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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을 잡은 개똥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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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을 잡은 개똥벌레
  • 미노스
  • 승인 2018.08.0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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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스의 동화마을] <11>별똥별과 개똥벌레

“하늘에는 별이 총총, 땅에는 개똥이 수북…”

숲속에서 개똥벌레들은 이런 노래를 부르고 살았습니다.
개똥벌레는 개똥이 수북한 곳에서 사는 벌레입니다.
그곳이 그들의 집이고 먹이였습니다. 그러니 아무도 개똥벌레들을 가까이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다 생긴 친구들도 개똥벌레 집에 와 보고는 다시는 놀아주지 않았습니다. 놀아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러운 것을 먹고 산다고 놀리고 비웃었습니다.

개똥벌레는 외롭고 슬펐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생긴 걸 어떻게 하겠어요.
낮에는 더럽고 축축한 곳에서 살다가 개똥벌레들은 밤이 되면 나뭇가지에 올라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무도 놀아주지 않고 멀리하였지만, 하늘의 별님들은 반짝반짝 빛나며 언제든지 개똥벌레들을 반겨 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세상에 별빛같이 아름다운 빛은 없습니다.
온 하늘 가득히 노란색, 붉은색, 푸른색, 녹색으로 빛나면서, 큰 별 작은 별이 어우러져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은 세상의 어느 보석보다도 아름다운 것이었습니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 땅에는 개똥이 수북…”

개똥벌레들은 이 노래를 부르며, 하늘의 별을 그리워하며, 자신들의 처지를 슬퍼하였습니다.
별은 한 곳에서만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늘을 가로지르며 나는 별도 있었습니다.
그런 별을 ‘별똥별’이라 하였습니다.
쉬익!

하늘을 가로지르며 땅으로 떨어지는 별똥별이 보일 때면 개똥벌레들은 그 별똥별에 소원을 말했습니다.
별똥별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진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별똥별은 순식간에 땅에 떨어져서 소원을 말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별똥별은 하룻밤에도 수없이 떨어졌습니다. 나뭇가지 위에 있는 개똥벌레들도 별똥별이 떨어질 때마다 수없이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러나 좀처럼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한 개똥벌레가 있었습니다. 그도 별똥별을 보면

“별똥별님, 별똥별님, 저를 하늘의 별로 만들어 주세요. 저는 개똥벌레가 싫어요. 저를 아름답게 빛나는 별님으로 만들어 주세요.”

라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개똥벌레로 업신여김을 받는 것이 싫었고 밤마다 빛나는 별님이 너무도 아름답고 멋있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개똥벌레는 그저 개똥벌레일 뿐이었습니다.
아침이 되면 그들은 다시 작은 날개를 접고 개똥 무덤으로 가야 했습니다.

또다시 밤이 되었습니다.
별이 되고 싶은 개똥벌레는 나뭇가지에 날아올라 오늘도 별똥별을 보면 별님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러다가 생각을 하였습니다.

‘나뭇가지 위에서 별똥별님을 바라보고 빌 것만 아니라, 내가 별똥별님을 찾아가면 안 될까? 별똥별님을 직접 만나야겠어. 그리고 별똥별님 귀에 대고 내 소원을 크게 말해야겠어. 그러면 별똥별님도 내 소원을 들어줄지 몰라…’

그렇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떨어지는 별똥별을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개똥벌레는 꿈을 접지 않고 나뭇가지 위에서 별똥별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별똥별이 하늘을 가로질러 쉬익! 하고 떨어질 때마다 개똥벌레는 작은 날개를 힘차게 펴고 별똥별을 향해 하늘을 날아올랐습니다.
별똥별은 너무나 빨랐습니다.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개똥벌레는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매일 밤 별똥별을 기다리며 힘차게 날아오르곤 했습니다.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별똥별 하나가 나뭇가지 위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크고 밝은 별똥별이었습니다. 개똥벌레는 재빨리 날아올랐습니다. 힘차고 날렵했습니다. 그 별은 매우 큰 별이어서 다른 별똥별과는 달리 천천히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개똥벌레는 드디어 별똥별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떨어지는 별똥별을 붙잡은 개똥벌레는 별똥별을 날개 위에 싣고 하늘을 솟구쳐 날아올랐습니다.
신기하게도 별똥별은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습니다. 개똥벌레는 별똥별을 날개 위에 싣고 말했습니다.

“별똥별님, 별똥별님,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저를 별님으로 만들어 주세요. 저를 밤이 되면 아름답고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별로 만들어 주세요. 제 소원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별똥별이 개똥벌레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개똥벌레야, 개똥벌레야. 고마워. 정말 고마워…
나에게도 소원이 있었어.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질 때, 나에게도 날개가 있어 오래오래 하늘을 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소원이었어. 그런데 그 소원이 이루어진 것 같아. 네 날개 위에서 내가 오래 하늘을 날고 있잖아? 개똥벌레야. 내 소원을 들어주어서 고맙다.”

개똥벌레는 깜짝 놀랐습니다.
별똥별에게 그런 소원이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입니다.
별똥별과 개똥벌레는 서로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날 밤 별똥별과 개똥벌레는 밤새도록 밤하늘을 날아다녔습니다. 별똥별은 날개를 가지게 되었고, 개똥벌레는 별이 된 것입니다.
둘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별똥별과 개똥벌레는 밤하늘을 아름다운 빛으로 수놓았습니다. 사랑의 하트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소망의 다이아몬드 그림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숲속 위에도, 냇물 위에도 날았습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개똥벌레는 별똥별을 날개에 싣고 숲속의 나뭇가지에 머물렀습니다. 다시 밤이 되자, 개똥벌레는 별이 되어 온 하늘을 날아다녔습니다.

삽화 김민지

다른 개똥벌레들은 하늘을 보고 놀랐습니다. 별 하나가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며 온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별똥별이 하늘을 날며 저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본 적은 없었습니다.
개똥벌레만이 아니었습니다. 숲속의 모든 동물이 신기해했습니다.

“저것이 무엇일까? 무슨 별이 저렇게 아름다운 별이 있지?”

모두 눈을 반짝이며 감동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한 개똥벌레가 별이 된 개똥벌레를 찾아와 날아다니는 별똥별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개똥벌레는 모든 것을 말해주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개똥벌레는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도 별이 되고자 밤마다 별똥별이 떨어지길 기다렸다가 하늘을 박차고 날아올랐습니다.
몇 번이나 실패했지만, 드디어 그 개똥벌레도 별똥별 하나를 날개에 싣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또 하나의 나는 별이 탄생하였습니다.

이것을 본 개똥벌레들은 모두 다 나뭇가지 위에 올라 별똥별을 찾았습니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마다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습니다.
하나, 둘씩 날아다니는 별이 많아졌습니다.
숲속은 점점 빛나는 별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숲속에서 밤마다 아름다운 빛의 향연이 벌어졌습니다.
홀로 하늘을 수놓는 별도 있고, 여러 개의 별이 손을 잡고 꽃잎 모양, 불꽃 모양, 아름다운 얼굴 모양도 만들기도 했습니다.
별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밤마다 숲속의 하늘은 아름다운 빛의 축제를 열었습니다.

숲속의 동물들만이 아니었습니다. 소문을 듣고 수많은 구경꾼이 몰려들었습니다.

“와..와...저게 뭐야? 저게 뭐야! 어머, 너무도 아름다워…”

탄성을 지르며 개똥벌레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별빛 쇼를 넋을 잃고 쳐다보았습니다.
그 숲속은 세상에서 가장 환상적인 숲이 되어갔습니다.

숲속의 동물들은 그 날아다니는 별빛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점점 깨닫게 되었습니다.
더럽다고 놀아주지도 않고, 피하기만 했던 개똥벌레가 저렇게 아름다운 별이 되어 날아다니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개똥벌레가 개똥 무덤에서 나와도 아무도 더럽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개똥벌레는 곧 밤하늘의 빛나는 작은 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개똥벌레는 이제 개똥벌레라 불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모두 ‘반딧불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름답고 귀한 보석같이 소중한 벌레였습니다. 개똥 무덤에서 나오는 어린 반딧불이를 보면 행여 다칠세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보살펴 주었습니다.

밤하늘을 별빛으로 반짝이며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반딧불이는 바로 개똥벌레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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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스의 본명은 최민호(사진)다. 대전 출신으로 제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공직에 입문했다. 충청남도 행정부지사, 행정자치부 인사실장, 소청심사위원장(차관급),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 수료,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석사, 일본 동경대학 법학석사, 단국대학 행정학 박사를 취득하고 미국 조지타운 대학에서 객원연구원을 역임하였다. 공직 퇴임 후 고려대·공주대 객원교수, 배재대 석좌교수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홍익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퇴임한 후, 어린 손녀들에게 들려줄 동화를 만들어 달라는 딸의 부탁을 받고 온 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지어 주다 <어른이 되었어도 너는 내 딸이니까>(새움출판사)라는 단편소설과 동화가 있는 이야기책을 출간, 뛰어난 상상력과 아름다운 문체로 호평을 받고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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