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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양 조사선 독도 방향 근접 ‘긴급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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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양 조사선 독도 방향 근접 ‘긴급상황’
  • 유단희
  • 승인 2019.03.1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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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단희의 독도 일기] <5>동시다발적인 작전 수행

#. 모의훈련/긴급상황 발생
8월 4일 | 풍향 : 북동-동 | 풍속 : 7~11m/s | 파고 1~1.5m | 천기 : 구름 많음

이삿짐이라고까지 할 것도 없지만 일단 당장 입을 옷 두어 벌과 평소에 읽고 있는 책 몇 권 등을 챙겨 집을 나와 울릉도에 들어왔다.

일본의 해양 조사선이 독도 방향으로 근접 중이라는 동해 함대사령부로부터 긴급 타전을 받고 우리 독도경비대의 레이더 요원들을 증가시키고 ‘상륙 거부팀’을 가동함과 동시에 해상 초계기를 띄우고 포항에서 해병대 긴급 지원 등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졌다. 긴급상황이다.

임명된 지 하루 만에 이런 상황이 전개될 줄이야….
하지만 다행히도 훈련상황이었다.

어떤 경우에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독도의 헬기장 확장 공사를 위해 삭도(索道)로 공사 자재를 운반하던 중 삭도가 탈선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독도는 갑자기 돌풍이 불 때가 많아 안전사고 위험이 그만큼 크다.

동해 해양 경찰서장 류재남 총경이 독도를 방문하여 대원들을 격려해주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울릉・독도경비대에서의 업무가 시작된다.

#. 독도경비대가 바라보이는 울릉도에 첫발을 내딛다
8월 6일 | 풍향 : 동-남동 | 풍속 : 8~12m/s | 파고 1~2m | 천기 : 구름 많음

경비대의 조직구조가 바뀌고 처음 부임하는 내 마음은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일의 과정에서 시간적으로나 순서상 맨 앞에 놓이는 부분을 처음이라 하는데 처음이라 시행착오도 많고, 결점도 많을 것이다.

아직 부대의 체계가 잡히진 않았지만, 처음이 있어야 중간도 있고 끝이 있고, 시행착오와 결점을 발견하지 않겠는가? 이를 수정하여 확실한 체계를 만들어낼 수 있기에 ‘처음’은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그 의미가 특별하다. 처음은 그 이름 자체로 기억 속에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몇 시간의 긴 항해를 거쳐 도동항에 도착하자 일부 지휘 요원들이 영접을 나왔다. 부대에 도착하여 지휘 요원들과 티타임을 가진 후 짐을 풀었다. 쉴 여가도 없이 바로 마당으로 나와 본부 직원과 대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특이하게도 여기에서 독도와 울릉도를 지키는 삽살개 가족을 만났다.

남편 개는 독도에, 부인 개와 아들 개는 울릉 경비대에 있다. 마치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것이 흡사 나와 비슷하다.

#. 취임식, 그리고 소통과 화합
8월 8일 | 풍향 : 남동-남 | 풍속 : 12~16m/s | 파고 2~4m | 천기 : 구름 많고 한때 비

역시 취임식의 핵심은 소통과 화합이었다. 또 맞춤형 교육훈련과 즐거운 부대 생활을 근간으로 하여 대원들이 임무를 무사히 완수하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하도록 돕는 것이 나의 임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조직사회의 힘은 소통과 단결에서 나온다. 어느 하나도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문제이다. 특히 사람이 위로 올라갈수록 귀를 닫고, 소통을 막는 자들이 많아진다고 했다. 그 이유는 주변에서 많은 사람이 눈과 귀를 막기 때문이다.

반대로 지위가 낮아지면 눈과 귀가 열린다고 했다. 부하의 입장에 서 보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괜하게 어설픈 짓을 해서 윗사람에게 미움을 받거나 도외시된다면 손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섣불리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부하들에게 스스로 모범이 되고 경계하는 것이 상책이리라. 조직의 분위기를 좋게 환경을 만들고 평소에 부하들이 듣기 싫은 소리를 하더라도 싫은 내색을 하지 말고 경청해야 할 것이다.

아침에는 경비대의 기능별 업무보고부터 받았다.

8월 들어 독도에 입도하려는 관광객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하루 평균 1500~2000명이 독도를 방문하고 있다. 뜨거운 국민의 관심과 성원이 관광자원과 맞물려 이루어 낸 성과이기도 하다. 요즘 울릉군민들로부터 “일본 사람들 때문에 울릉도 관광객이 급격히 증가해서 먹고 산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독도경비대에서 쓰고 있는 발전기 중 하나가 고장이 나서 냉각수를 조절하는 부품을 수리해야 한다. 경비대에 쓰는 모든 것은 국가의 안위와 연결되어 있다. 유사시에 잘 쓸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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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유단희 전 총경은 초대 울릉도・독도경비대장이다. 1957년 10월 세종시에서 태어나 연세대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조치원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청주 흥덕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서울 혜화경찰서 경무과장, 성남분당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성남수정경찰서 정보보안과장 등을 역임했으며, 중앙경찰학교 외래교수, 한국장학재단 대학생연합생활관 생활관장을 지냈다.

<독도 일기>는 도서출판 ‘지혜의 나무’가 ‘최동단 울릉 독도 경비대장의 나라사랑 이야기’라는 부제와 함께 2012년 2월 22일 출간했다. 본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2011~2012년의 기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도서출판 '지혜의 나무'가 2012년 출간한 <독도일기> 표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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