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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하는 남자가 그림 그리는 여자를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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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하는 남자가 그림 그리는 여자를 만났을 때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8.04.24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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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태근 조각가·최희진 서양화가 부부
(왼쪽부터) 이태근 조각가, 최희진 서양화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닮는다고 했던가. 25여 년을 함께 살아오면서 작품 세계마저 닮게 된 세종시 예술인 부부가 있다. 조각하는 남편 이태근(50), 그림 그리는 아내 최희진(48) 씨다.

두 사람이 오는 6월 2일까지 소피아갤러리에서 ‘서로의 풍경되기’를 주제로 공동전시회를 연다. 일종의 부부展 형태다.

지난 23일 열린 전시 오픈식에서 이들을 만났다. 결혼 후 23년 만에 다시 붓을 잡은 아내 최희진 서양화가와 그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선 이태근 조각가. 

조각과 서양화라는 각자 다른 예술장르가 만났지만, 이 조화가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대학 3학년 때 첫 만남, 다시 붓을 잡기까지

이태근 조각가의 작업실에서. 아내 최희진 화가가 작업 중인 남편 뒤에서 웃고 있다. (사진=한상천 사진작가)

올해로 두 사람은 결혼 25년차에 접어들었다. 이 조각가는 충남 예산, 최 화가는 전남 순천이 고향이다. 첫 만남은 두 사람의 모교인 목원대학교 미술대학이었다. 이 캠퍼스 커플은 남편 이태근 조각가의 적극적인 구애로 결혼까지 골인했다. 대전에서 살다 세종으로 이사한 건 지난 2000년 무렵.  

최근 최 화가는 1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다시 제대로 붓을 잡게 된 건 미대 졸업 후 23년 만이다.

그는 “문화재 발굴 기관에서 실물 사이즈의 문화재를 그려 실측하는 일을 했다”며 “지난해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는데, 20년 넘는 시간동안 아이들 키우고 직장생활 하느라 이제야 다시 붓을 잡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그의 작품은 동화 같은 인상을 준다. 천진난만한 색감이지만 인물의 표정에서는 자애로운 평온함이 느껴진다. 작품마다 그려진 자그마한 새의 형상은 아직 날개를 펼치지 않은, 쉼의 의미를 갖는다. 

최 화가는 “다시 그림을 그리면서 막막한 마음이 컸다”며 “붓 가는 대로 그려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림마다 그려진 작은 새는 관람객들이 느끼길 원하는 쉼과 자유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동 전시에는 그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3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남편 이태근 조각가는 10여 점의 조각 작품을 선보인다.

다른 듯 닮은, 따로 또 같이

작품명 봄바람. 이태근 作.

이태근 조각가는 주로 인물의 표정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전달한다. 주로 여성의 얼굴을 소재로 하는데, 두 사람을 모두 아는 사람들은 이미 짐작 가능하다. 작품 속 여성은 아내 최희진 화가의 모습이 투영된 모습이라는 것을.  

그의 여성상은 어렸을 적에는 엄마였고, 커서는 아내의 얼굴로 고정됐다. 눈 뜨면 가장 먼저 보는 얼굴, 자신의 얼굴보다 더 많이 접하는 얼굴이 바로 아내기 때문.

이태근 조각가는 “사람마다 좋아하는 이미지가 있다”며 “은연중에 내가 좋아하는 느낌, 얼굴이 작품 속에도 드러난다. 주변에서 아내와 많이 닮았다고들 하는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저절로 그렇게 된 일”이라고 했다.

무의식적으로 조각한 얼굴에는 아내의 얼굴이 있다. 아내 최희진 화가도 마찬가지다. 그의 그림 속 여인은 다시 보면 남편 이태근 조각가의 작품 속 여인과 어딘가 닮아있다.

최 화가는 “어느날 스케치를 하고 보니 비슷한 느낌이 나왔다”며 “아무래도 수 년 간 봐온 얼굴 형상이어서 그런가보다 했다. 아직 작품세계가 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닮아가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최 화가는 전시 인사말을 통해 남편과의 삶을 ‘서로의 풍경이 된다는 것’, ‘사랑보다 더 진한 동지애 같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 조각가 역시 “최희진은 내 삶의 오랜 풍경이 돼버렸다”고 고백했다.

무명의 존재로부터 벗어난, 예술인 최희진

작품명 사색Ⅱ. 최희진 作.

남편의 뒷바라지를 위해 육아와 직장생활을 도맡아오던 최 화가는 이제 전업작가의 삶을 살게 됐다. 이제 그를 지지해 주는 것은 오로지, 남편 몫이 됐다.

이태근 조각가는 “누구의 아내로, 또 누구의 엄마로 살았던 무명의 존재에서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는 새가 되길 바란다”며 “최대한 많은 전시 기회를 만들어주고,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 제일 큰 도움이지 않을까 싶다. 캔버스 앞에서 고민에 찬 모습으로 붓을 든 아내의 모습이 좋다”고 했다.

예술인 부부의 삶, 가장 큰 장점은 서로의 직업적인 부분을 이해하면서 작품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니 공유하는 시간이 많고, 의견 교환도 자유롭다는 것.

반면, 경제적인 문제는 과거에도, 지금도 두 사람이 안고가야 할 숙제다.

최희진 화가는 “안정적일 수 없는 경제상황이 단점이긴 하지만, 좋은 점이 훨씬 많다”며 “앞으로는 남편의 지지에 힘입어 작품 활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첫 개인전을 치른 최희진 화가는 세종시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태근 조각가는 내달 1일부터 31일까지 충남 보령에 위치한 모산조형미술관에서 초대 개인전을 이어간다.

조만간 세종시의 부족한 전시 인프라를 충족시키기 위해 갤러리도 오픈할 예정이다. 이태근 조각가의 개인 작업실 1층을 활용해 꾸몄다. 첫 전시 주인공은 세종시에서 활동 중인 조순형 서양화가다. 전시는 내달 12일 열린다. 

지난 23일 소피아갤러리 전시회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전시 소개글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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