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세종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 인기 과목 비결은?
상태바
세종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 인기 과목 비결은?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8.11.09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종포스트-세종교육청 공동캠페인] <4> 순수한 배움이 있는 교실
양지고 이복희 교사가 가르치는 과학사 및 과학철학 과목 첫 수업 내용. 역사 속의 과학자들을 주제로 학생들이 자신이 아는 과학자에 대해 기술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세종시교육청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이 올해 운영 2년 차를 맞이했다. 누구나, 어디서든 자신이 원하는 교과를 선택해 배울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은 현 체제 안에서 가히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전국 최초로 도입된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이 가지는 의미부터 고교학점제와의 연계, 참여 학생·교사 인터뷰까지. 총 5회에 걸쳐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학생들에게 보장된 과목 선택권, 꿈 찾는 여정의 안내자가 될 수 있을까? <편집자 주>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니 교실이 배움의 열기로 가득찼다. 학생들은 방과 후, 주말에도 학교로 발걸음하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과목을 선택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인기 과목도 생겨났다. 수요가 많은 수업은 반이 분반이 되기도 한다.

올해 2학기에는 권역별 거점학교 공동교육과정Ⅰ 49개 과목, 학생 맞춤형 진로전공탐구반 Ⅱ 180개 강좌가 개설돼 운영 중이다. 

이중에서도 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호한 강좌는 무엇이었을까? 수업 방식의 혁신부터 직접 체감한 학구열까지. 3개 과목의 현장 교사, 전문 강사를 만나 공동교육과정 수업의 인기 비결을 물어봤다.  

'과학이란?' 본성에 접근하는 과학철학 수업

양지고 이복희 지구과학 교사. 올해 2학기 지구과학실험, 과학사 및 과학철학 2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양지고 이복희(55) 지구과학 교사는 올해 2학기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Ⅰ 과정을 통해 지구과학실험, 과학사 및 과학철학 2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이 교사는 세종에 공동교육과정이 전면 도입되기 전인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세종여고에 근무하면서 심화과목 ‘과제연구’를 통해 세종고, 세종여고 학생들을 함께 가르쳤다. 일종의 거점형 공동교육과정 형태였던 셈.

그는 “세종시 동지역 학생들이 원도심 학교까지 가서 공부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양지고에서 과목을 개설하게 됐다”며 “지질연구원이나 과학 교사 등을 꿈꾸며 과학 과목에 대한 마니아적인 성향을 가진 학생들이 모인다”고 했다.

수업은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과학에 대한 지식을 깨거나 새로운 관점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구타원체와 평균 해수면을 적용해 그린 지오이드(geoid) 그림은 머릿속 구 형태의 지구 모습을 지우고, 정확한 지구 모양을 되짚게 한다. 또 직접 제작한 해시계를 통해서는 천체 운동의 원리를 몸소 체득할 수 있다.

공동교육과정 수업 교구 미스터리 박스와 학생들이 직접 만든 해시계 앙부일구 모형.

과학사 및 과학철학 과목은 다소 생소하다. 일반 정규교육과정에서는 거의 배우지 않는 내용이기 때문. 과학이 가진 본성에 가까워지는 수업이다.

이 교사는 “갈릴레이가 피사의 사탑에서 한 자유낙하 실험을 예로 든다면, 어떤 과학사적 관점을 가지느냐에 따라 이 실험의 중요성을 달리 논의할 수 있다”며 “조금은 생소하고 어려울 수 있지만 평소에 할 수 없는 심도 있는 생각과 토론을 할 수 있는 수업”이라고 했다.

지구과학실험 수업은 과목 말 그대로 실험 위주의 수업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정형화된 실험에서 탈피하고, 정답 찾기에서 멀어지는 시간이다. 정규 수업이 수행평가나 지필평가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다면, 공동교육과정은 상대평가 줄세우기 수업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교사는 “확고한 진리라고 배운 법칙과 이론들은 결국 잠정적인 결론일 뿐, 과학은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미스터리 박스와 같고, 과학자는 이 박스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최선의 답을 찾는 사람들”이라며 “과학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과학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는 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왜 심리학을 좋아할까?

공동교육과정Ⅱ에 참여하고 있는 박한범 강사. 심리학과 심리상담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박한범(42) 강사는 수요일 오후와 토요일 오전 '심리학과 심리상담'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대학원 석사로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현재 프리랜서로 일하며 공동교육과정Ⅱ 전문 강사로 활동 중이다.

프로젝트 수업과 토론, 발표 수업을 지향한다. 특히 포트폴리오 만들기 수업은 진로를 구체화하고, 입시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는 개인별 맞춤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박 강사는 “수강하는 학생들은 심리학과나 인문사회계열 진로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지만, 범죄심리나 프로파일러와 관련된 경찰행정,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계열, 교사, 경영 마케팅이나 빅데이터 분석가 등 다양한 편”이라며 “수업을 통해 다양한 진로를 구체화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심리학 열풍이 지속됐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유독 크다. 

박 강사는 “사실 심리학은 유럽 등지에서도 과학적으로 체계화시켜 연구된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면서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웹툰, 드라마, 영화, 에세이 등에서 심리학이 다양한 콘텐츠 소재가 되고 있다. 범죄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도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라고 했다.

심리학과 연계된 진로는 다양한 편이다. 그만큼 진로 진학과 관련된 질문도 많다.

박 강사는 “학생들이 학과에 대한 궁금증, 진로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단순히 심리학, 심리상담 측면이 아니라 의료나 IT, 4차산업 등과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어색해하지만, 팀을 이뤄 수업하다 보면 금방 서로 정보공유도 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친환경 생활용품, 화학 실험으로 만든다

올해로 4학기째 화학성분연구반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배윤정 강사. 세종시 고교 여학생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과목으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4학기 내내 학생들의 관심을 끈 화학 과목도 있다. 화장품, 세제, 샴푸 등 생활 속 화학용품의 안전성을 탐구하고, 직접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보는 '화학성분연구반' 수업이다.

4학기째 수업을 하고 있는 배윤정 강사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서울에서는 반도체회사에 재직했었다. 화학성분, 천연성분에 관심을 갖고 공부한 계기는 심한 아토피를 앓았던 자녀 때문이다.

배 강사는 “화학 전공자이면서 천연성분에 대해 공부하다보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지식을 전파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좋은 기회로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하게 됐다”며 “대부분 화학 전공을 꿈꾸는 학생들, 화장품 회사나 연구원, 약학계 진로를 생각하는 학생들이 참여한다”고 했다.

올해 이 수업은 학생 수요가 넘쳐 2개 반으로 분반됐다. 특히 이 수업은 세종시 고교 여학생들의 전폭적인 관심을 받는 수업 중 하나다. 

배 강사는 “지난해 수업은 3분의 1 정도가 남학생이었는데, 올해 2학기는 전부 여학생들이 듣고 있다”며 “학교 수업과 달리 실생활과 관련된 화학 실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도가 높다. 특히 향료를 다루는 수업에서는 합성향료, 천연향료 차이를 배우고, 에센셜 오일로 나만의 향수를 만드는 수업을 흥미있어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화학 실험을 통한 천연 제품 만들기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수업은 이론, 실험이 병행된다. 보습제 수업에서는 립밤을 직접 만들어보고, 세정용 계면활성제 수업에서는 친환경 주방세제를 만든다. 자외선차단제의 안전성 파트에서는 선크림을 제조해보기도 한다.

배 강사는 “방과 후인 저녁시간, 토요일 오전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8회 내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등 배움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며 “매 수업마다 양손 가득 실험 교구를 챙겨 다니는 일이 벅차기도 하지만, 배우려는 학생들이 대견하고 뿌듯하다”고 했다.

그에게 공동교육과정 수업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결혼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후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 개인적으로도 이 수업이 뜻깊은 이유다. 

그는 “석사까지 마쳤지만, 육아로 경력이 단절돼 걱정이 많았다”면서 “지난해부터는 공동교육과정 강사, 또 올해는 교육청 마을교사로 일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했다.

한편,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Ⅰ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소인수 교과 및 심화·전문·실기 교과로 구성돼있다.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 현직 교사가 강사로 참여한다.

공동교육과정Ⅱ는 인문·어문·사회·경제·경영·자연·공학·생활과학·예체능 등 다양한 진로전공 강좌로 구성된다. 강사는 현직 교사와 대학교수(강사), 연구원, 장인 등이다. 공동교육과정 중학교 3학년 과정은 이달 개강을 앞두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