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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구원자, 예술을 구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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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구원자, 예술을 구원하다
  • 한동운 음악칼럼니스트(목원대 외래교수)
  • 승인 2014.11.22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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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운의 클래식노트 | 헨델의 ‘메시아’ 다시 읽기

병마 싸우며 궁정음악에서 종교음악 전향
청중, 신앙 체험하며 위대한 예술에 감흥
‘나눔과 봉사’ 작곡가의 뜻도 함께 읽어야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eorg Friderich Hndel 1685~1759)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그의 작품 중 최고 작품으로, 그리고 가장 대중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오늘날 우리에게 헨델의 <메시아>는 어떤 의미일까? 헨델의 <메시아>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 온다. 첫 번째는 종교음악의 의미이고, 두 번째는 예술음악의 의미다.

<메시아>의 종교 음악적 의미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연주되는 기독교적인 신앙 체험에서 나타난다. 이는 헨델의 삶과도 무관치 않다. 헨델은 <메시아>를 런던에서 1741년 여름 동안 작곡했다.

이 작품을 작곡하기 전, 1737년에 헨델은 육체적 병마, 즉 뇌졸중에 의한 일시적인 오른손의 마비와 난시로 고통의 시기를 보낸다. 건강이 회복한 이후, 그동안 오페라와 궁정의 의식에 쓰일 음악 작곡에 주력해 오던 그는 종교음악, 오라토리오 작곡에 집중한다. 이 시기에 작곡된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메시아>다. 물론 헨델이 오라토리오를 작곡했던 당대의 음악계는 가장 대중적인 장르였던 이탈리아 오페라가 청중과 소원해 지는 상황이었다.

헨델이 종교음악으로 전향한 것은 이러한 음악계의 변화에 의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의 개인적인 심적 변화 역시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구든 병마 앞에서 인간이 나약한 존재임을 깨닫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의미인 예술음악으로서 메시아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메시아>에서 청중은 기독교 신앙을 체험할 뿐만 아니라, ‘예술을 위한 예술’의 한 형태로서 작품의 예술성에서 음악적 의미를 인식한다. 다시 말해, 청중은 선율의 아름다움, ‘독창×합창단×관현악’의 하모니 등과 같은 음악적 측면에서 감상한다. 이러한 예술적 체험은 현대 음악청중의 일반적인 청취 경향이라 할 수 있다.

헨델은 어쩌면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통해 자기 영혼의 ‘구원자’를 찾으려 했거나 체험했을 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오늘의 청중 역시 영혼의 ‘구원자’를 그의 작품을 통해 체험하기도 하며, 예술 작품으로 인식하는 청자 역시 예술을 ‘구원한’ 위대 예술가로 헨델을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우리’보다는 ‘나’ 자신의 내적 만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헨델은 휴머니즘을 실천한 인물이다. 이것은 오라토리오, <메시아>의 또 다른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이 오라토리오는 헨델의 인류애를 실천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던 작품이다. 이는 헨델이 종교음악 작곡에 주력하던 시기에 영국의 자선음악단체, 필하모닉 협회의 위촉으로 작곡한 <메시아>의 성격과 연관된다.

이 작품을 중심으로 지금의 보육원에 해당하는 ‘파운들링 하스피털(Foundling Hospital)’의 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음악회(1750년경)를 개최했으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이 자선음악회는 그의 사후에도 계속 진행됐고, 사회에 큰 공헌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헨델은 동시대의 곤궁한 작곡가와 그의 가족을 보살폈으며, 죽기 전 자신의 재산 일부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등 아낌없이 이웃과 함께 나누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크리스마스 시즌은 구세군의 자선냄비와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캐럴로 시작해 헨델의 <메시아> 연주회를 통해 절정에 달한다. 지금도 수많은 성당과 연주회장에서 헨델의 <메시아>가 연주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250여 년 전, 헨델이 <메시아>를 통해 자선음악회와 기부로 곤궁한 이웃과 함께 한 의미를 우리는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2014년 12월 헨델의 <메시아>를 들으면서, 그 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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