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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륵’ 아이들 웃음소리가 교실 창문 밖을 넘어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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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륵’ 아이들 웃음소리가 교실 창문 밖을 넘어갈 때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9.05.1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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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특집 인터뷰] 세종누리학교 유치원 박선화 유아특수교사

매년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은 본래 은사의 날로 5월 26일에 기념했다. 이후 1965년 스승의 날로 명칭을 바꾸고, 세종대왕 탄신일을 기념해 5월 15일로 옮겨졌다. 법정 기념일로 지정된 건 1982년이다.

작은 선물조차 나누기 어려운 시대일지라도, 흔들리는 교권이 교사들을 움츠러들게 할지라도, 존재만으로 등불이 되는 스승은 여전히, 어디에나 있다.

올해는 제38회 스승의 날이다. 이를 기념해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교직 20년 차 세종누리학교 박선화 교사를 만나 유아 특수 교육 현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세종누리학교 유치원 박선화 특수교사.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까르륵,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교실 창문을 넘어갈 때. 세종누리학교 박선화 유아 특수교사가 꼽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박 교사는 2013년 세종시교육청으로 전입해 세종누리학교 유치원 과정 신설 TF팀에서 일했다. 이듬해 3월 자신의 손때가 묻은 누리학교 유치원으로 발령받았다.

그가 특수교육과를 졸업한 건 1996년. 당시만 해도 유아 특수교사가 전문적으로 육성돼 막 세상에 나오기 시작한 때였다.

박 교사는 “학부생 때는 장애를 가지고 있던 학교 친구들을 만나 친하게 지냈다”며 “장애가 낯설거나 두렵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고, 또 자원봉사도 많이 했다. 자연스럽게 유아 특수교육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세종누리학교 유치원은 유아 1학급을 포함해 총 3학급이 운영되고 있다. 지체장애,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특수학교에 속하지만, 양지유치원, 가락유치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통합교육을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박 교사는 “정책적으로도, 학부모 희망 수요를 봐도 유아 특수교육이 통합교육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해부터 세종시 유치원 두 곳과 연계해 통합교육을 실현하고 있다”고 했다.

#. ‘아, 음, 이’ 예쁜 소리 인사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는 누군가에겐 일상이지만, 또 다른 아이들에겐 꽤 어려운 일이다. 이곳 유치원에서는 ‘아, 음, 이’ 예쁜 소리 인사법으로 아침 인사를 나눈다.

박 교사는 “아이들이 발성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침 인사로 모음 인사를 하곤 한다”며 “등원할 땐 눈을 맞추고 어렵더라도 가능한 방식으로 인사를 하고, 하원할 때도 자기 목소리로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등원 후 처음 하는 일은 어떤 놀이를 할지 정하는 것. 매번 정확한 의사 표현이 나오지는 않지만, 자신의 놀이를 선택할 때까지 교사는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는 “자유선택놀이는 일반 유치원에서도 하지만, 장애가 중증일수록 자기 생각으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며 “동작이든 표현이든 그림카드든 스스로 선택해 놀이를 즐겼을 때는 아이들 표정부터 다르다. 온전히 그 놀이 시간의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기본 생활 습관 정립은 박 교사가 가장 중점을 두는 교육 중 하나다. 서너번 반복해 비교적 쉽게 해내는 또래 아이들과 달리 수만번 반복이 필요한 아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물함에 가방 넣기라는 행위도 사실 어떤 아이들에게는 한쪽 가방끈을 내리는 일부터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일일 수 있다”며 “하지만 칭찬과 응원,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면 결국 쌓이고 쌓여 해내는 것도 바로 아이들”이라고 했다.

#. 자연과 만나 바뀌는 아이들

세종누리학교 박선화 유아 특수 교사가 한국영상대학교와 연계해 올해 4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숲 체험 교육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치원 누리과정은 매일 1시간의 바깥놀이를 권장하고 있다. 동시에 특수교육 대상 유아들의 경우 가장 제약을 많이 받는 활동이 바로 바깥놀이기도 하다.

누리학교 유치원의 가장 큰 장점은 인근에 작은 산과 천변이 있다는 것. 올해 4월부터는 위치적 특성을 활용해 한국영상대학교 숲 사업팀과 연계, 숲 놀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박 교사는 “아이들은 처음에 낯설고 또 뒷걸음질 치는 모습도 보였지만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만지고 웃고, 또 스스로 ‘나가자’, ‘산책가요’하는 표현이 나왔다”며 “교사들도 자연을 느끼며 동기가 충만해져 아이들 반응도 더 커지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영상대와 연계해 진행하는 ‘할머니와 함께하는 숲속 이야기’도 아이들의 정서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할머니와 요리하고, 동화책을 읽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아이들이 할머니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데, 이 시간을 너무 좋아한다”며 “항상 따뜻하고 애정 어린 할머니들의 눈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했다.

#. 20년 교사 생활의 원동력, 웃음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교실 창문 밖을 나갈 때. 교사 생활을 하며 가장 힘을 얻을 때도 바로 이 순간이다.

박 교사는 “교사 또는 친구와 활동하며 서로 몰입해 함께 깔깔 웃을 때, 그때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마음이 벅차다”며 “늘 아이들이 인상쓰지 않고 웃으며 등원하길, 집에 갈 때 환하게 웃으며 ‘안녕히 계세요’ 인사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연차가 쌓이다 보니 오히려 괴롭고 힘든 날은 적어졌다. 대신 아이들을 자연스레 닮아가면서 주변에서 늘 ‘유치하다’는 말을 듣게 됐다.

박 교사는 “교사생활을 하다보니 오히려 내가 아이들을 닮아가는 것 같다”며 “어려운 점은 유아 특수교육 역사가 길지 않다 보니 아이들 수준에 적합하고 다양한 교육 자료, 교육과정이 부족해 아쉽다. 연수를 받고 연구회 활동을 하는 것도 바로 이런 고민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유아 특수교육의 경우 특히 학부모들과의 교류나 유대감이 깊다. 교사와 학부모 간 협력과 신뢰가 반드시 동반돼야 가능한 일이 많아서다. 

그는 “유아 특수교육은 가정과 연계한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매일 만나는 학부모님들께 늘 아이들이 해낼 수 있다는 희망적인 눈길로 봐 주시길, 또 함께 손잡고 나아가는 협력적 관계라는 것을 강조한다”며 “지역사회나 교육계에서도 지금처럼 아낌없는 지원을 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그에겐 특별한 존재다. 박 교사는 전입 1년차 때 세종시 내 유일했던 유아 특수학급 운영 유치원에서 일하며 후배 교사들을 만났다. 또 올해로 2년째 세종시 유아특수교육연구회장을 맡기도 했다.

끝으로 그는 “통합교육이 이뤄지고,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개별지도하면서 동료 교사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며 “교사 스스로가 확신을 가지고 끝까지 나아간다면 결국 아이들도 학부모도 자연스레 동행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믿음과 확신의 말로 동료 교사들에게 힘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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