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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에 우리소리 전하는 동편제 ‘흥보가’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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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에 우리소리 전하는 동편제 ‘흥보가’ 계승자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7.11.2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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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2월 1일 세종포스트빌딩 5층서 무료 감상회 여는 무형문화재 임영이
임영이 문화원장.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판소리 ‘흥보가’로 세종시 무형문화재 3호로 지정된 임영이(70) 세종문화원장이 12월 1일 오후 5시 30분 세종포스트 빌딩 5층에서 감상회를 연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판소리의 맥을 잇는다는 사명감. 30대 중반의 다소 늦은 나이에 소리를 시작해 스승 한농선 선생을 만나고 난 뒤 임 원장의 삶은 뒤바뀌었다.

임 원장은 이날 형제 간 우애와 권선징악의 교훈을 담고 있는 흥보가를 들려줄 예정이다. 흥보가는 설화적 요소가 풍부하고, 향토적 정서가 짙게 밴 민속성이 가장 강한 작품으로 꼽힌다.

시 무형문화재 지정 후 첫 공연, “사명감 크다”

이번 공연은 동편제 흥보가를 총 50여 분간 선보이는 무대다. 대전시 무형문화재 제17호 판소리 고법 보유자인 박근영 고수가 장단을 맞춘다.

임 원장은 “이번 공연은 세종시 문화재 공개행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마련한 무대”라며 “무형문화재 지정 후 첫 공연이기 때문에 기쁘기도 하지만, 보통 때와는 달리 사명감과 책임감이 더 큰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병창 이수자이기도 하다. 10남매를 둔 가장으로서 일제 강점기를 겪었던 그의 부친은 ‘우리 것’을 지키는 것에 대한 정신이 투철했다.

그는 “왜침을 많이 겪은 나라의 국민이 갖는 문제의식,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컸던 아버지는 어릴 적 딸들에게 가야금 선생님을 붙여주셨다”며 “결혼 후 30대 중반이 돼서 가야금을 다시 배우러 갔다가 소리를 듣고 저절로 빨려들어갔고, 이후 소리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후 임 원장은 한농선 선생(작고)을 만나 동편가 흥보가를 사사받고 조상현 선생에게서 심청가와 춘향가를 배웠다. 그의 스승 한농선 명창은 동편제 특유의 대마디 대장단과 무뚝뚝하지만 깊은 소리를 구사, 지난 2002년 2월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된 명인이다.

임 원장은 “특히 이번 무대에는 제2회 균화지음 전국 국악경연대회 가야금 병창 부문 금상을 수상한 연서초 남예성, 미호중 박재혁 제자와 함께 하는 무대여서 더 뜻깊다”며 “세종시에도 훌륭한 소리 꿈나무들이 있다는 것을 소개하고, 이들을 위해 박수를 보내줄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세종문화원장 3회 연임, 여성 문화원장의 저력

세종문화원이 구축해 운영 중인 사이버향토박물관 홈페이지. 세종시 출범 전 역사에 대한 논문과 발간도서, E-Book 등을 볼 수 있다.

올해는 세종문화원 개원 53주년이 되는 해다. 그는 2006년부터 올해까지 총 12년 간 원장 직을 3번 연임했다. 임기 중 조치원문화원, 연기문화원, 세종문화원으로 명칭이 변경되는 역사를 함께 한 셈이다.

임 원장은 “내년 2월이면 모든 임기가 끝나는 입장이라 감회가 남다르다”며 “임기 중 행정구역 재편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직원들과 같이 겪었다. 2010년 연기문화원 시절 전국 230여 개 문화원 중 대한민국 문화원상 대상을 받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12년 간 여성 문화원장으로 일하며 그는 매너리즘에 빠진 문화원 사업 활성화와 직원들의 ‘처우개선’에 가장 힘썼다.

그는 “연기군 시절 거의 투쟁하다시피 이뤄낸 직원들의 처우개선이 지금 생각하면 눈물겨울 정도”라며 “실무진들이 좋았고, 이사님들 역시 좋은 분들을 만나 이렇게 오래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세종시는 새롭게 지어지는 계획도시다. 새로운 역사를 써나감에 앞서 과거의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 역시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문화원 부설 향토사연구소에서도 이 일에 앞장서고 있다. 지역 인물사를 중점으로 김종서 장군, 사육신 박팽년, 성삼문 등을 다룬 책자를 냈고, 내년에는 임난수 장군 관련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임 원장은 “세종시는 물론이고 행복청에서도 기록물 발굴이나 보존에 대해 전문가들과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며 “후세에 감동을 주는 건 역시 사람의 역사다. 문화원에서도 인물 찾기를 중점으로 역사 정리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인재양성과 국악의 생활화, 문화원의 역할은?

내년 2월 임기를 마무리하는 임영이 문화원장.

임 원장은 문화원 부설 세종소리예술단 단장을 맡으며 15년 여 간 지역 주민들을 가르쳐왔다. 2004년 창단된 세종소리예술단은 충남국악경연대회, 충남 민요 경창대회, 수원·화성 주부국악제 등에 참가해 전국대회 수상까지 이뤄냈다.

그는 “처음에는 인근 주부들과 학생들을 모아 가르쳤는데 대회 수상으로까지 이어지며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며 “과거보다는 훨씬 나아진 편이지만 그래도 아직 국악에 대한 인식 확대가 필요하다. 판소리나 가야금을 교양으로 한다고 하면 시간낭비라는 인식이 사라지고, 우리 음악을 깊이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문화원은 전통문화콘텐츠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균화지음 전국국악경연대회 개최해오고 있다. 세종대왕이 가졌던 음악에 대한 애정을 이어받아 문화원과 가야금병창보존회가 주최·주관, 초·중·고 청소년과 일반인들이 참가하는 대회다.

지난달 두번째로 열린 대회에서는 개인과 단체 총 150개 팀, 170명이 참가해 열띤 경연을 벌였다.

임영이 원장은 “6.25 직후 문화원이 막 생길 때에는 문화라는 말이 사치였지만 지금의 문화는 이와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며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응집시키고, 개인적인 자기개발을 넘어 이를 사회 정화나 복지쪽으로까지 연계시키는 것이 향후 문화원의 역할이 될 것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문화의 폭은 한없이 넓지만, 그래도 문화원의 역할은 주민과 함께여야 함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내달 1일 열리는 판소리 감상회 공연은 세종포스트 5층 청암아트홀에서 열린다. 선착순 120명 규모 좌석으로 공연 관람은 무료다.

문의 : 세종문화원 사무국(044-865-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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