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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자본과 배급시스템 비웃는 '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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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자본과 배급시스템 비웃는 '이 영화'
  • 김지용 영화감독(중부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 승인 2016.05.25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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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쉐이크 | ‘비긴 어게인’


다양성 확보’ 차원 개봉 불구 박스오피스 상위권
입소문 타며 흥행몰이, 높은 국내 관객수준 위안


데뷔작품을 준비하던 2007년 그 해였던 걸로 기억된다. 대학로 동숭아트홀에서 저예산 인디영화 한편이 상영되었다. 이미 입소문을 타며 많은 사람들 사이에 조용히 화제가 되고 있던 작품이었다. 운명적으로 극장 앞에서 우연히 이 영화의 포스터와 마주쳤고 아무런 정보나 기대감 없이 그저 딱 커피한잔 마실 동안 기다리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영화가 끝난 후 대학로를 잠시 걸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사랑이라는 작은 감정의 떨림에 행복해하며, 영화의 분위기와 묘하게 비슷한 거리를 산책했던 기억이 난다.


영화는 남자와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들의 이름도 나오지 않는다. 여자는 그저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던 남자의 노래를 들어준다. 남자는 여자의 응원에 힘입어 자신의 전 여자 친구에게로 갈 수 있는 오디션을 계획한다. 남자와 여자는 노래로 교감을 주고받으며 서로 친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자는 이혼녀였고 아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그녀는 점점 가까워지고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그들은 일정한 평행선을 그리며 그들만의 음악세계로 빠져든다, 음악적 교감을 하며 서로의 감정을 찾아가지만, 그들은 그러한 감정을 ‘한 때’로 돌리며 각자의 길로 가게 된다. 이 영화에는 인물간의 갈등이 전혀 없으며 그저 그들은 음악을 하고 사랑을 할 뿐이다.


영화 <원스(Once)>는 아일랜드 영상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더블린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3주도 안 되는 시간동안 촬영됐다. 14만 달러의 저 예산 영화지만 사실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잔잔히 상영되었다 사라졌다. 하지만 그 주제가인 ‘폴링 슬로우리(Falling Slowly)’를 들려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 하며 아는 체를 한다. 오에스티(OST)가 더 유명한 이 영화는 80회 아카데미에서 주제가 상을 받을 정도로 음악적 감수성으로 가득 차 있다.


2007년 선댄스영화제를 사로잡은 영화 <원스>는 당시 평단과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음악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영화에는 실제 아일랜드 인디밴드 더 프레임즈(The frames)의 리더인 글렌 핸사드와 그룹의 객원멤버인 체코 출신 피아니스트 마케타 이그로바가 출연하고 실제로 그들이 작곡하고 노래한 곡들로 채워져 더 화제가 됐다.


감독 존 카니는 실제 밴드 멤버로 베이스 기타를 연주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두 남녀의 소위 음악적 케미를 소재로 한 작품을 그려보고 싶다고 했다. 또한 두 대의 일반적인 캠코더로 촬영했지만 독특한 다큐적 구성과 뮤직비디오적 감성을 더 하면서 더블린이라는 작은 도시의 이국적인 영상미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원스>는 전국적으로 한 개 상영관에서만 개봉됐다고 한다. 하지만 꾸준한 입소문으로 인디영화로는 드물게 2만 명이 넘는 스코어를 기록했다.


2014년, <원스>의 존 카니 감독은 또 다른 음악 영화 <비긴 어게인>을 들고 왔다. 블록버스터 상업영화의 와이드 릴리스(Wide Release) 전략에도 불구하고 무섭게 치고 오르며 이례적으로 박스오피스 상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전작 <원스>의 영향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싱어송라이터 그레타는 남자친구 데이브가 메이저 음반회사와 계약을 하면서 뉴욕으로 오게 된다. 그러나 오랜 연인이자 음악적 파트너였던 데이브가 스타가 되자 그들만의 음악을 버리고 변해 버린다. 한편, 잘나가던 음반프로듀서였지만 이제는 해고된 댄은 우연히 들른 바에서 그레타의 자작곡을 듣게 되고 프로듀서 특유의 감으로 음악 제작을 제안한다. 거리의 밴드를 만들고 뉴욕거리를 돌아다니며 자신들만의 음악을 만들어간다.


감독 특유의 영상미와 섬세함 속에 담긴 뉴욕이라는 대도시, 그리고 은은하게 울리는 음악과 영화 속 인물들 간의 교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할리우드의 연기파배우인 마크 러팔로와 키이라 나이틀리의 연기 조합도 볼만하다. 


영화는 뜻밖의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비긴 어게인>을 보지 않은 사람은 있더라도 본 사람은 한번은 더 보게 되는 영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력이 넘치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비긴 어게인>의 성공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거대 자본과 대규모 배급 시스템이 새삼 꺼림칙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다양성 영화 개봉’이라는 족쇄를 차고 소규모로 개봉했지만 국내 관객들의 높은 수준을 확인한 점은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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