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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한표
  • 승인 2017.09.2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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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표의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24-3>영웅의 전형 페르세우스
박한표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문학박사

세리포스의 왕 폴리덱테스는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목을 베러 떠나자마자 드러내놓고 어머니 다나에를 괴롭혔다. 그는 공공연하게 다나에에게 결혼을 강요했다. 다나에가 단호하게 거절하자 몇 차례나 그녀를 폭행하려고까지 했다.

그때마다 간신히 피해 다니던 다나에는 어쩔 수 없이 신전으로 피신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신전에 들어 온 자는 신성시되어 비록 죄인일지라도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었다. 그러자 폴리덱테스는 그녀에게 음식을 주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다나에는 굶어 죽고 말 지경이었다.

안드로메다와 함께 세리포스 섬으로 무사히 돌아온 페르세우스는 그간의 사정을 듣고 분노했다. 그리고 복수를 결심했다.

페르세우스는 폴리덱테스의 궁전으로 갔다. 왕은 마침 신하들과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그는 약속대로 메두사의 머리를 가져왔노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는 고개를 한쪽으로 돌린 채 메두사의 머리를 자루에서 꺼내 들었다. 페르세우스의 귀환에 놀란 폴리덱테스와 그의 신하들은 굳은 얼굴 그대로 돌이 돼 버렸다.

아테나 여신의 왼팔을 받치고 있는 방패 ‘아이기스’에 영웅 페르세우스가 바친 메두사의 머리가 박혀 있다. ‘미네르바’ 헨드릭 골치우스(Hendrick Goltzius), 패널에 유채, 214×120㎝, 1611년, 프란스 할스 미술관(네덜란드 하를렘).

어머니의 복수를 한 후, 페르세우스는 이제 더 이상 무기가 필요 없었다. 그는 그것들을 헤르메스에게 바쳤고, 헤르메스는 다시 원래 그 무기들의 주인인 요정들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 페르세우스는 자신을 처음부터 끝까지 도와주었던 아테나 여신에게 감사의 표시로 메두사의 머리를 바쳤다.

여신은 그것을 자신의 아이기스 방패에 박아 기념으로 삼았다. 그 후 페르세우스는 자신을 길러준 딕티스를 폴리덱테스에 이어 세리포스의 왕으로 옹립시킨 다음 어머니 다나에와 아내 안드로메다와 함께 자신의 고향인 아르고스로 향했다.

페르세우스는 자신과 어머니 다나에를 버린 외할아버지에게 원한을 품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외할아버지를 원망했지만, 이제는 여러 모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터라 정신적으로도 많이 성숙해 있었다.

하지만 외할아버지 아크리시오스는 달랐다. 페르세우스가 아르고스로 온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외할아버지 아크리시오스는 드디어 신탁이 실현되는구나 싶어 두려운 마음이 가득했다. 그리고는 아르고스를 떠나 급히 테살리아의 라리사로 숨어들었다.

‘메두사와 싸울 수 있도록 방패를 페르세우스에게 전해주는 미네르바’ 르네 앙투안 우아스, 캔버스에 유채, 108×141㎝, 1688년경, 베르사유 트리아농궁(프랑스 베르사유)

페르세우스는 외할아버지의 오해를 풀어드리고 싶었다. 그는 어머니와 아내는 아르고스에 남겨둔 채 라리사로 외할아버지를 찾아 나섰다. 마침 라리사의 왕은 아버지의 기일을 맞아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페르세우스는 자신이 즐겨하던 원반던지기 경기에 참가했다. 페르세우스는 자신의 차례가 되자 힘차게 원반을 던졌다. 그런데 한참을 반듯이 날아가던 원반이 갑자기 불어 닥친 강한 바람 때문에 정상궤도에서 벗어났다.

마침내 원반은 관중석으로 날아가더니 한 노인의 머리를 정통으로 맞혔고, 그 노인은 곧 숨을 거두었다. 이 노인이 바로 외손자를 피해 라리사로 몸을 피신해 관중석에서 원반던지기 대회를 구경하던 페르세우스의 외할아버지 아크리시오스였다. 이렇게 해서 딸이 낳은 아들에게 죽게 될 것이란 신탁은 결국 이루어지고 말았다.

페르세우스는 슬픔에 잠겨서 아르고스로 돌아왔다. 비록 의도하지 않은 사고였지만, 그는 자신 때문에 죽은 외할아버지의 나라를 그대로 이어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사촌 형제인 메가펜테스와 나라를 교환해 페르세우스는 아르고스보다 작은 나라인 티린스의 왕이 되었다.

티린스의 왕이 된 후 얼마 되지 않아 페르세우스는 신하들과 함께 여행을 하다가 물이 떨어져 심한 갈증에 시달렸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앞에서 물을 흠뻑 머금은 버섯 하나가 솟아올라 그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었다.

그는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그곳에 도시를 건설하고, 도시 이름을 미케네라 지었다. 그리스어로 미코스라고 불리는 버섯에서 따온 이름이다. 미케네 사람들은 먼 후대까지 페르세우스를 숭배했다.

페르세우스는 티린스에서 안드로메다와의 사이에 5남 1녀를 두었다. 페르세우스의 아들 엘렉트리온은 딸 알크메네를 낳았고, 또 다른 아들 알카이오스는 아들 암피트리온을 낳았다. 사촌간인 알크메네와 암피트리온은 결혼을 해 부부가 됐다. 그런데 남편이 전쟁에 나간 사이 제우스가 암피트리온으로 둔갑해 알크메네와 사랑을 나눴다. 그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헤라클레스다.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는 죽은 후 아테나 여신에 의해 하늘의 별자리가 되었다. 그들의 자리는 카시오페이아와 케페우스자리 옆에 있다.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 안톤 라파엘 멩스, 캔버스에 유채, 227×153.5㎝, 1773~1776년경, 에르미타주미술관(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페르세우스는 정의로운 영웅이다. 그는 괴물 메두사를 해치워 사람들의 불안을 덜어줬다. 또 미션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바다 괴물을 죽여 에티오피아의 공주 안드로메다를 구출했다. 이어 괴물이 난동을 부릴 때는 숨어 있다가 그의 결혼식장에 난입해 안드로메다를 요구한 비겁한 피네우스와 부하들을 메두사의 머리로 간단하게 해치웠다. 마지막으로 세리포스 섬으로 돌아와서는 어머니를 괴롭히던 폴리덱테스 왕과 부하들을 돌로 만들어 버렸다.

다른 영웅들과 달리, 페르세우스의 여정에는 흠잡을 데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이아손이 실패한 영웅이라면, 페르세우스는 영웅스토리의 모델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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