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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대 블록버스터 4편 릴레이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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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대 블록버스터 4편 릴레이 개봉
  • 라제기 기자
  • 승인 2016.05.26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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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니아 | 충무로 잔혹한 여름대전

사극과 바다 배경, 차별화 쉽지 않아

상영관 확보 등 마케팅 난타전 예고

자칫 승자 없는 나눠 먹기 참패 우려

벌써 뜨겁다. 대전이 따로 없다. 관계자들은 긴장하고 있다. 대진표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올 여름 한국영화 흥행 대전은 작품 면면만으로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 관객은 골라보는 재미에 즐겁겠지만 관계자들에겐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여름이다.

‘빅4’라 할 충무로 대형 투자배급사 네 곳에서 대표 영화 하나씩을 출전시킨다. 쇼박스의 <군도: 민란의 시대>가 23일 먼저 링에 오른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로 스타 감독의 입지를 다진 윤종빈 감독의 신작이다. 하정우와 강동원를 내세워 조선시대 의적과 탐관오리의 대결을 그린다.

군도-민란의 시대(쇼박스, 7월 23일)
군도-민란의 시대(쇼박스, 7월 23일)

30일엔 CJ E&M 영화부문의 <명량>이 개봉 바통을 잇는다. <최종병기 활>을 흥행시킨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 전후를 다룬다. 뜨거운 연기의 대가 최민식이 이순신을 연기하고 류승룡이 왜군 장수 구루지마를 맡는다.

명량(CJ E&M 영화부문·7월 30일)
명량(CJ E&M 영화부문·7월 30일)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8월 6일 극장가에 들어선다. <댄싱퀸>의 이석훈 감독 작품이다. 손예진과 김남길 등이 고래가 삼킨 조선 옥새의 행방을 놓고 대결을 벌이는 내용이다. 8월 13일엔 지난해 한국 영화 배급 1위에 오른 뉴(NEW)가 <해무>를 선보인다. 김윤석과 박유천이 안개 낀 바다를 배경으로 밀항자를 나르던 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이끈다. 심성보 감독의 데뷔작으로 봉준호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해적-바다로 간 산적(롯데엔터테인먼트·8월 6일)
해적-바다로 간 산적(롯데엔터테인먼트·8월 6일)
해무(뉴·8월 13일)
해무(뉴·8월 13일)

네 작품은 모두 마케팅비를 포함한 총제작비가 100억원을 넘는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다. 100억대 충무로 영화 네 편이 한꺼번에 여름 극장가를 찾은 적은 없다.

올해 여름 극장가 대전은 3편의 100억대 영화가 나와 각축했던 2011년을 떠올리게 한다. <퀵>(감독 조범구)과 <고지전>(감독 장훈)이 그 해 7월 20일 동시 개봉했고 3D영화 <7광구>(감독 김지훈)가 2주 뒤인 8월 4일 관객 공략에 나섰다. 세 작품의 흥행 성적은 미지근했다. <퀵>이 312만 5069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모았고 <7광구>는 224만 2510명이, <고지전>은 294만 5161명이 각각 관람했다. 세 영화는 겨우 본전 수준이었거나 적자를 봤다. <퀵>과 <고지전>이 맞대결을 펼치며 결국 출혈 경쟁을 벌인 꼴이 됐다는 뒷말이 따랐다. 그 해 여름의 승자는 다크호스라 여겨지던 중대형 영화 <최종병기 활>(747만 633명)이었다.

올 여름 대작 영화 네 편은 릴레이로 개봉한다. 모두 일주일 간격이다. 4주 동안 100억 영화 4편이 극장을 찾는다. 7일이라는 완충기를 각각 뒀지만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영화계에선 네 작품이 맞물리며 서로의 흥행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나눠 먹기식 지리멸렬 흥행으로 3편의 블록버스터가 씁쓸한 흥행 성적표를 받았던 2011년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네 영화는 사극과 바다, 두 단어로 간단히 설명될 수 있다. <명량>과 <해적>, <해무>는 바다를 주요 배경으로 삼았고 <군도>와 <명량>, <해적>은 사극이다. 각기 다른 개성을 앞세우고 있으나 보통 관객에겐 그 밥에 그 나물로 비칠 수 있다. 네 영화가 상영관을 확보하기 위해 마케팅 난타전을 벌이다 보면 차별화는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승자가 있고 패자도 나올 것이다. 올 여름 극장가도 냉혹한 시장의 법칙이 적용될 것이다. 관객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든 충무로는 흥행대전이 끝난 뒤 올 여름을 잘 되돌아봐야 할 듯하다. 개봉 시기도 일종의 전략인데 제살 깎아먹기 식 상영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한국영화의 꺾임세가 눈에 띄는 요즘이다. ‘내가 흥행 왕이 될 것’이라는 오만, ‘나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독선은 경고음 켜진 충무로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지 모른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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