사함을 잊지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뱁새가 등장하였습니다.

“백학 왕이시여. 저의 섭섭함을 들어주십시오.
저는 보잘 것 없는 뱁새입니다만, 누구를 속이지도, 빼앗지도 않고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알을 품고 있다가 먹이를 구하러 나간 사이에, 뻐꾸기 한 마리가 몰래 날아와 제 둥지 안에 제 뱁새 알을 깨먹고 뻐꾸기 알을 낳고 날아가 버렸습니다.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제 새끼 알과 뻐꾸기 알을 열심히 품어, 뻐꾸기 새끼가 먼저 부화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알에서 나온 뻐꾸기 새끼는 은혜도 모르고, 제가 없는 사이 제 새끼 뱁새 알을 모두 둥지 밖으로 떨어뜨리고는 먹이를 혼자 다 먹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다 자란 뻐꾸기 새끼는 어느 날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없이 훌쩍 둥지를 떠나고 말았습니다.
어미 뻐꾸기나 새끼 뻐꾸기나 이렇게 배은망덕한 일이 있습니까?
이 한을 풀어주십시오.”

하는 것이었습니다. 공작새가 놀라,

“이 말이 사실이오?”

하고 까치에게 물었습니다.

“사실이옵니다. 뻐꾸기가 뱁새뿐만 아니라 붉은머리오목눈이, 딱새, 휘파람새 같은 새에게 저런 짓을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말을 들은 공작새나 들에 나온 모든 새는 분개하면서, 웅성거리며 뻐꾸기를 노려봤습니다.
까치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뱁새는 왜 자기 새끼 알이 둥지에서 떨어지고, 뻐꾸기 새끼인줄 알면서도 먹이를 계속 물어다 주냐는 것입니다. 결국 뱁새가 묵인하니까 저런 짓이 계속되는 것 아닐까요?
뱁새에게도 잘못이 있습니다.”

뱁새가 말했습니다.

“저는 잘 몰랐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제 새끼인지 뻐꾸기 새끼인지 잘 구분을 못합니다. 이따금 뻐꾸기 새끼인줄 알면 저도 그 알을 둥지에서 밀어내 버리지만, 뻐꾸기가 그럴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너무 합니다.”

공작새는 뻐꾸기를 불러 세웠습니다.
뻐꾸기가 발언대 가지 위에 서서 발언을 하였습니다. 
뻔뻔스럽게도,

“뱁새가 억울하다고 하오나, 그것은 그의 무능 탓이지, 제 잘못은 아니옵니다. 세상은 다 능력껏 사는 것인데, 뱁새가 제 새끼와 남의 새끼를 잘 분간하였더라면 저도 뱁새 둥지에 알을 낳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것도 능력입니다.
다 못난 뱁새의 하소연이지, 저를 너무 나무라지 마십시오.
세상은 적자생존이라고,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요, 정의는 강한 자 편 아닙니까? 저보다 더 나쁜 새나 인간이 얼마든지 있지 않습니까?”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들은 공작새나 들판에 나온 모든 새들은 분노의 치를 떨었습니다.
옹호새 비둘기가 퍼덕퍼덕 날개를 치며 흥분하여 말했습니다.

“뻐꾹새야. 어쩌면 그렇게 뻔뻔스러울 수가 있느냐. 네가 비록 아름다운 울음소리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하여, 그렇게 이기적으로 남을 이용해서야 옳겠느냐?
어찌하여 속인 것이 잘못이지, 속은 것이 잘못이란 말이냐?
무능한 것이 죄란 말이냐?”

라고 다그쳤습니다. 
그러자 뻐꾸기는,

“사람들을 보시오.
저 출세하고 돈 벌자고, 자식들은 죄다 남의 손에 맡기고 있잖소?
자기는 잘 기르지도 못하면서, 어린이 집이나 학교 선생님이 자식 야단치면 고마워하기는커녕 입에 거품을 품고 생매장시키고 있지 않소?
나와 뭐가 다르단 말이요?

가르치는 선생을 닦달하는 것이나, 힘 있는 사람이 제 자식만 잘되자고 부정으로 대학 입학시키고 취직시켜 남의 자식 떨어뜨리는 것이나, 뻐꾸기가 뱁새 알을 둥지에서 내버리는 것이나 뭐가 다르단 말입니까!”

하며 되레 소리를 쳤습니다.
새들은 웅성거리면서도 크게 말하는 새는 없었습니다.
그 중 일부는 고개를 끄덕이기조차 했습니다. 
그러나 비둘기는 지지 않고 뻐꾸기에게 쏘아붙였습니다.

“뻐꾸기야. 너는 참으로 사악하다.
세상을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런 야비한 일을 한다고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더욱 비열한 말이다.
세상의 새들 중에는 참으로 의로운 새도 많은 법이다. 그들은 그게 쉬운 줄 몰라 그렇게 살겠느냐? 이 귀한 세상에 태어난 값을 다하기 위해 그러는 것이다. 그런 새를 본받지는 못하고 세상 탓만을 하며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으로 산다는 말이냐? 부끄럽지도 않다는 말이냐?”

“어디 누가 그런 새가 있단 말이요?”

뻐꾸기가 물었습니다.
비둘기는 새들 중에 앉아 있던 기러기를 가리켰습니다.

“기러기를 보아라. 너와 같은 철새지만 너같이 그렇게 비천하게 살지는 않는다.”

공작새가 기러기를 진실의 가지 위에 앉으라고 말하였습니다.
기러기는 가지 위에 날아와 다소곳이 앉았습니다.
비둘기가 말했습니다.

“기러기는 남을 이용하거나 배신하는 야비한 삶을 살지 않습니다.
기러기는 한 번 짝을 맺으면 평생토록 다른 짝을 구하지 않습니다.
하늘을 나는 기러기 떼 중 한 마리를 총으로 쏘아 잡았을 때, 다른 기러기들은 다 날아가도, 짝을 맺은 기러기는 날아가지 않고 짝을 지키며 함께 죽는 새가 기러기입니다.

사회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마리의 보스가 무리를 지배하거나, 보스에게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철따라 먼 여행을 할 때도 리더를 중심으로 V자 대형을 그리지만, 리더가 지치면 그 다음 기러기가 앞장서 리더가 됩니다.

리더는 무리에게 끊임없이 격려의 울음소리를 보내고, 뒤따르는 무리들은 이에 화답하는 울음을 울어, 대열을 이탈하지 않고 정연하게 상하의 질서를 지킵니다.
어느 기러기가 지쳐서 대열에서 이탈하면 동료 기러기 두 마리가 함께 남아, 원기를 회복하거나 죽을 때까지 떠나지 않습니다.

리더를 함부로 맹종하지도 배신하지도 않으면서, 한 번 맺은 사랑과 의리를 끝까지 지키는 기러기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귀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뻐꾸기야. 기러기를 보아라. 어떻게 세상이 다 너 같은 줄 아느냐?
우리 새들은 모두 이러한 기러기를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하였습니다. 
그러자 새벌에 모인 모든 새들이 일제히 환호와 함께 기러기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반성하며 부끄럽게 여겼습니다.
기러기는 두 눈만 껌벅일 뿐, 더 이상 나서는 법이 없었습니다.

새벌 왕국의 왕 백학이 나왔습니다.
백학은 뻐꾸기에게 준엄하게 말했습니다.

“뻐꾸기에게 고하노라.
너는 참으로 몹쓸 새이다. 착한 뱁새의 희생에 미안하고, 고마워하기는커녕, 이를 비웃다니...
너는 필시 천벌을 받을 것이로다. 너의 천벌은 네 자식에게서 앙갚음을 받는 것이리라. 네 자식이 어미의 고마움을 어떻게 알겠느냐?
필히 너는 네 새끼가 너를 배신할 것이니라...

새벌 왕국의 새들에게 고하노라.
자기 욕심을 채우고자 남의 선한 성품을 이용하거나, 힘이 있는 자가 남이 무능하다 하여 그를 속이거나 억눌러 이익을 취하는 자는 응당 신의 노여움을 타 천벌을 받으리라...
남의 눈에 눈물이 나게 하는 자는 내 눈에 피눈물이 나는 일이 반드시 생기리라. 이것은 하늘의 법이니라.
알겠느냐...”

하였습니다. 새벌의 새들은 모두 고개를 조아렸습니다.
뻐꾸기는 왕의 말에도 불만이 있는 듯, 퍼드득 퍼드득 날개를 크게 몇 번 치고는 들판의 하늘을 날아 멀리 떠났습니다.

“뻐꾹, 뻐꾹, 뻐뻐꾹, 뻐꾹....”

사람들은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여전히 아름답다 하였습니다.

다음은 눈매가 날카롭고, 어깨와 발톱 뼈가 강건한 솔개가 나왔습니다.

“저는 양심껏, 저를 너무 미화하고 있는 세상 사람들의 말을 바로잡고자 여기에 나왔습니다.”

“무엇을 미화했다는 말인고?”

“세상 사람들은 저희 솔개를 70세까지 살 수 있는 장수 새라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장수하려면, 40살이 되었을 때 매우 고통스럽고 중대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무슨 결단이요?”

“제가 40살이 되면 늙어 발톱이 노화되고, 부리도 길게 구부러져 가슴에 닿고, 날개가 무겁게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기 어려워지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그대로 죽을 날을 기다리든가, 아니면 매우 고통스런 갱생 과정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

“가장 먼저, 산 정상으로 날아올라 바위를 쪼아 부리를 깨버립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고, 그러면 새로 돋은 부리로 발톱을 하나하나 뽑아 버립니다. 새로 발톱이 돋아나면 이번에는 날개의 깃털을 하나하나 뽑아내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합니다.

그러고 나서, 반년이 지나면 솔개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게 되는 것입니다.
완전히 변신한 저는, 다시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라 30년의 수명을 더 누려 70세까지 산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공작새는 경탄한 모습으로 화려한 꼬리 날개를 부챗살 같이 활짝 펴면서 말했습니다.

“오. 목숨을 건 과감한 결단이군요. 대단하오.
누구든지 솔개의 이런 환골탈태의 정신을 본받아 생명을 배로 연장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소. 그런데 무엇이 잘못됐다는 것이오?”

솔개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진실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공작새님.”
“무엇이오?”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

“저희 솔개는 평균 24년 이상 살지 못하옵니다.
저희들은 죽은 고기를 주로 먹기 때문에 발톱이나 부리를 그토록 날카롭게 할 필요도 없사옵니다. 그리고 한번 부리가 상하면 다시는 재생이 안 되어 저희들은 부리를 생명같이 귀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저희 솔개가 부리와 발톱과 깃털을 새로 갈아 70년을 산다는 해괴한 이야기를 대단한 지식인 양 퍼트리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희들을 잡으면 저희의 부리를 뽑아, 40년을 사용하고, 다시 태어난 것이라며 기념품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참으로 황당하고 우스운 이야기입니다. 저희들과는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라서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되겠기에 오늘 이 자리에 온 것입니다.”

하였습니다.

공작새는 슬그머니 꼬리 날개를 접으며 까치를 바라다보았습니다.
까치가 나섰습니다.

“솔개의 말은, 사람들이 세상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감한 조직이나 경영혁신을 하자는 비유를 솔개의 예를 들어 강조하는 것인데, 그 이야기가 진실과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이옵니다. 맞습니다.
솔개는 그런 갱생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찌하여 사람들 사이에 그런 말이 돌아다닌다는 것이요?”

“그것이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 솔개의 이야기가 마치 진실인 양, 대학 교수나 대기업의 대표들이 서슴지 않고 강연하며 방송에도 출연하여 이런 말을 한다는 것입니다.
확인되지 않는 황당 개그입니다.”

새벌 왕국의 새들이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공작새는,

“그렇지만, 사람들은 무엇인가 절박한 변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여, 솔개 이야기를 만들어 실감나게 하는 것 아니겠소?
그걸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 않소?”

이번에는 옹호새 비둘기가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걸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솝우화 같은 이야기를 지식층이나 지도층이 진실인 것처럼 심각하게 말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것이 나중에 알려진다면 말한 사람이나 내용이 얼마나 우스워지겠습니까?
한마디로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이야기를 진지하게 노트에 받아 적고 있는 사람들이 우스운 것입니다.”

하였습니다.
키득키득 웃고 있는 까치새를 보면서 공작새도 웃음을 참았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이다.
솔개가 그렇게 위대한 새인 줄 오늘에야 나도 알았소. ㅋㅋㅋ...
하지만 사람들이 혁신과 개혁을 위해 솔개같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우습게 알아서는 안 됩니다.
솔개에게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나, 진실이 아닌 이야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교훈을 새벌 왕국의 새들은 얻기 바라오.
사람들이 진실과 교훈을 혼동하지 않도록 신에게 고하도록 하겠소.”

솔개는 마음이 놓인다는 듯 부리와 발톱을 모아 인사를 하고는 멀리 날아갔습니다.

다음에는 까마귀와 닭이 우르르 몰려 나왔습니다.
까마귀와 닭은 줄맞추어 가지 위에 앉아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저희들은 사람들이 저희가 마치 세상에서 가장 머리가 나쁜 짐승으로 말하는 것에 참을 수 없어 나왔습니다.

사람들은 걸핏하면,
건망증이 심한 사람에게 ‘까마귀 고기를 먹었냐’는 둥 비아냥거리고, 머리가 둔한 사람들에게는 ‘닭대가리’라는 모욕적인 말을 하여 우리들을 비하하고 있습니다.
너무 억울하여, 우리 새들이 얼마나 영리하고 두뇌가 좋은지 말하기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

하였습니다.
공작새는 까치에게 검증발언을 하라고 했습니다.
까치는, 까마귀와 닭을 예리하게 쳐다보고는,

“스스로 증명해 보시오”

라고 말했습니다.
까마귀가 먼저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새들의 지능이 낮은 줄 알고 있습니다. 저희 같은 까마귀도 예전에는 IQ가 40 정도로 알았습니다만 최근에는 IQ가 95 이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의 지능은 6~7세 아이 정도로, 침팬지보다 좋으면 좋았지 나쁘지는 않습니다.

부피개념을 이해하여, 병속에 든 물을 마시기 위해 돌을 병속에 넣는 것은 식은 죽 먹기요, 철사를 구부려 갈고리를 만들어 통속에 들어있는 먹이를 꺼내먹을 수도 있습니다.
도구는 인간만의 특징이라고 하던 사람들의 자만심이 저희들로 인해 산산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저희 친구들은 호두를 좋아하는데 호두껍질을 깨기 위해 신호등에 멈춰있는 자동차 바퀴 앞에 호두를 갖다 놓고 자동차가 지나간 후에 알맹이를 먹습니다. 일반도로에서는 위험하니까 횡단보도 위에 올려놓고 파란불이 들어오면 먹으러 갑니다.

“정말이요?”

공작새가 놀라 물었습니다.

“진실입니다.”

“계속하시오.”

백학 왕이 매우 흥미를 보이며 까마귀를 재촉하였습니다.

“저희의 지능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동전을 넣으면 먹이가 나오는 자판기를 설치해서 저희들이 돈을 주워오게 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먹이가 필요하지 돈은 필요 없으니 열심히 동전을 모아 자판기에 넣습니다. 사람들은 돈을 법니다.
 ‘꿩 먹고 알 먹고’지요.
사람들은 쓰레기를 주워 오면 그에 맞는 무게의 먹이를 제공하는 ‘까마귀 자판기’(Vending Machine for Crows)까지 만들었습니다.
근처의 쓰레기가 깨끗이 청소되었습니다.

믿을 수 없겠지만, 저희들은 말을 가르쳐주면 앵무새 같이 말도 할 수 있습니다.
0의 개념도 알고, 11개의 숫자도 셀 수 있습니다.
수만 개의 씨앗을 구별하고, 먹이를 숨긴 장소뿐 아니라 숨긴 시간과 먹이 종류까지 기억할 수 있습니다.

애벌레와 땅콩을 숨기게 한 뒤 짧은 시간이 지났을 때에 찾아먹게 시키면 더 좋아하는 먹이인 애벌레를 찾아 먹지만, 숨긴 뒤 며칠 뒤에 찾아먹게 시키면 이미 부패한 애벌레는 찾지도 않고 땅콩을 찾아 먹지요. 부패 시간과 시간의 흐름을 알고 있습니다.”

새벌 왕국의 새들은 부리와 눈을 크게 벌리고 까마귀의 이야기에 놀랐습니다. 새들의 지능이 그렇게 높은 줄은 자신들도 몰랐던 일이었습니다.

이때 닭이 일어섰습니다.

“저희 닭도 할 말이 많습니다.
흔히들 닭대가리라고 저희들을 무시하고 있습니다만 기막힌 일입니다. 저희들에게 언어가 있어 울음소리 24가지로 우리끼리 의사를 주고받는다는 것을 사람들은 최근에야 깨달았습니다.
새벽과 밤의 시간 차이를 분명히 알 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를 타면 층수를 분별합니다.

방금 태어난 병아리의 숫자를 구분하고, 병아리의 감정도 이해합니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나올 때가 되면 병아리는 안에서, 어미 닭은 밖에서 알을 동시에 쪼아 병아리가 무사히 나오게 돕습니다.
이것을 사람들은 줄탁동시(줄啄同時)라 하옵니다.

옛날 중국에서는 저희 닭이 가진 ‘다섯 가지 덕’을 이렇게 말한 바도 있습니다.

“머리에 관을 쓴 것은 문(文)이요,
발에 갈퀴를 가진 것은 무(武)요,
적에 맞서서 감투하는 것은 용(勇)이요,
먹을 것을 보고 서로 부르는 것은 인(仁)이요,
밤을 지켜 때를 잃지 않고 알림은 신(信)이다.

이런 5가지 덕과 7세 아이와 비슷한 수준의 사고력을 갖고 있는데 닭대가리라고 말하는 것은, 사람들이 오히려 멍청한 것 아니겠습니까?”

라며 긴 목을 빼고, 머리의 벼슬을 곧추 세우며 주장하였습니다.
새들은 감탄해마지 않았습니다.
공작새가,

“여기에 대해 검증새 까치와 옹호새 비둘기는 할 말이 없습니까?”

비둘기가 발언을 하였습니다.

“맞습니다.
사람들은 새를 지능이 아주 낮은 동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만, 새들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 하면 지능이 높다 하고, 자기들이 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면 본능이라며, 능력으로 여겨주지도 않습니다.

저희들 비둘기가 집을 찾아올 때, 사람들이 만든 어떤 내비게이션보다 정확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지능은 낮다고만 하고 있습니다.
인간들의 내비게이션은 두뇌가 아니고, 본능으로 만든다는 것입니까?

저희들은 태양, 별, 풍향, 냄새, 지형, 그리고 자기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조건을 고려하여 집을 찾습니다. 철새들은 지구를 반 바퀴 돌아도 방향을 잃어버리는 법이 없습니다.
여기 있는 까치는 거울을 보고 자기를 인지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개나 고양이도 이런 지능은 없습니다.
또한 거의 모든 새들이 몇 시간 전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는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만 모르고 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

비둘기가 새벌에 모인 새들에게 외치자, 새들은 일제히

“쑥국쑥국, 깍깍, 짹짹, 부엉부엉, 꾀꼴꾀꼴...”

하면서 큰 호응을 하였습니다.
까마귀와 닭이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왕이시여,
사람들은 그간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며, 세상의 모든 생명체보다 자신들이 우월한 동물이라고 자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능력이란 다른 생명체들의 뛰어난 능력을 유심히 관찰하여 배우고 모방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 그들이 우리를 무시하고 세상을 온통 지배하려고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것입니다.

왕이시여.
부디 신에게 고하시어, 사람들이 더 이상 새와 다른 짐승들을 무시하지 않고, 더 이상 다른 생명을 그들의 먹이나 돈벌이로 생각하지 않고, 겸허하게 더불어 살며 함께 번영할 수 있도록 만행을 멈추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고 다리와 부리를 굽혀 읍소하였습니다.
백학 왕은 이런 새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대견한 표정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새들의 ‘말하기’가 끝났습니다.
마지막으로 백학 왕이 조용한 말로 모든 새들에게 교시하였습니다.

“오늘 우리는 여러 새들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도다.
비단 오늘 진실의 가지 위에서 말한 새들 뿐이겠는가.

다른 새들에게도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얼마든지 있을 것으로 아노라. 일일이 말을 듣지 않아도, 꽃잎 하나로 세상의 봄을 알고, 낙엽 한 닢으로 세상의 가을을 알 듯, 온 세상 새들의 소망을 알겠노라.

우리 새벌 왕국의 새들은,

스스로 확인도 하지 않고 남을 비판하고 험담을 공공연히 하는 것이, 얼마나 천벌 받을 무섭고 비열한 일인가를 깨닫고 명심하기 바라노라.

내 가족, 내 족속을 책임질 자들이 책임은 남에게 미루고, 자기의 이득만 챙기는 것이 얼마나 신에게 저주받을 수치스런 일인가를 명심하기 바라노라.

자기 재주만이 뛰어나고 자기 생각만 옳다고 고집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경멸받을 어리석은 일인가를 명심하기 바라노라.

끝으로, 기러기와 같이 사랑과 의리를 끝까지 지켜, 스스로의 자존심과 종족의 명예를 드높임으로써,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생명을 욕보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를 알기 바라노라.”

하였습니다.

백학 왕이 교시를 마치자, 갑자기 하늘에서 번개와 천둥이 ‘번쩍, 쾅’하고 내리쳤습니다. 
새벌 들에 왔던 새들은, 천둥과 번개소릴 듣고, 백학 왕의 말씀이 바로 하늘에 계신 신의 뜻임을 깨달았습니다.

‘새벌’은 ’새들이 날아다니는 신성한 벌판‘이라는 뜻입니다.

이 ‘새벌’의 발음이 변하여 오늘날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는 것을 아는 새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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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_ㅇd 2018-03-20 00:38:50
동화같네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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