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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마지막 여왕의 ‘알로하오에’와 명성황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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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마지막 여왕의 ‘알로하오에’와 명성황후
  • 김형규
  • 승인 2017.07.0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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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의 미국에서 세계사 들여다보기] <6>미국 부의 원천은 ‘땅 따먹기’
미시시피강 유역은 기름진 땅으로 인해 사탕수수 농장이 성행했다. 이 일대 플랜테이션 위치를 알려주는 안내판.

‘여기에 와 있는 프랑스 관광객들은 어떤 심정일까.’

뉴올리언스 도심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거리의 미시시피 상류 유역에 위치한 ‘로라 플랜테이션’을 투어하기 위해 입구에 도착했을 때 10여명의 서양관광객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일대는 로라 플랜테이션뿐만 아니라 여러 플랜테이션이 관광객을 위해 농장을 유료개방하고 있습니다.

플랜테이션은 흑인은 물론 프랑스인들에게 만감이 교차하는 역사의 현장일 것입니다.

로라 플랜테이션은 1800년대 초 프랑스인에 의해 운영되기 시작한 대규모 농장입니다. 이 때문인지 프랑스인들이 많이 찾습니다.

중학교 사회수업인지 지리수업인지 미국의 플랜테이션에 대해 배운 적이 있습니다. 흑인노동력에 기초를 둔 초창기 기업농 정도로 기억됩니다.

가장 잘한 빅딜 루이지애나 매입

미시시피강은 크루즈선박이 입항할 정도로 강폭이 넓고 수심이 깊은 반면 유속이 느려 화물운송에 유리하다.

미국민이 그들 역사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세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아마 ▲1776년 7월 4일 독립선언문 채택 ▲1803년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 매입 ▲1865년 노예 해방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미국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줬지만 역사적 사실을 은폐하거나 감쪽같이 미화시킨 ‘흑역사’도 많습니다. 아주 많습죠.

이 가운데 ‘미국 역사상 가장 잘한 거래’가 루이지애나 매입입니다.

지금 루이지애나주는 미국 본토 중남부의 작은 지역에 불과하지만 매입 당시에는 현재 미국 본토 면적의 3분의1 정도 되는 방대한 크기였습니다.

로라플랜테이션입구. 입장료와 각종 기념품을 판매한다.

미국은 당시 세계 최강자였던 프랑스로부터 어떻게 이 땅을 헐값에 사들였을까요.

미시시피강은 길이 6210㎞로 세계 네 번째로 긴 강입니다. 지도를 살펴보니 하구 뉴올리언스 항구에서 북으로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미시간호, 이리호 등 미국의 5대호와 연결됩니다. 본류와 지류, 오대호까지 연결하면 웬만한 미국은 다 도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 중앙지역에서 뉴잉글랜드지역인 북서부를 수로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당시 수로는 약탈위험이 높은 육로에 비해 안전하고 빠른 수송로였습니다.

그런데 미시시피강의 소유권이 프랑스에게 있으니 수로를 통해 농산물을 실어 나르려면 통행세를 내야하는 형편이었습니다. 미국 농부들이 정부에 통행권을 확보해달라고 요청한 건 당연하죠.

나폴레옹의 실책인가

미국의 영토 확장 과정. 출처=네이버캐스트(네이버 백과사전-세상의 모든 지식)

당시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프랑스로 특사를 보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와 미시시피강 하구 지역인 뉴올리언스 매입을 위한 협상을 벌입니다. 그런데 나폴레옹은 뉴올리언스뿐만 아니라 루이지애나 전체를 사가라고 역제안을 합니다. 특사들이 깜짝 놀랐겠죠. 세계역사상 가장 큰 거래가 반전으로 이뤄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나폴레옹으로서도 나름 속사정이 있었겠지만 너무 성급하게 결정을 한 건 아닌지 지금 살아있다면 묻고 싶습니다.

프랑스나 미국이나 루이지애나가 정확하게 어느 정도 크기인지 몰랐다고 합니다.

어쨌든 미국은 루이지애나의 면적 214만 7000㎢를 1500만 달러와 맞바꿨습니다. 한반도 전체면적 22만 1487㎢의 10배 가까이 되는 땅덩어리입니다. 환산하면 1㎢ 당 단돈 7달러니까 3.3㎡(1평)당 우리나라 돈 25원에 사들인 거네요. (이거 계산 맞나요. 너무 어이없어 계산기 잘못 두드린 건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200년 전의 돈 가치와 비교할 순 없지만 미국 메이저리거였던 박찬호가 2002년 텍사스와 맺은 5년 계약금이 6500만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인들의 표정관리가 이해됩니다.

플로리다와 텍사스공화국까지 획득

울창한 오크나무가 호위한 미시시피강 인근 플랜테이션 진입로.

루이지애나를 매입한 후 미국은 스페인이 점령하고 있던 땅 플로리다에 눈독을 들입니다. 1819년 플로리다를 할양받아 27번째 주로 귀속시키고 캐나다와의 국경선도 확정 짓습니다.

1845년에는 텍사스공화국을 병합합니다.

텍사스병합은 나중에 하와이 병합의 모델이 됩니다. 텍사스 병합에 반기를 든 멕시코에 선전포고를 한 미국은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를 함락시키고 ‘과달루페-이달고 조약’을 맺습니다. 마치 합병대상지를 숙주로 삼아 미국인이나 다름없는 세력을 키워 그들로 하여금 병합 선언을 하게끔 하는 방식이죠. 반대세력이 들고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무력을 행사하는 겁니다.

조약에 따라 미국은 단돈 1825만 달러를 들여 뉴멕시코‧캘리포니아‧콜로라도‧애리조나‧네바다‧유타 주를 할양받습니다. 한반도 크기의 15배에 달합니다.

지금도 플로리다는 에스파냐어를 쓰는 사람이 많고 텍사스 지역은 멕시코인들이 많이 삽니다. 트럼프가 멕시칸 불법이민을 막기 위해 강경책을 쓰는데 멕시코 국민으로서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을 겁니다.

서부개척‧태평양진출도 일사천리

플랜테이션의 형성과정을 관람객들이 경청하고 있다.

본토의 중부에 이어 서부까지 차지한 미국은 서부개척시대를 활짝 엽니다. 게다가 ‘골드러시’까지 터져 수많은 유럽 이민자들이 몰려와 노동력을 담보로 싼값에 땅을 분양받습니다. 이때도 동양인들은 차별을 받았다죠.

동서를 횡단하는 철도까지 개설돼 서부개척은 날개를 답니다. 미국인들은 황무지에 가까운 서부를 옥토로 바꾼 서부개척시대를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영국의 작은 식민지 뉴잉글랜드에서 시작해 중부와 서부까지 먹은 미국은 태평양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유럽의 열강들이 대서양과 인도양에서 경쟁을 벌이는 동안 미국은 태평양에서 나 홀로 꽃놀이패를 즐깁니다.

1867년에는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사들이고 1898년에는 하와이를 합병해 현재 50개주의 틀을 완성합니다.

하와이와 괌을 침 발라 놓고 일본, 한반도, 필리핀까지 세를 확대합니다.

아무리 되는 집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술술 풀릴 수 있는 건가요. 19세기 불과 몇 십 년 사이에 미국은 동부의 가난한 농부들이 주축이 된 13개 연방국가에서 미국 중서부와 태평양까지 주름잡는 사실상 세계 최강국의 기틀을 다집니다.

명성황후와 하와이 마지막 여왕

농장주가 살았던 플랜테이션 저택.
농장주가 살았던 저택에 비해 혹독한 노동을 해야했던 노예들의 집은 초라했다.

십 수 년 전 하와이에 갔을 때 현지 가이드가 미국 합병과정을 설명해주는데 원주민이 꾸며낸 비극적 전설을 듣는 듯했습니다.

미국 기업인들을 앞세워 무력으로 하와이 여왕 릴리우오칼라니(1838-1917)를 강제로 끌어내린 후 미국 땅으로 만들어버렸다는 거죠. 반쯤 지어낸 이야기로 들렸는데 거의 사실이었습니다. 그녀의 노래 ‘알로하오에~’가 더욱 애잔하게 들립니다.

여성으로서 현대 교육을 받고 1891년 왕위에 오른 릴리우오칼라니는 약화된 하와이의 왕정을 강화하고 미국의 합병 움직임에 강하게 저항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국계 농장주 샌퍼드 돌이 이끄는 선교당에 의해 1895년 1월 무력으로 왕궁에서 쫓겨납니다. 하와이는 왕비가 퇴위한 지 3년 후 미국 땅이 됩니다.

주목할 점은 하와이 왕비가 쫓겨난 그해 10월 명성황후가 일본의 낭인들에게 잔혹하게 시해된 을미사변이 일어났다는 점입니다.

명성황후 역시 조선을 집어삼키려 했던 일본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이후 한동안 포츠머스강화조약, 가쓰라-태프트 밀약 등으로 아시아-태평양의 권력을 양분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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